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경오염과 부동산시장

하 성 훈 | 현대환경연구원 수석연구원



1. 들어가는 말

언제부터인가 '환경'이라는 말이 우리들 일상생활의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이같은 경향은 부동산 시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교통이나 다른 입지여건과 함께 쾌적한 자연환경과 풍부한 녹지를 가진 주거지에 대한 일반인들의 선호가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쾌적한 환경은 '환경프리미엄'이라는 형태로 부동산 가격을 높이게 된다. 이와 반대로 환경오염이 심화되고 있는 지역이나 오염된 부지(敷地)는 부동산 가격의 하락뿐만 아니라 심각한 법적인 책임 문제를 가져오기도 한다.
특히 좁은 국토와 높은 인구밀도를 가진 우리나라에서는 개발 가능한 토지자원이 한정되어 있어 주거, 상업 및 공업 용지를 위한 재개발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는 기존의 주거지나 공장부지가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재개발되기도 한다. 또한, 이같은 재개발 과정에서 기업의 과거 생산활동으로 인한 토양오염이나 무단 매립된 폐기물로 인해 주민들의 민원이나 법적 분쟁을 겪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부동산 거래나 기업을 인수·합병하는 과정에서 대상 부동산의 과거 용도나 생산활동에 의해 유발된 환경문제에 대해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일반인들의 환경의식이 높아지고 정부의 환경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부동산시장에 있어서 부지의 토양오염이나 지하수오염과 같은 환경문제의 중요성은 계속 강조될 것이다. 따라서 향후 부동산시장에서 환경문제가 가져올 부정적인 영향을 미리 예측해 보고 이를 통해 다가올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 지혜를 모색해 보는 것이 이 글의 중요한 목적이다. 이를 위해 우선 부동산시장에 있어서 환경오염 문제의 등장배경과 영향에 대해 살펴보고, 환경오염에 따른 법적 책임과 분쟁 사례를 소개해 보도록 하겠다. 그리고, 오염부동산에 대한 감정평가 업계의 제도적인 대안이 될 수 있는 부지환경평가 제도와 주요 내용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2. 부동산 시장에서의 환경문제 등장 배경과 전망

   가. 토양오염 심화에 따른 오염부동산 문제의 대두

국내에서는 1996년 1월 토양환경보전법이 시행된 이후 토양오염에 대한 본격적인 관심과 조사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국내 환경정책은 대기, 수질, 폐기물 등의 오염매체별 관리로 추진되고 있는데 토양오염에 대한 법제화는 이중 가장 늦게 이루어졌다. 토양오염관리에 대한 법제화가 늦은 만큼 법률 내용, 제도 및 대책 등에서 아직 미흡한 면이 있기는 하지만, 국내 토양오염 실태에 대한 기초자료가 연차적으로 확보되고 있고 오염된 지역이나 토양오염유발시설의 관리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1998년말 현재 토양오염유발시설은 전국적으로 18,762개이며 주유소 11,231개, 산업시설 4,329개, 난방시설 등 기타 3,202개이다. 특히, 산업시설 중에서 유독물시설은 1997년말 93개에서 1998년말 122개로 1년 사이 약 31%가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참고 <표 1>).
환경부에서는 전국 토양에 대한 오염실태 및 추이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하여 토양오염의 사전 예방, 오염토양의 정화·복원 등 토양환경 보전정책의 기초자료로 활용하기 위하여 1987년부터 전국 토양에 대한 오염도를 조사하여 왔다. 그간의 토양측정망 운영실태를 살펴보면 측정지점은 1987년 250개 지역(각 5개 지점)에서 1998년 3,000개 지점으로 확대되었고, 카드뮴(Cd), 토양산도(pH) 등의 조사항목도 연도별로 다소 차이가 있으나 1987년 9개 항목에서 12개 항목으로 확대되었다. 그리고, 토양환경보전법이 시행된 이후 동법 제5조(토양오염도 측정 등)의 규정에 의거 토지용도를 중심으로 설치된 전국망과 오염원을 중심으로 한 지역망으로 이원화하여 토양측정망을 운영하고 있다.    

