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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시지가제도의 역할과 공시지가평가의 과제 임 석 회 | 감정평가연구원, 책임연구원 1. 머리말 새로운 세기, 새 천년의 문턱에 와 있는 1999 년은 공시지가제도가 시행된 지 1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공시지가제도는 우리 나라 모든 토지관련 제도의 근간이 되는 지가제도일 뿐만 아니라 감정평가제도의 발전 과도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제도 시행 10년을 맞이해서 그간의 공시지가제도의 성과와 역할을 되짚어보고 제도 발전을 위한 평가과제들을 검토해 보는 것은 어느 때보다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더욱이 정보화·세계화의 추세에 따라 사회경제적 환경이 급변하고 있고 재작년 말 외환위기로 촉발된 IMF 관리체제는 그 동안 우리 사회를 움 직여왔던 패러다임 자체들을 전환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들 가운데 가장 급변하고 있는 분야의 하나가 부동산시장이다. 이와같은 점에서 공시지가제도도 변화된 상황에 맞추어 미비한 점들을 시정하여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그동안 여러 차례의 제도 개선이 있지만 여전히 논란이 되는 부분이 없지 않다. 이 글은 이 러한 논의와 관련하여 공시지가제도의 의의와 역할, 그리고 공시지가제도가 좀더 발전하기 위한 평가과제들을 검토하는 데 목적이 있다. 2. 공시지가제도의 역할 가. 공시지가제도의 의의 (1) 지가공시의 성격 공시지가제도의 의의를 논의함에 있어서 우선적으로 검토하여야 할 것은 정부가 “왜 지가를 공시하는가” 하는 문제이다. 그리 고 “지가의 공시는 어떤 의미를 갖는가”이다. 정부는 토지조세의 부과나 토지정책의 수립과 집행 등을 위해 공시여부를 떠나 지가를 조사·평가할 필요성이 있다. 공시지 가제도 이전에도 정부는 다양한 지가조사체계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정부가 결정한 지가를 굳이 공시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시지가제도를 통해 정부가 조사· 평가한 지가를 공시하게 된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1989년 공시지가제도가 도입될 당시 토지시장은 지가가 급등하고 투기가 만연하는 등 극도 로 불안정한 상태였다. 따라서 정부는 토지시장을 안정시키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정책적 과제였다. 지가공및토지등의평가에관한법률(이하, 지가공시법) 제1조에 명시 되어 있듯이 공시지가제도는 정부가 토지의 적정가격을 평가·공시함으로써 적정한 가격형성을 도모하는 것이 법의 목적이다. 그리고 법 제3조에는 일반적인 토지거래의 지표로서의 기능을 공시지가의 효력으로 규정하고 있다. 즉, 적정한 지가의 공시를 통해 지가와 토지시장을 안정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공시지가제도에서 지가의 공 시는 단순히 지가를 지도·통제하기 위한다는 데 의의가 있지 않다. 지가공시 외에도 정부는 특정재화나 용역의 가격을 공시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대부분 경제정책의 일환으로 공시가격에 따라 상품의 수요·공급이 이루어지도록 지도·통제함으로써 물가를 안정시키거나 특정 상품의 생산장려 또는 특정계층의 소득보장 등을 직접적인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지가공시는 이와 성격이 좀 다르다. 토지는 국민생활의 기본터전이 되는 동시에 중요한 자산으로 그 경제적 가치를 파악하는 것은 공적으로나 사적으 로나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가격형성요인과 과정이 복잡하여 가격의 객관적 수준을 알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정부가 지가를 공시하는 이유는 각종 정책의 수립과 집행과정에서 토지가격을 결정할 필요가 있는 정부가 객관적인 지가평가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그 스스로 지가를 결정하는 방법과 절차를 정하여 이런 방법과 절차에 따라 지가를 결정한 후 이를 국민에게 널리 알리고자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공시지가제도는 지가 자체의 공시보다는 가격결정의 방법과 절차를 명확히 하고 그것에 의해 결정한 지가를 공시한다는 데 좀더 본질적인 의의가 있다. 