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

Vol.145 SPRING 2022

쉼표 교양 여행의 발견

봄의 싱그러움을 마시는

하동 차(茶) 여행

우리나라에서 차 재배가 가장 먼저 시작된 하동은 차(茶)의 본향이라 불린다.
서기 828년 당나라에 사신으로 다녀온 김대렴이 차 종자를 가져와 쌍계사 주변에 심은 것에서 시작해 약 1,200여 년에 달하는 차의 역사와 문화가 스며있는 곳이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녹차를 생산하는 하동의 녹차 중에서도 4월 중순 이후에 따는 우전(雨前)을 찻잎 중 최고로 여긴다.
겨울을 지나며 굳건하게 푸른 잎을 지켜낸 최고의 차, 하동의 봄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꿈결 같이 흩날리는 십리벚꽃길의 벚꽃 비를 만난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하동의 봄이다.

글, 사진. 장은정 여행작가

봄을 맞은 하동의 전경.

세상에 하나 뿐인 지리산 뷰 찻집, 하동 차마실

하동의 녹차를 조금 더 특별하게 만날 수 있는 ‘차(茶)마실’을 위해 하동으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창밖의 풍경 속에 녹차 밭이 하나둘씩 들어오는가 싶더니 이내 터미널에 도착했다. 화개천과 산으로 둘러싸인 작은 터미널 너머로 크고 작은 녹차 밭이 드문드문 보인다. 봄을 맞아 초록을 입은 하동은 녹차 향이 묻어나는 바람마저도 싱그럽다.

이제 본격적인 ‘차마실’을 떠날 시간. ‘차마실’은 하동의 주민들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공정여행 조합 ‘놀루와’의 차 키트 대여 프로그램으로 피크닉 바구니와 피크닉 매트, 다기 세트, 차, 찻물, 다식 등이 포함되어 있다. 설레는 마음으로 피크닉 바구니를 받아 들고 경치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정금다원으로 차마실을 떠났다. 탁 트인 지리산의 풍경과 싱그러운 차 밭을 벗 삼아 즐기는 나만의 느긋하고 향긋한 티타임. 차 한 모금에 따뜻한 기운이 온몸에 퍼지고 마음은 이내 평온해진다. 지리산과 눈 맞추며 보낸 평화로운 시간과 나를 위해 정성껏 내린 차 한 잔은 그렇게 삶 속에 스며들어 기억 속에 오래도록 진하게 남았다.


지리산과 녹차 밭을 바라보며 즐기는 나만의 티타임.

하동 차마실 이용 방법

  • ◎ 예약 방법

    검색창에 ‘놀루와 협동조합’ 검색 → 다달이 하동 → 하동 차마실 선택

  • ◎ 이용 요금

    1세트 20,000원

  • ◎ 이용 시간

    10:00 ~ 18:00

  • ◎ 대여 장소

    예약 후 문자로 전송

지리산과 녹차 밭을 바라보며 즐기는 나만의 티타임.

제대로 만든 하동 녹차를 만나는 곳, 매암제다원

1968년부터 3대째 차를 덖는 매암제다원은 SNS에 검색하면 수만 개의 인증 사진을 찾아볼 수 있는 핫플레이스다. 이곳이 유명한 이유는 연둣빛 차 밭과 향긋한 차의 향, 그와 더불어 다원 입구의 운치 있는 목조 건물이다. 조선총독부 산림국 산하의 임업 시험장 관사로 쓰이다가 해방 후 다원의 소유가 된 건물로 96년의 세월을 버틴 적산 가옥으로 건물 내부는 차 박물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마루에서 바라보는 차 밭과 지리산의 풍경이 아름다워 인증 사진 명소가 되었고, SNS를 타고 퍼지며 전국의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다원 안쪽의 매암 다방에서 음료 한 잔을 주문하면 차 밭과 박물관을 무료로 둘러볼 수 있다.

원하는 차의 종류를 골라 직접 우려내어 마시는 매암제다원의 녹차.

일제 강점기 시대에 지어진 목조 건물은 차 박물관으로 단장해 모두에게 개방하고 있다.

소원을 담은 기왓장.

대한민국 차(茶)의 뿌리, 쌍계사

무성한 벚나무가 만들어낸 초록의 터널을 지나면 두 개의 계곡이 만난다는 지리산 쌍계사에 닿는다. 쌍계사는 서기 724년, 신라 성덕왕 때 지어진 사찰로 신라의 문장가 최치원 선생이 학을 불러 타고 다녔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오랜 역사의 사찰이다. 당나라에서 가져온 차의 종자를 심어 우리나라 최초로 차 재배에 성공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오늘의 하동이 차의 본향이라 불리며 유명해진 이유를 거슬러 올라가면 바로 이곳 쌍계사가 있다. 화개 공영버스터미널 부근에서 시작해 쌍계사에 이르는 왕복 2차선 도로는 봄이 되면 벚꽃잎이 꽃비가 되어 흩날리는 벚꽃길로도 유명하다.

하동 쌍계사의 구층 석탑.

4월의 크리스마스, 십리벚꽃길

일제강점기인 1931년에 만들어진 곳으로 화개 공영버스터미널에서 쌍계사에 이르는 약 4km의 도로다. 길 양쪽에 늘어선 약 1,200그루의 벚나무에 벚꽃잎이 만개하는 봄이 되면 벚꽃잎이 눈발처럼 흩날리는 황홀하고 낭만적인 길이 된다. 사랑하는 연인이 이 길을 함께 걸으면 사랑이 이루어지고 영원히 헤어지지 않는다고 하여 ‘혼례길’이라 불리기도 하고, 바람에 흩날리는 벚꽃잎을 두 손으로 받으면 행운이 찾아온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십리벚꽃길의 벚꽃 터널.

경상도와 전라도를 가로지르는, 화개장터

익숙한 노래의 노랫말처럼 화개장터는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섬진강 바로 옆에 놓인 시장이다. 예전에는 닷새마다 열리는 오일장이었지만 지금은 여느 관광지에서나 볼 수 있는 특산물 장터가 되었다. 구례와 하동에서 생산되는 특산물을 파는 상점이 많고 간단한 먹거리를 파는 곳들도 많다.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시장이라 판매하는 품목이 다양하지 않고 볼거리가 다소 부족한 점은 아쉽지만, 하동의 상징 같은 곳이니 가볍게 들러보면 좋겠다.

2020년 수해로 입은 큰 상처를 딛고 새단장한 화개장터의 전경.

소소한 물건들을 둘러보는 재미가 있는 화개장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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