생각이 있는 여행

◈ 한반도의 '하늘길'이 새롭게 뚫린다

      - 인천국제공항과 주변의 볼거리 -

글, 사진｜김 맑 음 (여행칼럼니스트)





인천국제공항이 드디어 위용을 드러냈다. 오는 3월 정식 개항을 앞두고 막바지 준비에 여념이 없다. 영종도와 용유도 사이 1700만평에 달하는 광활한 땅을 매립해 '첨단 공항'으로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 것이다. 한반도의 '허브 역할'을 하게 될 인천국제공항은 지하 2층 지상 4층의 여객청사와 세계에서 3번째로 높은 관제탑, 거침없이 닦인 활주로 등 규모면에서 단연 돋보인다. 1992년 11월부터 1단계 공사를 시작해 2000년 6월까지 주요 시설을 완공했으며 지난해 10월부터 항공기와 승객을 동원해 가상훈련까지 마쳤다.

인천국제공항의 면면을 잠깐 살펴보면 탄성이 절로 나온다. 우선 그 면적이 15만평에 이르는 여객터미널은 총 252개의 체크카운터를 갖추고 있어 시간당 6400명의 여행 손님과 3만2천개의 수화물을 처리할 수 있다. 그 내부는 더욱 화려하다. 출국층인 3층의 천장은 기둥이 없어 탁 트인 모습이다. 3층 바닥에서 무게 1250톤의 천장을 조립해 유압잭 10대로 동시에 들어올려 설치하는 공법을 썼다고 한다. 여객터미널 안에는 밀레니엄홀, 생음악 연주무대, 미니호텔, 비즈니스룸, 고급레스토랑, 헬스실, 사우나실, 이·미용실, 전자오락실 같은 갖가지 편의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팔각형 철근 콘크리트로 건설한 관제탑은 지하 1층, 지상 22층, 높이 104m로 공항 중앙에 자리잡았다. 이와 함께 길이 3,750m, 폭 60m, 두께 105cm의 활주로가 모두 완공되면 항공기의 동시 이착륙과 초음속 항공기 및 650명 이상이 탑승하는 초대형 항공기 취항이 가능하게 된다. 여기에다 전철과 도시철도 플랫폼이 들어설 교통센터와 연간 170만톤의 화물을 처리할 수 있는 화물터미널, 기타 부대시설(열병합 발전소, 항공급유시설, 기내식시설, 항공기정비시설 등)까지 점차적으로 들어서면 그야말로 거대한 도시가 하나 만들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싶다. 이 핵심시설들은 진도 7의 지진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동북아의 중심, 세계 주요 항공 노선의 관문에 자리한 인천국제공항은 24시간 운영하는 국제선 전용공항이다. 북미나 유럽을 연결하는 주요 항공 노선의 최전방에 위치하고 있으며 항공기가 뜨고 내리는데 천혜의 기상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를테면 일년 내내 바람의 98%가 남북으로 일정하게 불며 시정거리가 200m만 확보되어도 비행기 운항이 가능할 만큼 날씨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 현재 김포공항의 결항률이 2.48%인 점을 감안하면 인천국제공항의 입지조건이 얼마나 좋은 지 알 수 있다. 또한 공항 부지의 82%가 사람이 살지 않는 갯벌지역이고 활주로 양끝으로부터 10여 km 이상이 바다여서 항공기 소음 피해가 거의 없다는 이점도 있다.

인천국제공항 부지 한 켠에는 공항 건설의 모든 것을 모아놓은 홍보관(032-890-1274)이 있다. 신공항의 건설 추진 일정을 비롯해 주변 동북아 경쟁공항들의 실태 및 세계의 항공 현황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주고 있다. 홍보관에는 57석짜리 영상관을 비롯, 1만분의 1로 축소한 공항 전체 모형도, 600분의 1로 축소한 여객터미널 모형도, 52인치짜리 TV 모니터 3대, 전자방명록, VOD(주문형 비디오) 같은 각종 첨단시설을 선보이고 있다. 영상관에서는 매일 대형 스크린으로 인천국제공항의 10년 후의 모습을 미리 보여주고 있다. 공항 전체의 모형도를 보면 먼저 그 우람한 규모에 놀라게 된다. 신공항의 지리적 위치는 물론 속속 들어설 120여 동의 건물 배치 현황, 서울에서 신공항까지 연결하는 40.2km의 전용고속도로의 모습 도 한눈에 들어온다.