< 표 1 > 토양오염유발시설 현황(1998.12.31 현재)

합계

주유소

산업시설

기타(난방시설 등)

소계

석유류

유독물

18,762

11,231

4,329

4,207

122

3,202

 자료 : 환경부, 환경백서, 1999. p.287

한국토양환경학회가 작년에 환경부에 제출한 보고서는 1998년말 현재 전국의 토양오염량은 약1,780만㎥로 63빌딩 31.5개에 해당하며, 이를 복원하려면 최소 1조 250억원의 비용이 필요한 것으로 밝히고 있다. 토양오염량을 원인별로 보면 주유소 등 석유류 저장·제조시설 부근이 약 52만8천㎥, 휴·폐업 금속광산 주변이 약 1,727만㎥, 유독물질 저장시설 주변 2,400㎥ 등이다. 석유류 저장탱크의 누수율은 16.5%, 290개에 이르는 폐광은 17%, 93곳의 유독물시설은 1%가 토양오염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편, 동 보고서는 오염실태가 파악되지 않은 군사시설, 공단지역과 불법 매립쓰레기 등을 포함하면 오염면적과 복원비는 이것의 몇 배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부도업체들이 사업장에 방치한 산업폐기물은 모두 15만3천여톤이며, 1999년 2월 현재 11만5천톤이 그대로 쌓여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따라서 공장부지나 산업시설 등 오염지역에 대한 처리와 환경복원 문제가 점차 사회의 관심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나. 오염부동산에 대한 법률적 책임의 강화

일부 선전국가에서는 상업용 부동산을 거래할 때는 환경전문가에 의한 환경평가를 실시하여 그 결과를 매매 계약서에 반영시키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경향은 오염부동산을 매입했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분쟁을 사전에 대비하기 위해서 이다. 미국에서는 비록 과거 토지소유자의 행위에 의해 토지가 오염된 경우라 할지라도 법률적 책임은 이를 구입한 현재 소유자에게 지우고 있으며, 오염부동산의 정화비용도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이 경우 과거 소유자도 잠재적인 책임을 부담해야 되지만, 현실적으로 이들에게 책임을 부과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그리고, 과거 소유자에 대한 정화비용 분담을 평가하는 데는 많은 시간과 엄청난 소송비용이 필요하며, 소득의 손실도 가져오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 나라의 경우 아직까지는 부동산 거래에서 외국의 경우와 같은 환경오염조사나 환경평가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1996년 토양환경보전법의 제정으로 법적 책임이 강화됨에 따라 토양오염 관련 환경분쟁 및 소송 건수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국내에서 오염부동산에 대한 법률적 책임은 토양환경보전법, 폐기물관리법, 환경정책기본법, 환경개선비용부담법, 민법, 먹는물관리법, 유해화학물질관리법, 지하수법 등에 규정되어 있다. 최근에는 행정기관이 정황증거만으로 불법폐기물 처리명령을 내렸을 경우 과거 누가 폐기물을 매립했는지는 현재 토지소유자가 입증해야 한다는 판결도 나왔으며, 토지의 매수인에게 기존의 토양오염을 제거할 책임을 지운 판례도 나오고 있다.  

   다. 환경오염으로 인한 부동산의 가치 손실

사업장을 비롯한 부지의 환경오염은 해당 부동산의 가치에 여러 영향을 미치게 된다(참고 <그림 1>). 부지의 환경오염은 정화비용, 법률적 책임, 보상 등의 문제를 유발시켜 부동산의 사용가능성과 시장성을 하락시키게 되고, 결과적으로 부동산의 가치 손실을 가져오게 된다. 이러한 오염부동산에는 환경오염물질로 인하여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이미 오염의 영향을 받은 부동산뿐만 아니라, 인접한 환경오염유발시설로 인해서 장래에 환경오염의 영향을 받을 우려가 있는 부동산도 포함된다.
환경오염으로 인한 부동산의 가치 손실은 실재위험과 인지위험에 의해 발생하며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실제위험(Real Risk)은 오염을 복구하고 그 효과를 감시하는 모니터링 비용과 같이 과학적으로 계량화가 용이하지만, 인지위험(Perceived Risk)은 오염복구의 불확실성, 실패에 대한 위험 등과 같이 계량화에 어려움이 있다. 오염부동산의 가치 손실은 오염의 관리·정화 비용인 유형적인 직접비용과 스티그마 효과에 따른 무형적 손실로 구성된다.
스티그마(Stigma) 효과란 환경오염의 영향을 받은 부동산에 대해서 일반인들이 갖는 무형 또는 계량화할 수 없는 불리한 인식으로 정의할 수 있다. 여기에는 오염복구의 불확실성과 위험할지 모른다는 부정적인 인식의 결과로 직접적인 정화나 복구비용을 초과하는 부가적인 영향이 포함된다. 그 범위에는 부동산의 가치에 영향을 주는 모든 무형의 요인들이 포함되며 환경오염으로 인해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건강상의 부가적인 위험요소에 대한 일반인의 우려와 불안, 현재의 기술적 한계 등으로 인하여 알려지지 않은 오염피해에 대한 우려, 그리고 오염부동산에 대한 일반인의 부정적인 인식 등이 있다.


