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택 50만 가구 과잉공급 논란
유 하 룡 | 매일경제신문 사회 2부 기자
최근 부동산 시장이 때아닌 주택공급 과잉논쟁으로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정부가 올해 주택 50만 가구를 짓겠다고 발표한 게 논쟁의 발단이 됐다.
민간 연구소들은 시장수요를 감안하지 않은 "무리한 공급확대 정책"이라고 비판하는 반면 정부는 "아직 초과공급을 얘기할 시기는
아니다"며 설전(舌戰)을 벌이고 있다.
공급과잉은 자칫 잇딴 미분양 사태를 촉발시켜 이제 막 회복기에 접어든 주택시장에 다시 한번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점에서 간과할 수
없는 사안이다.
그렇다면 올해 주택공급량 50만 가구는 과연 적정한 것일까.
일단 민간연구소들의 말을 들어보자.
삼성경제연구소는 이달 초 내놓은 보고서에서 "50만 가구 공급은 무리"라고 주장했다.
매년 인구증가율이 이미 0.7∼0.9% 선으로 떨어졌고 특히 결혼연령층인 20∼39세 인구는 더욱 줄어든다는 것. 이에 따라 시장에서 소화할
수 있는 주택은 연간 33만 가구가 적정하다는 설명이다.
삼성경제연구소 관계자는 "50만 가구가 일시에 쏟아지면 10만 가구 이상 대량 미분양을 낳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김성식 ＬＧ경제연구소 연구위원도 이같은 주장에 동조한다.
주택수요를 결정짓는 요소인 가구(家口) 증가분, 주택멸실분, 누적된 대기수요 등 세 가지 모두 매년 감소추세에 있다는 게 논거다.
현재 가구 증가분은 매년 20만 가구. 여기에 재개발·재건축에 따른 주택멸실분도 과거 10만 가구 수준에서 5만 여 가구 정도로 줄었다는
것. 물론 잠재적인 대기수요를 5만6000∼5만7000가구로 잡아도 30만 가구를 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김 연구위원은 "그나마 용인 등에 잠재했던 가수요마저 프리미엄이 깨지면서 사라지고 있다"면서 "지난해 11월 이후 미분양이 다시 늘어
7만 가구를 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하반기 이후 주택업체들이 공급을 줄일 가능성마저 높아지고 있다는 것.
이에 대해 정부와 주택산업연구원은 아직까지 공급과잉을 말할 단계가 아니라고 일축한다.
건교부는 99년 말 주택보급률이 93.3%에 불과하고 그나마 수도권은 83.2%에 그치고 있어 잠재 수요가 충분하다는 논리다.
김우진 주택산업연구원 실장도 "지난해와 모든 조건이 동일하다면 올해에도 42만 가구 정도는 소화할 수 있다"면서 "중도금 대출확대
등으로 정부가 수요촉진책을 쓴다면 50만 가구는 과잉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보급률 100%를 달성해도 매년 30만 가구는 필요하다"면서 "소득이 회복되면서 교체수요가 늘고 있는 것도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말 이후 소득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런 주택 '필터링'(filtering)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얘기다.
강남에 살던 고소득층이 용인으로 옮기면 강남 아파트는 중산층이, 중산층이 살던 아파트는 다가구주택 소유자가 차지하는 식으로
연쇄적인 주거상향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
김 실장은 결국 주택공급량이 얼마냐 보다는 주택보급률과 수요를 촉진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수단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에 따라 금리인하와 중도금 대출확대는 물론 과감한 세제개편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앞으로 부동산 값이 폭등할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에 취득·등록세 등 거래과세는 대폭 줄이고 재산세 등 보유과세를 높이는 것도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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