그리고 그와 같이 함으로써 적정한 가격수준에 대한 정보를 널리 알리고 토지시장의 안정을 도모하는 것이다. (2) 토지공개념과의 관계 전술한 것처럼 공시지가제도의 도입은 토지시장의 안정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공시지가제도를 도입할 당시 우리 나라의 토지시장은 투기가 극심하 고 지가가 급등하는 등 심각한 상태에 있었으며 토지행정은 이를 효율적으로 억제하지 못하였다. 따라서 정부는 긴급히 토지공개념제도를 도입하게 되었으며 토지공개념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무엇보다도 체계적인 지가조사가 필요하였다. 그러나 당시의 지가체계와 평가기관은 행정목적에 따라 다원화되어 있어서 토지공개념을 효율 적으로 뒷받침할 수 없었다. 그러므로 무엇보다도 일정주기별로 정확하게 토지를 평가하고 지가를 조사하는 체계가 필요하였으며, 실제로 공시지가는 그러한 역할을 수행 하였다. 그러나 공시지가제도가 단지 토지공개념제도를 뒷받침하기 위한 인프라로서 도입된 제도만은 아니다. 공시지가제도가 도입되기 이전의 지가제도 자체에 많은 문 제점이 있어 이를 시정할 필요성이 오래 전부터 제기되어 왔었다. 시장에서 경제주체들은 가격에 따라 움직이게 되므로 지가의 조사·평가는 토지정책 수행의 가장 중요 한 기초가 됨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제대로 되지 않았던 것이다. 토지정책이 실효성 있게 시행되어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그 초석이 되는 지가의 조사·평가기준 과 방법이 객관적으로 체계화되어 누구나 지가를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종합토지세와 같은 보유단계에서의 세금과 토지에서 발생하는 개발이익을 정확하고 일 관성 있게 산정할 수 있는 것이다. 공시지가제도가 도입된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토지에 대한 객관적인 가치판정을 위한 기준을 정할 필요가 있고, 이러한 필요에 따라 토지가치에 대한 통일된 평가기준을 정하고 이를 토대로 일관된 토지가격을 조사·평가하여 공시하는 것이 공시지가제도이다. 즉, 공시지가제도가 토지공개념의 부속제 도로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토지공개념제도가 아니더라도 지가의 조사·평가기준과 방법을 객관적으로 체계화하고 정확한 지가정보를 확보하는 일은 공평 타당한 토지 조세 정의를 실현하고 토지정책의 실효성을 높이는 데 있어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다. (3) 지가체계의 일원화 이전의 지가제도와 비교하여 공시지가제도가 갖는 중요 한 의의는 지가체계를 일원화하였다는 것이다. 종래의 지가체계는 관련기관별로 행정목적에 따라 토지평가의 기준을 달리함으로써 동일토지에 대한 지가수준이 달라 많은 혼란을 가져왔었다. 따라서 지가체계의 일원화는 정부가 조사·평가하는 공적지가에 대한 신뢰와 정확도를 확보하는 데 있어서 우선적인 과제였다. 공시지가제도 이전의 지가체계를 보면 공공용지 수용·보상의 기준으로는 건설부의 기준지가를, 취득세·등록세 등 지방세의 부과기준으로는 내무부의 과세시가 표준액을, 양도소득세 등 국세 의 부과기준으로는 국세청의 기준시가를, 금융기관의 담보평가·자산재평가에는 한국감정원의 토지시가를 각각 별도로 적용하여 기관별 지가수준의 차이가 현저하였다5) . 이처럼 다원화된 지가체계는 동일토지에 대하여 서로 다른 평가가 이루어져 시가와 괴리됨은 물론 공적지가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토지정책 전반의 실효성을 저하 시키는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각 기관별 지가를 중복 관리함으로써 정부 예산을 낭비하는 점도 없지 않았다. 