< 그림 1 > 환경오염이 부동산에 미치는 영향

   자료 : Chalmers, J. A., & S. A. Roehr, 1993. p.28.

   라. 오염부동산에 대한 금융기관의 관심 증대

토양이나 지하수오염 등 부동산과 관련된 법적 책임이 강화됨에 따라 직·간접적인 이해당사자 중의 하나인 금융기관에서는 오염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토지 매수인에게 대상 부지의 기존 토양오염을 제거할 책임을 지운 판결이 있었는데, 해당 매수인은 사업 양수인이 아닌 은행으로 오염원인자의 공장을 담보로 대출하였다가 담보권 실행절차를 통해 소유권을 취득했었다. 이처럼 부동산 거래나 담보권 설정시 대상 부지에 대한 환경오염 여부를 사전에 확인하여야 할 필요성이 (보다)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금융기관은 앞으로는 위기관리(Risk Management)를 위해 대출심사나 신용평가 과정에서 토지나 시설물 등 대상 부지에 대한 환경실태 조사와 평가를 실시하여 (향후) 법률적 책임 문제를 사전에 검토해야 할 것이다.   

   마. 부동산의 환경평가에 대한 국제표준(의) 제정 움직임

기업의 제품, 생산공정이나 경영부문에 대한 국제기준(Global Standard) 제정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는 품질, 안전 및 환경경영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기업이나 조직의 환경경영에 대한 국제표준으로 알려진 국제표준화기구(ISO)의 ISO 14000시리즈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ISO에서는 전세계적으로 환경문제가 심각해짐에 따라 환경오염을 유발시킨 기업이나 조직의 부지 및 시설물에 관한 법적 책임문제와 향후 발생될 잠재적인 위험을 사전에 평가함으로서 환경과 관련된 서로의 책임과 의무를 명확히 하는 것을 목적으로 새로운 국제규격인 ISO 14015의 규격화를 추진 중이다. 이러한 국제규격화 추세는 ISO 14000시리즈의 일환으로 관련 규격들과 연계되어 추진중이며, 오염된 부지에만 국한되지 않고 경영활동 전반에 대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기업이나 조직의 생산활동에 따른 결과로 유발되는 환경영향을 평가하기 위한 ISO 14015 규격은 일상적인 생산 과정이나 자산의 거래 또는 합병 과정에서 수행할 수 있으며, 중소기업을 포함하여 세계 어느 곳의 모든 기업과 조직에서 활용 가능하다. 본 규격은 그 적용에 있어서 유연하며, 외부전문가를 고용하지 않고 내부 조직에서 수행할 수도 있다. 예상 고객으로는 기업, 은행, 보험회사, 투자가, 부동산 소유자와 같이 거래를 통해 사업이익을 추구하는 조직과 대상 부지에 대한 과거, 현재, 미래의 이용자가 포함된다. 따라서 규격화가 완료될 2000년대 초반이후에는 환경오염과 연계된 부지의 환경영향을 평가하는 유용한 도구로 활용될 전망이다.  


