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김광천 감정평가사님께서 기고하신 글입니다.
글. 김광천 감정평가사(대한감정평가법인 호남지사 지사장)
나는 처음 감정평가 업무를 수도권에서 시작했다. 그러다 약 13년 전쯤 고향인 전라남도에서 근무를 시작하면서 수도권과 가장 크게 차이를 느낀 것이 있었다. 보상평가 현장조사
시 지장물 조서가 없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이다. 지장물 조서가 없이 현장조사를 하다 보니 나무의 이름을 몰라 난처한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나무를 공부해보기로 마음을
먹고 시중에 있는 나무도감을 보니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때부터 봄, 여름, 가을, 겨울 아침마다 같은 공원을 다니면서 같은 나무가 사계절 동안 어떻게
변하는지도 관찰하고, 수목원도 다니면서 인터넷도 검색하는 등 공부를 하다 보니 어느 정도 체계를 잡을 수 있게 되었다.
이하에서는 감정평가 현장에서 자주 접하게 되는 나무를 좁은잎나무(침엽수)와 넓은잎나무(활엽수)로 나누어 설명하고자 한다. 좁은잎나무는 대부분이 상록수로, 한눈에 바로 알 수
있는 포인트를 짚어서 설명하고 도식을 만들어 놓아 찾아볼 수 있게 하였다. 넓은잎나무는 우리가 토지 감정평가를 할 때 지역분석을 거쳐 개별분석을 하듯이 나무도
잎이 홑잎인지 겹잎인지, 잎이 어긋나는지 마주나는지, 잎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는지 없는지, 낙엽수인지 상록수인지 등으로 분류하고(지역분석과 유사), 구체적으로 유사한 나무와
어떻게 다른지(개별분석과 유사) 알아가는 것이 나무를 아는 가장 빠른 길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는 넓은잎나무 하나하나 분석하기에는 지면 관계상 어려우니 지역분석과 유사한
거시적 분류를 하고, 매실나무와 살구나무는 비슷하지만 어떻게 다른지와 같은 미시적 분류는 차후 기회가 된다면 그때로 미루고자 한다. 넓은잎나무 또한 설명한 거시적 분류를
뒤에 도식을 만들어 놓아 찾아볼 수 있게 하였다.
좁은잎나무에 대해서는 고기를 잡아주고 넓은잎나무에 대해서는 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어 나무 구별의 소양을 높이는데 기여하고자 한다. 한편, 배롱나무나 모과나무같이
수피(나무껍질)가 특이한 경우에는 수피를 통해 나무를 구별할 수 있지만, 대부분 수피로 구별하기 어려우므로 나무 개별 구별 시 한정적으로 활용한다. 또한, 꽃은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1으로 감정평가 현장에서는 나뭇잎을 자주 접하니 나뭇잎에 대해서 중점적으로 다루겠다.
1 꽃이 열흘 동안 붉게 피어있는 경우는 없다는 뜻으로, 막강한 권력도 언젠가는 무너진다는 말이다.
좁은잎나무는 원래 침엽수를 우리말로 바늘잎나무라 하는데, 이를 또다시 바늘잎나무와 비늘잎나무로 나누면 혼동되므로 바늘잎나무라는 용어보다는 넓은잎나무에 대응하는 좁은잎나무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 좁은잎나무는 잎이 바늘과 같이 가느다랗고 뾰족한 바늘잎나무와 물고기 비늘과 같은 비늘잎나무로 나눌 수 있다. 다음은 감정평가 현장에서 주로 볼 수 있는 좁은잎나무 종류에 대한 설명이다.
바늘잎나무는 가지에 어떻게 나뭇잎이 붙어있는지에 따라 다발모양, 깃꼴모양, 산발모양, 나사모양으로 나눌 수 있다. 다발모양은 한 다발에 몇 개씩 나뭇잎이 달려있는지에 따라 5개 초과(여러 개), 5개, 3개, 2개로 나눌 수 있다. 5개 초과가 한 다발에 묶여있는 나무는 히말라야시다와 일본잎갈나무가 있다. 히말라야시다는 학교에 많이 심겨 있는 나무로 상록수이고, 일본잎갈나무는 예전에 전봇대를 나무로 만들 때 사용했던 나무로 흔히 낙엽송이라고도 부르는 낙엽수이다. 5개가 한 다발에 묶여있는 나무로는 잣나무, 스트로브잣나무, 섬잣나무가 있다. 잣나무는 우리나라 산에서 자생하는 나무로 수피가 불규칙한 조각으로 벗겨진다. 스트로브잣나무와 섬잣나무는 조경수인데 전자는 북아메리카에서 온 나무로 수피가 니스칠을 해놓은 것처럼 매끄럽고 잎이 긴 반면, 후자는 울릉도에 있는 나무를 개량한 것으로 잎이 짧다. 3개가 한 다발에 묶여있는 나무는 리기다소나무가 있다. 이 나무는 우리나라 산이 헐벗었을 때 속성수로 들여와 심은 나무로 줄기에 잎이 바로 자라는 특징이 있다. 잎 2개가 한 다발에 묶여있는 나무로는 소나무, 곰솔, 금송이 있다. 소나무는 줄기가 붉어서 적송이라고도 하며 곰솔은 해안가에 주로 있는 나무로 소나무와 아주 유사하나, 줄기가 검어서 검솔에서 곰솔로 이름이 변한듯하다. 금송은 일본에서 온 나무로 잎 너비가 넓은 점으로 구별할 수 있다.