따라서 지가체계와 평가기관의 일원화는 공적지 가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물론, 시가와의 괴리 해소, 토지정책의 실효성 증대, 예산의 절감 등 여러 측면에 절대적으로 요구되었던 과제였다. 공시지가제도는 이러한 점에서 ‘다원화’된 지가체계의 문제점을 해소하고 공시지가라고 하는 하나의 지가체계로 전국적인 지가정보체계를 구축하였다는 데 큰 의의를 갖는다. 그러나 지가체계의 일 원화에 대해 몇 가지 잘못된 인식들이 있다. 주어진 시점에서 대상부동산에 다양한 가치가 적용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가체계의 일원화를 모든 경우에 하나의 가치만 이 적용되어야 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문제는 공시지가의 적용방법에 대한 심각한 쟁점의 원인이 되고 있다. 지가체계를 일원화하였는 데, 공시지가의 적용을 개별공시지가를 직접 적용하는 경우와 보상액 산정과 같이 표준지공시지가를 기준으로 재차 평가하여 적용하는 간접 적용의 경우로 이원화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 다. 즉, 지가체계의 일원화 취지에 따라서 공시지가의 적용도 당연히 일원화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은 지가체계의 일원화를 토지가치의 일원화로 오해하는 데 서 비롯된 것이다. 하지만 앞에서 말한 대로 대상부동산의 가치는 본질적으로 일원화될 수 없으며 평가목적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공시지가의 주요 적용대상 이 되는 토지조세 과표산정과 보상액 산정에 있어서 평가하게 되는 과세가치와 보상가치는 통상 상당한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과세에서는 과세대상자간의 형평성이 중요 한 문제이지만 보상에서는 정당성과 피수용자에 대한 완전보상이 보다 중요한 문제이다. 따라서 지가체계를 일원화하였다 공시지가의 적용까지 일원화할 수는 없다. 다만 , 공적지가의 조사·평가기준을 적정한 시장가치로 일원화함으로써 시장동향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기준가격을 제시함으로써 범용 소프트웨어와 같이 다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즉, 행정목적별 지가산정시 그 기준이 되는 공시기준일 현재 ‘적정가격의 일원화’이지 행정기관이 사용하는 모든 지가를 일원화한다는 것은 아니다. 지가체계의 일원화는 행정기관이 사용하는 지가산정방법을 하나로 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며, 이들이 사용하는 지가의 표준지가 일치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 로 보아야 할 것이다. (4) 지가정보 및 토지특성정보체계의 구축 공시지가제도는 지가체계를 일원화하였을 뿐만 아니라 전국적 수준에서 지가정보와 토지특성정보체 계를 일관된 방법으로 구축하였다는 의의를 갖는다. 공시지가제도 이전 다원화된 지가체계 하에서도 전국적인 지가정보체계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전국의 토지를 대상으로 통일된 평가기준과 산정방법에 따라 일정한 시점에 지가가 평가 또는 산정되지는 않았다. 평가기준이 들쭉날쭉하고 시점이 다르기 때문에 비용은 비용대로 들 이면서 정확한 지가변동사항을 파악할 수가 없었다. 공시지가제도를 통해 국·공유지를 제외한 전국 어느 지역, 어떤 토지이든 가격수준을 파악할 수 있게 되었으며, 그러 한 자료가 10년째 축적되었다. 지가정보뿐만이 아니다. 공시지가를 조사·평가하는 과정에서 얻게 되는 토지특성정보는 국토정책을 수립하고 국토를 관리하는 데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되는 귀중한 자료이다. 그것도 전국적 수준에서 얻게 되는 자료이다. 흔히 공시지가제도를 지가제도로서만 인식하지만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공시지가제도의 운영을 지가를 평가·산정하는 데만 초점을 두어서는 안 된다. 국토에 대한 정보를 얻는 차원에서 어떤 토지특성이 조사되어야 할 것인가도 중요한 과제이다. 나. 