3. 오염부동산에 대한 법적 책임

가. 법적 책임의 개요 및 원칙

우리나라에서는 오염부동산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최근에야 일기 시작했고, 이에 대한 법제화도 진행 단계로서 토양오염 관리에 중심을 두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관련 법률로는 토양환경보전법을 중심으로 폐기물관리법, 환경정책기본법, 환경개선비용부담법, 먹는물관리법, 유해화학물질관리법, 지하수법 등이 있다. 그런데 현행 토양환경보전법은 토양오염에 따른 법적 책임을 전반적으로 다루기 위한 종합적인 규범체계를 갖추고 있지는 못하기 때문에, 실제로 발생하고 있는 오염부동산의 환경분쟁에 대한 해결에는 크게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환경오염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자가 오염행위자를 상대로 불법행위책임을 묻거나, 토양 및 지하수가 오염된 토지의 매수인이 매도인을 상대로 채무불이행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오염행위자 또는 매도인에게 오염에 대한 고의과실(故意過失)이 있었음을 입증하여야 할뿐만 아니라 행위와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까지 입증해야 한다. 그러나 토양오염의 경우 그로 인한 피해가 장기간에 걸쳐 광범위하게 나타나는데 비하여 오염과 피해간의 역학관계를 정확히 입증하는 것이 불가능하며, 토양오염의 원인을 발생시킨 자가 그 행위를 통하여 수익을 얻는다는 점등을 고려할 때 사법상의 일반원칙만으로는 토양오염에 대한 책임을 공평하게 분담시키는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우선 이러한 환경분쟁에 대한 공·사법적 책임과 관련되는 원칙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 표 2 > 오염부동산에 대한 법적 책임의 원칙과 내용

적용원칙

해당법률 및 내용

오염인자 비용부담의 원칙

·환경정책기본법 제7조
·토양환경보전법 제15조 제1항, 제19조제1항                                                                              

무과실책임의 원칙

·환경정책기본법 제31조 제1항
·토양환경보전법 제23조 제1항

연대책임의 원칙

·환경정책기본법 제31조 제2항
·토양환경보전법 제23조 제2항

인과관계 입증책임의 경감

·개연성설(蓋然性說) 채택

소급책임의 원칙

·합리적으로 필요한 범위내에서 허용

국가최종책임의 원칙

·헌법 제35조 제1항
·토양환경보전법 제19조
·환경정책기본법 제4조
·환경개선비용부담법 제2조

 

토양오염을 포함한 오염부동산의 환경분쟁에 대해서는 환경정책기본법과 토양환경보전법 등 관련 법률에서 천명하고 있는 오염원인자 비용부담의 원칙, 무과실책임의 원칙, 연대책임의 원칙, 인과관계 입증책임의 경감, 소급책임의 원칙, 국가최종책임의 원칙을 적용할 수 있다(<표 2> 참고).

     나. 법적 책임의 유형

오염부동산에 대한 법적 책임은 크게 공법상 책임과 사법상 책임으로 나눌 수 있다(<표 3> 참고). 공법상 책임(환경법상 책임)은 정부로부터 토양오염 방지조치 또는 오염된 토양의 개선사업을 하도록 행정명령을 받거나 기타 행정처분 또는 형사처벌을 받게 되는 책임을 의미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토양오염에 관한 공법상 책임을 종합적으로 규율하지 못하고 토양환경보전법 뿐만 아니라 폐기물 관리법, 광산보안법, 수질환경보전법 등에 산재하여 규정함으로써 공법상 책임의 범위와 귀속 주체가 매우 모호한 실정이다.  

< 표 3 > 오염부동산에 대한 법적 책임

구분

법적책임 유형

구분

내용

공법상 책임

행정명령
행정처분
행정벌
형사처벌

토양환경보전법상 책임

·토양오염유발시설 운영자로서의 책임
·오염원인자로서의 책임

폐기물관리법상 책임

·오염된 토양은 폐기물관리법의 적용대상이 아님
·불법매립 또는 투기된 폐기물로 인하여 직접 오염된 토사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폐기물로 해석

사법상 책임

불법행위 책임

인수한토지에 공작물(토양오염유발시설)이 남아있을 경우

·토지 매수인은 손해배상책임 부담
  (민법 제758조)

인수한 토지에 공작물이 남아있지 않은 경우

·매수 또는 점유를 취득할 당시 토양오염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경우 매수인은 토양오염에 원인을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손해배상책임 부담

계약책임

·하자담보책임(매매계약의 해제 및 손해배상책임)
·불완전이행책임


사법상 책임(민사상 책임)은 토양오염으로 인하여 피해를 입었거나 입을 우려가 있는 제3자의 청구에 의해 피해방지를 위한 오염복구조치와 같은 일정한 행위 또는 손해배상을 하게 되는 책임을 의미한다. 토양오염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민사상 책임은 오염원인자가 피해자에 대하여 지는 불법행위책임(不法行爲責任)과 토양·지하수가 오염된 토지를 목적물로 하는 매매계약의 매도인이 매수인에 대하여 지는 계약책임(契約責任)을 들 수 있다.

