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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를 지키는 미덕

박 한 주
한국감정원 부동산감정부 사원

세상을 살아가면서 가장 힘든 일은 아마도 매사에 중도를 지키는 일일 것이다. 목표를 향해서 투신하여 노력하는 일도 자신과의 싸움으로 때론 힘든 일이겠지만 그보다 더 힘든 일이 매사에 공정히 중도를 지키는 일이 아닌가 싶다.
중도는 우선 마음을 비우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인간자체가 근본적으로 불완전하기에 매사에 공정해 진다는 것은 보통 쉬운 일이 아니다. 궁극적으로 성인의 경지에 이르면 가능하다고 할까. 솔직히 나로서도 자신없는 일을 누군가에게 말한다는 것이 모순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에 대해서는 중도에 대한 미덕 또한 적용해도 좋지 않나 싶다.
이를테면, 소비생활의 무절제, 개인의 이기심이나 스트레스 등에 기인해 사소한 일에 괜한 불쾌지수를 높인다든가, 겉치레로 인한 쓸데없는 허영심에 사로잡힌다든가 하는 것들로부터 헤어나는 것이다. 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이란 것은 우선, 인간의 본능 중의 하나인 질투, 탐욕, 시기심을 버리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매순간 부딪치는 온갖 유혹과 매순간 선택을 기다리는 결정들 사이에서 미비하나마 이런 본능들을 쉽사리 떨쳐 버리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도를 지키는 미덕이 더 이상 개인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국민 전체에 걸친 기초정신으로 뿌리내려 확대될 때 합리적인 현실상으로 실현될 수 있으리라 본다. 이를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노력은 우선, 체면을 중시했던 부분에 있어서는 전통적인 유교정신에 지나치게 얽매이지 않으면서 대인관계에 있어서나 소비생활에 있어서 실속있게 대처하는 것이다. 이것은 스스로 할 수 있는 노력인 반면에, 파급효과가 막대한 즉, 스스로의 자각만으로는 현실적으로 힘든 부분도 있다. 바로 대중매체의 영향력이다.
한 예로, 부모들은 나름대로 인식이 깨어있어 건전한 소비생활을 하고 함부로 거친 행동을 하지 않으며 필요없이 고액과외 등을 시키지 않는다고 가정하자. 그런데 문제는 비슷한 그룹, 감성에 동요되기 쉬운 아이들은 요즈음처럼 난무하는 대중매체에 충분히 영향받아 중도와는 한참 거리가 먼 그릇된 문화에 감염될 수 있다. 실제로 요즘 대중매체를 통해 방영되는 많은 현실성 없는 프로그램들이며, 인기 연예인들을 위시한 유행성향의 리더, 불합리한 것을 합리화시켜 그저 우스갯거리로 넘어가기 일쑤인 방송풍토 등등이 지적되어야 할 점이고 어떠한 규제를 거쳐서라도 반드시 시정되어야 한다. 이것은 바쁜 현대생활 속에서 그나마 대중매체에 많은 부분 의존하여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특히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중도를 지키며 살아갈 수 있는 미덕을 심어주는 것을 저해하는 요소라고 생각된다.
방송의 다원화, 자율화도 물론 존중되어야 하겠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국민 전반에 경제적, 문화적, 정신적으로 안정된 기반을 만들기 위해 선행되어야하는 중도를 지키는 미덕이고, 결국 그것은 국민 개개인이 노력하여 개선될 수 있지만 사회전체를 움직이는 힘의 하나인 매체의 역할 또한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