공시지가의 기능과 활용 (1) 공시지가의 개념 공적지가의 평가방법으로는 전수평가하는 방안과 표본이 되는 표준지를 선정하여 평가하는 방법이 있다. 전수평가에 의하면 전 국토의 각 필지에 대한 지가균형을 이룰 수 있겠지만 일정시점에서 소요되는 인력이나 기간, 예산이 방대하고 잦은 토지이동이나 빠른 속도로 변화 ·발전하는 토지개발에 적절하게 대처하기 어렵다. 따라서 공시지가제도는 각 필지에 대한 세밀한 지가균형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가격군 또는 단위지역에 대한 지가균형을 기할 수 있도록 일정지역의 표준지를 선정하여 평가·공시하고 표준지 이외 의 토지에 대해서는 표준지공시지가를 지가를 산정하여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므로 공시지가는 협의로는 표준지의 가격을 조사·평가한 것을 의미하나, 광의로는 표준지공시지가와 토지가격비준표에 의해 산정한 개별공시지가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공시지가는 공시기준일 현재 표준지의 ‘적정가격’으로 평가 하도록 되어 있다. 지가공시법에서는 “적정가격이란 당해토지에 대하여 자유로운 거래가 이루어지는 경우 합리적으로 성립한다고 인정되는 가격”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 즉, 적정가격은 자유로운 토지시장에서 성립된 가능성이 가장 높은 토지의 시장가치를 의미하며 현실 시장거래가격에서 불합리한 요소가 배제된 가격이라 할 수 있다 . 그런데 이 적정가격의 개념에 대해 감정평가의 일반적 기준이라고 할 수 있는 ‘감정평가규칙’에서 정하고 있는 정상가격과 같은 개념인가, 다른 개념인가에 대 해 논란이 있다. 적정가격은 일반물건의 행정지도가격과 같은 지도가격의 성격을 가지며, 종래 정상가격이 현실적·분석적 가격이라면 적정가격은 가치지향적·정책적 가격이고, 정상가격이 존재가격이라면 적정가격은 당위가격이라는 것이 적정가격 개념을 둘러싼 쟁점이다. 그러나 이러한 논란은 적정가격의 본질적 개념에 대한 이해보 다는 법률적 정의에 대한 지나친 형식적 자구해석과 현상을 본질로 환치하는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정상가격이든 적정가격이든 시장가치(market val ue)를 기본으로 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정상가격과 적정가격은 다 같은 용어라는 것이다. 따라서 적정가격을 지도가격이니 정책가격 또는 가치지향적 가 격이라고 하는 것은 모두 잘못된 시각이다. “..... 자유로운 거래가 이루어지는 경우 합리적으로 성립한다고 인정되는 가격...”이라는 지가공시법의 규정에서 ‘인정 되는 가격’의 의미는 “평가하는 자에 의해 인정되는 가격이 아닌 시장에서 인정되는 가격”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인식 하에서는 공시지가에 개발이익이 배제 되어야 하느냐, 또는 포함되어야 하느냐 등도 논란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2) 공시지가의 효력과 활용 지가공시법에 의하면 적정가격을 기준으로 평가된 공시지가는 일 반적인 토지거래의 지표의 역할과 국가, 지방자치단체 등의 기관이 그 업무와 관련하여 지가를 산정하거나 감정평가업자가 개별적으로 토지를 감정평가하는 경우에 그 기준이 되는 효력이 있다. 그러나 일반적인 토지거래의 지표가 된다 함은 토지를 거래하는 자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의 지표가 될만한 지가정보를 제공한다는 의미이지 공시지가를 지표로 거래해야 한다는 어떤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공시지가가 일반적인 토지거래의 지표가 될 수 있느냐 없느냐는 순전히 공시지가가 얼 마나 정확한 지가정보로서의 가치를 갖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두 번째 공시지가의 효력은 공시지가가 모든 공적지가 산정의 기준가격으로 적용된다는 것을 말한다. 