4. 환경오염에 따른 분쟁 사례

   가. 화선키메탈 사례

화선키메탈(주)는 1982년 12월 설립되어 1991년 12월 도산할 때까지 약 9년 동안 비철금속제련공장을 가동하면서 납, 안티몬, 주석 등을 생산하였다.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특정폐기물은 제3자에게 위탁하여 처리했었는데, 부도 당시 동 회사의 공장부지에는 수탁업체가 수거해 가지 않은 납더스트, 주석 2차 슬래그, 납 1차 슬래그 등의 특정폐기물이 상당량 방치되어 있었다. 서울은행은 공장부지와 건물을 담보로 화선키메탈(주)에게 14억원을 대출한 상태에서 동 회사가 도산하자 곧바로 경비용역업체에 공장경비를 의뢰하였다. 또한 종업원들에 대한 미지급 임금 및 퇴직금 지급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하여 종업원들과 협의하여 약 10개월 동안 공장을 일부 가동하였는데 그 가동과 원료에 대한 관리부실로 폐기물이 추가로 발생하였다.
서울은행은 이 사건 부동산의 담보권 실행을 위해 경매신청을 하였으나, 원매자가 없어 4차례나 유찰 되었고 결국 서울은행이 최저경락가격의 40% 정도 밖에 되지 않는 낮은 가격으로 1993년 3월 이 부동산을 경락 받았다. 대구지방환경관리청은 서울은행이 이 사건 부동산을 경락 받음으로써 폐기물관리법상 폐기물처리 책임을 승계하였다고 보고 1994년 8월 서울은행에 대하여 폐기물처리명령을 내렸으며, 이에 대하여 서울은행은 특정폐기물배출자가 아닌 자를 대상으로 내려진 동 행정처분이 위법이라는 이유로 대구고등법원에 취소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이 사건에서 대구고등법원은 서울은행에 대하여 패소판결을 내렸고, 대법원은 서울은행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대구고등법원 및 대법원이 서울은행에 대하여 책임을 지움에 있어서 명시적으로 내세운 근거는 두 가지인데, 그 하나는 서울은행이 이 사건 토지에 대한 소유권을 취득할 당시 특정폐기물이 야적·방치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는 것과, 두 번째 근거는 서울은행이 이 사건 토지에 대한 소유권을 취득한 이후에 추가로 특정폐기물이 발생하도록 했다는 점이다. 이 사건은 대법원이 토지의 매수인에게 기존의 토양오염을 제거할 책임을 지운 선도적 판례를 남겼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 사건이다.

   나. 천호동 만년필공장 사례

국내에서도 1998년 10월에 행정기관이 정황증거만으로 불법폐기물 처리명령을 내렸을 경우 누가 폐기물을 매립했는지는 토지 소유자가 입증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 강동구 천호동 소재 만년필공장 부지가 최근 공원부지로 편입되는 바람에 토지 소유자는 이를 서울시에 팔았으나 땅속에서 불법폐기물이 대량 발견돼 처리명령을 받자 폐기물을 치운 뒤 서울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일반적으로 폐기물의 매립행위는 은밀하게 이뤄지는 특성 때문에 매립이 발생한 구체적인 일시와 방법 등을 특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토지소유주가 매립행위를 부인하기 위해서는 제3자가 매립했다거나 그 밖의 다른 원인이 있었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입증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다. 방학동 식품공장 사례

