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 천년에는 무엇을 챙길 것인가
이 상 철｜한국수자원공사 구미권관리단 보상관리과장
새 천년이라고 우리 나라는 물론이고 세계 곳곳에서 많이도 떠들썩했다.
묵은 천년이 가고 새로운 천년이 시작되었다고, 그렇게 천년이 흘렀고 또 새 천년 한해도 지나갔다.
세월의 빠른 흐름은 새삼 덧없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고들 한다. 하지만 세월의 끝과 시작은 단지 사람이 그렇게 정해 놓고 달리 바라보는 것일 뿐 다른 모습은 아닌 것 같다.
그래서 시작이 끝이고 또 끝이 시작이라고 하지 않는가.
그렇기는 해도 끄트머리와 시작에서는 마음써야 할 일이 있는 것 같다.
챙겨야 할 것은 잘 챙겼는지 또 새로이 챙겨야 할 것은 무엇인지는 마음써야 할 것 같다.
올해에도 시작부터가 녹록하지가 않다. 여·야 정당간의 정권다툼은 이미 볼썽 사납고, 위정자들의 말 뒤집기는 거의 직업병 수준에 가깝다.
한때 패기 찬 이 땅의 젊은이들이 자부했던 대우그룹의 세계경영은 부도덕한 사기극으로 드러나고 있고, 서민들의 내집 마련 꿈은 먼지 되어 삼풍아파트 위로 사그라졌다. 이런저런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부모·형제가 정붙이고 살고 있는 이 땅을 떠나고 있다.
인문환경과 자연환경이 너무 어지럽고 오염되어 살기가 힘들 탓일 게다.
사람도 떠나고 물고기도,
철새도 떠나가고 있다.
어제 저녁 TV뉴스에서 민족상잔의 잔재인 비무장지대의 환경이 지구촌에서 보존되고 있는 몇 안 되는 생태계의 보고라는 보도가 있었다.
불행한 현대사를 대가로 우리가 얻은 거의 유일한 자산이라 할 수 있는 비무장지대의 희귀한 자연을 인류유산으로 남기자는 것이다. 전후 세대인 필자로서는 우리 어버이의 아픔은 가늠할 길이 없지만, 그 곳이 자연상태에 가까워 동·식물이 잘 살고 있다는 것은 그나마 상쾌한 일이다.
반세기 동안에 이 땅도 많이 상한 모양이다.
태초에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아담과 이브의 후손이 살고 있는 지구촌이 어느 정도 훼손되리라는 것을 수긍하지 못할 바는 아니지만, 내가 살고 있는 이 땅이 사람도 떠나고 동·식물이 하나둘 사라질 정도로 망가지고 있다면 이제는 더 늦기 전에 우리 山河를 챙겨야 하지 않겠는가.
지난 2월 5일,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한국수자원공사 구미권 관리단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 "낙동강철새 모이주기" 행사를 가졌다. 자연과 사람이 더불어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에서다.
철새 도래지로 잘 알려진 낙동강 1300리는 강원도 태백시 황지의 20여평 작은 연못에서 생명을 받아 이 땅의 내륙을 굽이치며 흘러흘러 낙동강 하구둑에서 긴 여정을 마치고 남해의 품에 안기는 우리의 강이다.
낙동강은 우리의 숨결을 느끼고 있고 우리는 무한한 사랑의 등받이였던 낙동강에 기대어 살고 있다. 때로는 멱감고 놀던 그 때를 그리워하며, 때로는 물이 더럽다고 욕하기도 하면서......
사람들은 자기가 이미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대체로 마음을 쓰지 않는 편이다.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면서 소홀히 다루고 그러는 가운데 남의 것을 부러워 한다.
이제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것을 아끼고 사랑하기를 기대하면서 한국수자원공사 직원으로서의 사명과 책임을 다하여 멀지 않은 장래에 우리의 강에 맑은 물이 흐르기를 낙동강변에 서서 기원한다.
꿈틀대는 생명력을 가지고 우리의 강은 오늘도 변함없이 흐르고 있다. 물을 살리려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마음을 깊이 간직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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