개항을 한 달 남짓 앞둔 인천국제공항은 지금 부산하게 돌아가고 있다. 수 천명에 달하는 신공항 관계자들은 물론 관광객들까지 모여드는 까닭이다.

신공항 톨게이트를 지나 공항 쪽으로 10여 분쯤 달리면 드넓은 바다 위로 우아한 모습의 영종대교가 나타난다. 섬과 육지를 연결하는 4.2㎞ 길이의 영종대교는 낮이면 낮, 밤이면 밤대로 색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1백 7m 높이의 거대한 주탑과 5백 50m 길이의 현주교에서 다양한 색깔의 조명등이 매일 해거름 직후부터 다음날 일출 직전까지 밤하늘을 밝히는 것이다. 또한 연말연시와 성탄절, 석가탄신일 같은 국경일에는 15분간 다양한 형태로 점등과 소등을 반복하는 조명 축하쇼도 펼쳐질 예정이다. 서울의 방화대교 북단과 연결되는 이 도로는 원활한 소통을 돕는 지능형교통시스템(ITS)을 운영하고 있어 전용고속도로에 진입하면 25분 이내에 여객터미널까지 도달할 수 있다.

영종도에는 인천국제공항 말고도 볼 만한 명소가 몇 군데 있다. 용유도 을왕리 포구와 백운산, 그리고 용궁사가 그곳이다. 해발 257m의 백운산은 영종대교를 건너 인천국제공항으로 가는 길목 왼편에 우뚝 솟아 있다. 정상에 오르면 인천국제공항과 인천 앞 바다에 떠 있는 섬들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수평선을 물들이며 스러지는 서해 낙조는 또 다른 감동을 자아낸다. 백운산 허리쯤에는 천년 고찰 용궁사가 자리잡고 있다. 이 절은 신라 문무왕 10년인 670년에 원효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한다. 창건 이후 구담사 또는 백운사라 불리다가 1854년 흥선대원군이 중건하면서 지금의 이름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이런 사실을 뒷받침해주듯 용궁사 경내에는 흥선대원군의 자취가 남아 있다. 관음전 앞 현판에 쓰여진 '용궁사(龍宮寺)'라는 필체가 바로 그것이다. 현판의 글 옆에 간지와 함께 석파(石坡)라는 대원군의 호가 적혀 있어 창건 시기와 대원군이 쓴 현판임을 알 수 있다. 관음전 안에 모셔진 관음보살좌상과 관음탱화 역시 그 무렵의 작품이다. 자그마한 절 앞마당에는 수령 1,300년을 헤아리는 느티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백운산을 빠져나와 바다와 접해 있는 방조제 옆길을 계속 따라가면 소나무숲으로 둘러싸인 용유도에 닿는다. 짭찌름한 바다 내음과 솔 향기를 맡으며 섬 안쪽으로 깊숙히 들어가면 을왕리해수욕장과 만난다. 철 지난 해변이지만 젊은 연인들이 제법 많이 찾는다. 을왕리해수욕장은 물이 빠지면 폭이 2백미터나 드러나 장관을 연출한다. 물 빠진 선착장 부근에 기우뚱하게 서 있는 십여 척의 배가 이곳이 포구임을 말해준다. 을왕리 포구는 꽃게 주산지로 유명하다. 굴, 바지락, 동죽 같은 패류와 새우도 많지만 이곳 어부들은 주로 꽃게를 잡아 생계를 꾸려간다. 긴 겨울이 끝나고 3월이면 제철이 시작된다. 그러나 공항 건설을 위한 모래 준설과 오염 물질이 흘러들어 예전만큼 어획량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이곳 어민들은 말한다. 포구 선착장 우측의 바위는 온통 굴밭이다. 양식 굴과는 달리 어린 굴이라 맛과 품질이 뛰어나다. 조새로 굴을 캐는 아낙네와 겨울 바다를 바라보며 시름을 달래는 사람들로 늘 복작대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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