서울 도봉구 방학동 식품공장터 주변지역 주민들은 공장에서 버린 폐기물이 아니라 공장이 들어서기 전인 40년 전에 이곳에 버려졌던 생활쓰레기에서 풍겨오는 쓰레기 악취로 고통을 당하고 있다. 중랑천과 가까운 이곳은 1959년 공장이 들어서기 전까지 주민들이 연탄재나 음식물쓰레기 등을 버렸던 곳으로, 매립하고 포장해서 그 위에 공장을 지어 운영할 때까지만 해도 별 탈이 없었다.
그러나 1998년 공장을 군산으로 이전하기 위해 공장부지를 아파트 시공업체에 매도한 뒤 아파트 시공업체가 터파기 공사를 시작하자 매립된 생활쓰레기들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다. 터파기가 진행되고 있는 공사현장에는 40년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리병과 연탄재 등이 곳곳에서 흉물스럽게 드러났고 쓰레기 썩는 악취가 인근 지역에 진동했다. 이전을 앞두고 공장을 일부 가동하고 있던 식품공장 측도 뜻하지 않은 부지 환경오염 문제로 곤란을 겪게 되었다. 공장 측은 아파트 시공업체와 함께 24시간 쉴새없이 탈취제를 뿌리는 등 대응책을 마련하였지만, 주변 주민들의 민원과 피해는 피할 수 없었다.  

5. 오염부동산에 대한 부지환경평가 제도

  가. 배경 및 필요성

선진국가를 중심으로 부동산과 관련되는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데, 이같은 경향은 토양오염이나 지하수오염 대한 법적 책임의 강화에 직접적으로 기인한다. 국내에서도 1996년 토양환경보전법이 시행되면서 본격적으로 토양에 대한 오염현황을 파악하여 토양오염에 대한 책임, 처벌, 예방대책과 정화·복원 등 토양환경의 보전정책을 수립하게 되었다. 또한 최근 해외기업의 국내기업에 대한 인수·합병(M&A)이나 합작투자(Joint Venture) 과정에서 부지에 대한 환경오염진단과 부지환경평가서를 요구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오염진단을 통해 기업 M&A, 합작투자 및 부동산 거래시 사전에 대상부지에 잠재해 있는 각종 오염원의 정밀진단과 환경법규의 준수여부나 환경관리 제반 현황 파악이 가능해 진다. 환경오염진단과 평가서 작성을 포함하는 부지환경평가에 대한 필요성은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 각종 시설물이나 사업장 부지내 토양오염이나 지하수오염과 관련된 법률적인 책임을 명확히 할 수 있다.  
■ 오염부동산의 취득에 따른 막대한 재정적 손실과 위험을 사전에 예방하거나 거래 가격에 반영시킬 수 있다.  
■ 부지와 관련된 향후 환경관리 및 환경투자 비용을 사전에 예측할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의 전반적인 경영활동이 사업장 부지의 환경오염에 미친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토지나 시설물과 같은 자산의 거래 과정이나 정상적인 운영 과정에서 부지에 대한 환경오염평가가 필수적인 요소로 되고 있다.

  나. 정의 및 유형

국가별로 환경법규나 환경기준이 상이하기 때문에 부지환경평가의 정의, 대상, 범위, 절차, 방법, 보고 양식 및 법적 성격도 비교적 다양하다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부지환경평가(Environmental Site Assessment)란 대상 부지의 환경오염을 객관적인 방법과 절차로 조사·진단하여 환경영향을 평가하는 기법을 말한다. 부지환경평가는 부동산 거래에 있어 대상 부지의 환경오염 여부와 그 범위를 사전에 정확히 조사, 확인함으로써 매매 계약이후 이로 인한 재산상의 불이익이나 처리의무와 관련된 법적 책임 관계를 분명히 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이것은 공장 부지, 토지 및 시설물 등의 담보권 설정을 통한 금융기관의 대출 심사과정에 있어서도 대상 부지의 환경오염 여부를 사전에 조사하여 담보물건의 정확한 재산가치 파악을 돕는다. 따라서 부지환경평가는 부동산의 거래, 기업의 M&A, 기업의 신용평가 및 금융기관의 대출심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환경위기를 사전 예방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라 할 수 있다.