모든 행정목적에 맞게 공시지가를 그대로 활용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행정목적에 따라 평가와 산정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행정목적에 따라 공시지가를 가감 적용하거나 유사한 이용가치를 갖는 표준지공시지가를 기준으로 목적에 맞게 평가하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공시지가의 평가는 특정목적에 치우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가장 중립적인 관점에서 시장가치를 평가하여야 가감 적용하거나 그것을 기준으로 목적에 맞게 다른 공적지가를 산정하는 데 무리가 없기 때문이다. 세 번째 공 시지가의 효력은 감정평가업자가 담보평가 등 개별적으로 감정평가할 경우에도 공시지가가 기준가격으로 기능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공시지가의 기준가격으로서 의 역할은 모든 토지평가기준을 일원화하는 것으로 공시지가제도와 감정평가제도를 연계를 통해 지가정보조사체계의 합리적 토대를 조성하고 일관성 있는 가격결정의 준거를 마련하는 데 의의가 있다. 3. 공시지가의 평가과제 가. 명확한 적정가격 개념의 정립과 적용 지가체계를 일원화를 공시지가는 그 역할이 앞에서 살펴 본대로 매우 다양하다. 한마디로 다목적 활용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 그 역할은 지가정보의 제공이라는 기능으로부터 출발한다. 거기에 부가적으로 토지특성정보의 구축 이라는 기능이 있다. 지가정보를 제공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정확성이다. 정확성이 떨어지면 지가정보로서의 가치가 떨어지고 형식적인 법적 효력은 어떨지 모르지만 공시지가의 실질적 역할도 그만큼 줄어든다. 따라서 공시지가의 평가과제는 무엇보다도 먼저 공시지가의 지가정보로서의 정확성을 높이는 데 있다. 그렇다면 지 가정보로서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여야 할까? 먼저 공시지가의 평가기준이 되는 적정가격 개념을 명확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평가기준이 분명 해지고 일관성 있는 조사·평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전술한대로 적정가격 개념에 어떤 이론적 문제가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다. 적정가격 개념의 실무적 적용에 다소 혼선이 있기 때문이다. 공시지가의 성격을 정책적이니 가치지향적이니 하는 것들이 그것이다. 적정가격 개념의 실무적 적용에 있어서 이러한 혼선은 두 가지 문제점 때 문에 발생한다. 하나는 지가공시법의 적정가격에 대한 개념정의가 다소 모호하게 되어 있는 점이다. 적정가격의 본래 개념상 지가공시법에서 말하는 ‘합리적으로 인정 되는 가격’이란 시장에서 인정되는 가격이라는 뜻이나 간혹 조사·평가자가 인정에 의해 인정되는 가격으로 오해할 소지가 있다. 다른 하나는 적정가격 개념을 채택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공적지가를 실제 가치보다 저평가하던 종전의 관행에서 완전히 탈피하지 못한 점이다. 토지조세의 부과체계상 적정가격의 평가원칙을 일시에 적용하지 못하고 점진적으로 수용함에 따라 시가와 괴리되는 현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 이유가 있기는 하지만, 그 반대로 공시지가의 정확성에 대한 국민적 신 뢰 측면에서는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공적토지평가제도로서 공시지가제도의 본래 기능이 토지시장에 국가가 개입하기 위한 정책수단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지가안정 을 위해서는 공시지가가 실거래가격보다 낮아도 무방하다는 인식마저 있었다. 이러한 것들은 공시지가를 불신하게 만드는 가장 큰 원인으로 공시지가의 무용론까지 이 르는 부메랑 효과를 가져온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지 위해서는 먼저 지가공시법과 감정평가에 관한 규칙에서의 용어를 통일하고 적정가격에 대한 개념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공시지가의 기능으로 보아 그 개념정의는 당연히 시장가치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시장가치는 “공개된 시장에서 자유로운 거래가 이루어지는 경우 성립될 가능성이 가장 많은 가격”으로 정의되기 때문에 공시지가의 가격개념에 대한 더 이상의 논란과 실무적 혼선을 막을 수 있다. 