  다. 최근 동향  

부지환경평가에 대한 필요성과 본격적인 논의는 1990년대에 이루어졌으며, 정부에서보다 민간부문에서 자율적으로 제도화가 진행되었다. 민간부문의 자율적인 논의를 통해 부지환경평가가 제일 먼저 제도화된 국가는 미국으로서, 민간표준기구인 ASTM(American Society for Testing Materials)에 의해 1997년 규격이 제정되었다. ASTM에서 자율적으로 만든 부지환경평가의 표준규격은 현재 EU국가를 비롯한 선진국가들과 주요 다국적기업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부동산 거래와 담보대출 등 민간부문에서 활용 범위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부지환경평가와 관련된 표준화의 다른 한 움직임은 국제표준화기구(ISO)에서 진행되고 있다. ISO에서는 환경경영에 대한 국제규격인 ISO 14000시리즈의 하나로 기업을 비롯한 조직의 사업장 부지뿐만 아니라 사업활동의 결과를 내용으로 하는 ISO 14015 '부지 및 조직에 대한 환경평가(EASO)'의 표준화를 진행시키고 있다. 최근 미국 ASTM은 기존 부지환경평가 규격의 개정 작업을 통해 지적된 문제점과 요구사항 등을 반영시키려 하고 있으며, ISO 14015 표준화도 두 번째 위원회초안(Committee Draft) 단계로 진행되고 있다.

   라. ASTM의 부지환경평가 제도

미국에서 부지환경평가(ESA) 제도의 규격화는 ASTM 위원회 E-50에서 담당하며, 상업용 부동산 거래에서 환경평가에 관한 사항은 분과위원회 E50.02에서 수행하고 있다. ASTM의 부지환경평가 규격은 상업용 부동산의 환경여건을 평가하기 원하는 당사자간에 자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고, 일명 슈퍼펀드(Superfund)법으로 알려져 있는 CERCLA의 '무고한 토지소유자 변호'의 목적을 위한 '합당한 조사'로도 활용된다. 이 법률은 특정 유해물질의 무분별한 배출을 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1980년 12월 11일에 제정되었으며, 부지환경평가의 법률적 근거를 제공하고 있다. CERCLA에서 부지평가를 수행하는 과정은 <그림 2>에 제시되어 있다.  
ASTM의 부지환경평가 제도는 규격 E 1527, E 1528, E 1689, E 1903의 네 개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 규격은 부지환경평가의 진행 과정에서부터 부동산 거래시 검토 과정, 오염부동산에 대한 개념적 부지 모델의 개발을 위한 지침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본 규격은 두 단계의 진행 과정으로 구성되어 있다. 부지조사와 초기평가 단계인 Phase Ⅰ ESA와 부지특성화와 정화조사 단계인 Phase Ⅱ ESA를 말한다.
 

<그림 2 > CERCLA의 부지평가 진행 과정 (자료: US EPA)
 주  : HRS(Hazard Ranking System), NPL(National Priorities List)


(1) Phase Ⅰ ESA
Phase Ⅰ ESA는 규격 E 1527에 따라 기록 검토, 부지 현장답사, 인터뷰, 보고서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기록검토 과정은 대상 부지의 연혁, 토지이용, 자료출처 및 관련 환경정보에 관해 검토하는 단계이다. 두 번째, 부지 현장답사에서는 일반적인 부지입지에 대한 조사와 과거와 현재의 토지이용 및 시설물의 내·외부 조사가 진행된다. 세 번째, 인터뷰 과정은 소유자와 점유자, 지방공무원을 대상하며 환경관련 문서와 기록에 대해서도 질문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추천된 보고서 양식과 내용을 통해 부지환경평가서(ESA Report)를 작성하는 과정이다. Phase Ⅰ ESA에서는 현장 샘플링이 필요하지 않으며, 평가의 유효한 효력은 180일(6개월)이다.

(2) Phase Ⅱ ESA
Phase Ⅱ ESA는 규격 E 1903에 따라 수행되며 일차적인 목적은 부동산에 관한 공식적인 사업의사결정을 지원하기 위해 오염의 성격과 내용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Phase Ⅰ ESA 또는 거래심사과정에서 지적된 현장환경여건을 평가하는 것이다. 또한, 환경전문가에 의해 평가된 현장환경여건에 대해 유해물질이 부지에 매립되거나 배출되지 않았다는 전문가 의견 제시를 통해 무고한 구매자가 CERCLA에 의해 보호받을 수 있는 충분한 정보를 개발하는 것이다. 의뢰인과 환경전문가간에 자율적인 계약을 통한 Phase Ⅱ ESA의 업무 범위는 여러 반복 작업으로 구성되어 있고, 이용자의 의도가 만족된다면 어느 시점에서나 종료될 수 있다. 본 규격은 업무 범위의 개발, 평가 작업, 자료 분석과 프리젠테이션, 결론의 프리젠테이션 등으로 구성된다.  

6. 맺음말

부동산 거래에서 토양오염이나 지하수오염 등 부지오염으로 인한 손해배상, 환경소송 및 법적 책임문제가 점차 증가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국내에서도 이에 대한 연구와 제도화 등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또한 본 글에서는 오염부동산의 거래과정에서 발생하는 미래의 환경위기(Environmental Risk)를 사전 평가하여 법적 책임문제를 명백히 할 수 있는 효과적인 실천수단으로 부지환경평가 제도의 도입을 제안하였다. 일반적인 환경정책의 수립에서도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사전 예방이다. 사후적인 문제해결에는 많은 비용과 시간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부동산과 관련된 환경영향을 거래 이전에 파악할 수 있는 부지환경평가는 환경오염의 예방을 위한 정책수단으로서 뿐만 아니라 부동산 거래의 유용한 도구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은행, 보험사나 신용평가회사와 같은 금융기관은 신용평가, 담보권 설정, 보험료 산정, 대출심사 과정에서 위기관리를 위해 부지환경평가의 활용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 실제 선진국의 많은 금융기관들은 자체 환경위기관리 프로그램이나 ASTM 규격에 따른 부지환경평가서의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금융기관이 관련된 부동산 거래에서 부지환경평가는 필수적인 전제조건이다. 지난 경제위기로 쓰러진 많은 기업의 사업장과 부동산을 보유한 국내 금융기관에서는 반드시 관심을 가져야 할 내용이다.  
일상적인 부동산 거래에서도 오염부동산으로 인한 법률적 책임을 피하기 위해서는 토지나 시설물, 특히 공장부지로 장기간 사용되어 오거나 인근에 폐기물이 매립되었을 개연성이 있는 토지를 취득할 때에는 사전에 환경오염 여부를 조사해야 할 것이다. 부동산 거래시 환경오염 조사를 위한 체크리스트를 제안하면 <표 4>와 같다. 이같은 조사를 통한 환경평가 결과에 따라 거래 자체를 포기하거나 향후 일어날 수 있는 환경오염의 책임 소재를 계약서에 명시하고 매매가격에 적절히 반영하는 지혜가 필요하리라 본다.  

< 표 4 > 부동산 거래시 환경오염 관련 체크리스트

구분

항목

내용

법적책임

공법상 책임

행정처분, 행정명령, 형벌현황

사법상 책임

손해배상, 민사소송현황

토양오염유발시설 유무

토양환경보전법상의 해당시설 설치 확인

토양오염유발시설의 운영

토양오염유발시설의 운영현황

토양오염검사

정기검사 및 수시검사 유무, 보고결과

관련 공작물 유무

지하유류저장시설 등의 토양오염 관련 공작물 유무 확인

현장조사

사업활동

양도인의 사업활동 내용, 용도확인

부지현황 조사

자연환경 및 식생조사, 인터뷰 등

주변환경조사

주변 자연환경 조사, 주민 인터뷰 등

폐기물관리

발생폐기물의 처리 및 보관현황 조사

 

■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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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토양환경보전법·시행령·시행규칙
American Society for Testing Materials, Standard Practice for Environmental Site Assessment : Phase Ⅰ Environmental Site Assessment Process (ASTM Designation : E 1527-97), ASTM, USA, 1997.
Chalmers, J. A., & S. A. Roehr, "Issues in the Valuation of Contaminated Property", The Appraisal Journal, Appraisal Institute, USA, 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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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O/TC 207/SC 2 N 141, ISO/CD 14015.2 Environmental Management : Environmental Assessment of Sites and Organizations, ISO, 1999. 6. 20.
Kinnard, W. N., and E. M. Worzala, "How North American Appraisers Value Contaminated Property and Associated Stigma", The Appraisal Journal, July, 1999.
Wetterstein, P.(edt.), Harm to the Environment : The Right to Compensation and the Assessment of Damages, Clarendon Press, 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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