두 번째는 적정가격의 개념을 공 시지가 평가에서 실질적으로 적용하는 것이다. 이것은 전적으로 공시지가를 조사·평가하는 담당감정평가사의 개인적 문제 같지만 그렇지 않다. 그보다는 공시지가제 도의 역할에 대한 관련당사자들의 전반적인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공시지가를 단지 지가안정이나 투기억제수단 또는 조세부과의 기준 등으로 인식하게 되면 공시지가 가 왜곡되기 쉽다. 이와 같이 왜곡되지 않기 위해서는 “시장가치에 기반을 둔 정확한 지가정보의 제공”이라는 공시지가제도의 기본기능에 대한 인식을 분명히 할 필요 가 있다. 나. 다양한 평가방법의 활용 공시지가의 지가정보로서의 가치를 높이고 신뢰도를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다양한 평가기법의 활용이 필요하다. 흔히 우리 나라 의 감정평가가 선진외국에 비해 낙후되어 있다고 지적되는 데, 이는 평가이론 및 평가실무기준의 낙후성에도 원인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지나친 매매사례비교법에 의 의존과 요식적인 서식형 보고서 작성에 있다. 매매사례비교법은 거래자료가 풍부하고 시장여건을 정확히 포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거래사례가 불충분하 거나 거래사례가 없는 경우, 그리고 경제적 여건이 급격히 바뀌는 상황에서는 그 유용성이 제한되는 한계가 있다. 특히 우리 나라와 같이 토지시장의 불안정성이 높은 경 우 매매사례로는 토지의 진정한 가치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이러한 점은 공시지가의 조사·평가에 있어서도 예외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심지어 현행의 감정평가가 상당부분 달관법에 의존하고 있어 감정평가사의 주관적 견해가 평가결과를 좌우하게 된다는 비난마저 없지 않다.공시지가에 대한 불신을 불식하고 가치 있는 지가 정보로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기존의 이러한 평가관행들은 하루 빨리 개선하여야 한다. 그리고 나아가 매매사례비교법 이외의 다른 평가기법을 결합하여 좀더 깊이 있는 지가정보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특히 수익방식과 결합한 평가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물론 우리 나라의 부동산시장환경이나 가격결정 메커니즘이 아직 수익 방식을 적용하기에 어려운 점이 많다. 그러나 부동산시장이 소유보다는 이용가치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흐름이다. 이러한 부동산시장의 변화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공시지가의 평가방법 또한 다양해질 필요가 있는 것이다. 외국인들의 경우 실제로 토지의 수익을 고려하여 평가해 줄 것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ABS, MBS, REITs 등 부동산증권화와 관련된 제도와 부동산 간접상품들은 수익가치의 평가가 중심이 된다. 수익방식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장래 공시지 가의 지가정보로서의 가치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다. 다. 평가보고서의 내실화 부동산평가란 간단히 말해 대상부동산의 가치를 추계하는 일이지만, 평가 사는 최종가치에 도달하게 된 여러 가지 근거를 평가보고서를 통해 제시하여야 한다. 평가보고서를 통해 그 평가가 공정하고 객관적인 방법으로 이루어졌는지를 판단하 게 된다. 평가사가 평가과정에 따라 평가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은 평가사에 의한 가치추계를 다른 사람들에 의한 가치추계와 구별되게 하는 가장 중요한 사항이기도 하다 . 그런데 공시지가는 이 부분에 있어서 몇 가지 취약점을 안고 있다. 공시지가의 조사·평가에 참여하는 감정평가사들은 공동작성·개별작성을 포함하여 10여 가지 가 넘는 보고서를 제출한다. 그러나 실제 필지별 평가보고서라고 할 수 있는 ‘표준지 조사사항 및 가격평가의견서’는 그 구성이 간단하다. 정작 중요한 것이 소홀히 다 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공시지가가 일종의 대량평가이고 이에 따라 간단한 서식형일 수밖에는 없지만 지나친 간략화는 두 가지 문제점을 낳을 수 있다. 하나는 평가 의 부실화를 초래할 수 있으며, 다른 하나는 설사 그렇지 않다 하여도 외부의 불신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공지지가는 2인의 감정평가사가 동일 표준지에 대해 개별 적으로 평가하고 각각의 평가가격을 산술평균하여 결정하도록 하는 복수평가제를 채택하고 있는 데, 예를 들어 복수평가제의 실효성을 살리지 못하는 것이다. 복수평가 제는 평가의 질적 수준을 관리하기 위하여 미국, 영국 등 선진외국에서 운영되고 있는 평가검토제(appraisal review)와 유사한 기능을 갖는 제도이다. 따라서 복수평가 제의 실효성을 살리기 위해서는 단지 평가가격의 비교만이 아니라 가격이 도출되기까지의 평가과정과 논리가 비교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현행 ‘표준지 조사사항 및 가격평가의견서’의 구성체계로는 평가과정을 비교·검토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담당 감정평가사간에 왜 그런 평가가격의 차이가 났는지, 왜 같은지에 대한 해답을 구 하기가 쉽지 않다. 복수평가에 의해 부실평가가 자동적으로 상호 검증되어야 하지만 이런 복수평가제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 결국 단수평가를 하여도 무방하지 않느냐는 복수평가제의 무용론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공시지가는 주어진 짧은 기간 내에 많은 토지를 조사·평가하는 대량평가이다. 따라서 일반적인 감정평 가와 같은 수준의 평가보고서를 작성할 수는 없다. 그러나 공시지가가 좀더 신뢰받는 지가정보를 제공하고 불필요한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서는 우선 주어진 범위 내에 서라도 평가보고서의 내실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평가보고서의 내실화를 기하기 위해서는 ‘표준지 조사사항 및 가격평가의견서’ 구성체계를 좀더 정밀하게 만들어야 하겠지만, 동시에 담당감정평가사들이 실제로 가장 중요한 가치추계 주력할 수 있도록 제출하는 보고서를 줄여주는 등 가능한 부수적인 업무를 최소화시켜 주는 것도 필요하다. 4. 맺음말 제도 시행 10년째를 맞이한 공시지가제도는 현재 광범위한 전국적 지가정보 및 토지특성정보체계의 구축, 과세기능의 정상화 등 점 차 그 역할을 더해가고 있다. 초기 제도운영상의 미숙과 몇 가지 미비한 점이 없지 않았으나 그 동안 수 차례에 걸친 개선을 통해 이제 공시지가제도는 안정적인 운영기 반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금융기관은 물론 일반기업과 개인들도 토지거래에서 공시지가를 참조하는 등 민간의 활용도 점차 확대되는 추세이다. 특히 공시지가제도 시 행이전 각 부처마다 독자적으로 지가를 산정, 혼란스러웠던 공적지가체계가 공시지가제도로 일원화됨으로써 지가조사의 낭비적 요소를 줄이고 토지정책과 조세정책의 실효성이 크게 제고되었음은 공시지가제도를 통해 얻은 가장 큰 소득이다. 최근 공시지가제도에 대해 여러 가지 개선방안들이 제시되고 있지만, 반드시 인식하여야 할 점은 그러한 개선들이 정착단계인 공시지가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정보는 일관된 기준과 방법으로 누적될 때 더 큰 가치를 발휘하게 된다 . 지가제도를 운영하는 데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부동산시장환경의 변화 등 외적 조건이 달라진 점이 있지만 그것이 공시지가제도의 역할을 축소해야 할 이유가 되지 않 는다. 그렇다고 해서 현행 공시지가제도에 미비점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좀더 정확하고 신뢰받을 수 있는 공시지가가 되기 위해서는 전술한 것과 같은 해결 과제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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