소나무
전나무
잎이 하나씩 달리는 깃꼴모양의 바늘잎나무는 새 가지가 잎 색깔과 비슷한 초록색 또는 줄기 색깔과 비슷한 갈색으로 구분되며 별도로 낙엽수인 나무가 있다. 새가지가 초록색인
바늘잎나무로는 비자나무, 주목, 개비자나무가 있다. 비자나무는 잎이 단단하고 날카로워 만지면 아프고 주목과 개비자나무는 잎이 부드러워서 만져도 아프지 않다. 주목은 잎이
짧고 개비자나무는 잎이 길어서 구별된다. 새가지가 갈색인 나무로는 전나무, 구상나무, 독일가문비를 들 수 있다. 이들은 잎 뒷면 기공선(숨구멍)이 육안으로 보이는지에 따라
보이면 전나무 또는 구상나무이고, 보이지 않으면 독일가문비로 나눌 수 있다. 전나무는 잎끝이 뾰족하고 구상나무는 잎끝이 부드러운 요철 모양이어서 구별된다. 한편 낙엽수로는
메타세쿼이아와 낙우송이 있다. 전자는 잎이 마주나고 후자는 잎이 어긋나서 구별된다.
산발모양으로는 노간주나무가 있는데 가지에 잎이 가지런히 붙지 않고 3개 정도가 돌려서 난다. 노간주나무는 가지가 탄력이 있으면서도 단단하여 소코뚜레 용으로 쓰였다고 해서
우비목이라고도 한다. 나사모양으로는 일본에서 들어온 삼나무가 있다.
비늘잎나무는 바늘잎나무에 비해 간단하다. 잎 뒷면이 앞면과 동일한 것은 측백나무이고 잎 뒷면 기공선이 Y자 모양인 것은 편백이며, X자와 유사한 것은 화백이다. 잎 앞뒷면이
같은 비늘잎나무 중에 잎이 두툼한 것은 서양측백나무이고 잎이 얇은 것은 측백나무이다. 묘지 주변에 노란색 잎이 있는 것은 황금측백나무이다. 어떤 이름이건 비늘잎나무 중 잎
앞뒷면이 동일한 것은 측백나무의 일종이다. 옛 선비들이 표리부동(表裏不同, 앞에서와 뒤에서 하는 행동이 다르다)하지 않는다고 하여 측백나무를 귀하게 여겼다고 한다. 잎 뒷면
기공선이 X자 유사한 비늘잎나무는 잎이 두꺼우면 화백이고 잎이 가늘면 실화백으로 나누어진다. 한편, 바늘잎과 비늘잎이 혼재되어 있는 나무가 향나무이니 쉽게 다른 나무와
구별할 수 있을 것이다.
이상에서 좁은잎나무에 대해서 알아봤는데 위에서 언급한 나무 정도만 알아도 현장에서는 거의 대부분 소화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다음으로 넓은잎나무에 대해서 알아보자. 앞에서도 서술하였다시피 넓은잎나무는 좁은잎나무와 다르게 고기 잡는 방법을 기술하고자 한다. 넓은잎나무는 그 숫자도 많고 공통적인 부분에 묶이는 나무가 많아 바로 개별적인 나무 분석을 하기 어렵다.
1 동백나무 2 대추나무
3 유자나무 4 감나무 5 무궁화
5 무궁화
넓은잎나무는 잎이 홑잎이냐 겹잎이냐를 먼저 구별한다. 홑잎은 둥근잎과 갈래잎으로 나뉘고 겹잎은 손꼴겹잎과 깃꼴겹잎으로 나뉜다. 홑잎과 겹잎은 각각 잎이 어긋나는가
마주나는가에 따라 나누어지고, 이는 다시 잎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는지 톱니가 없이 매끈 한지(전연)로 나뉜다. 이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낙엽수인지 상록수인지로 또 나뉜다.
여기까지가 토지 감정평가로 생각하면 지역분석에 해당하는 내용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넓은잎나무가 홑잎인지 겹잎인지는 겨울눈(다음 해에 잎, 가지, 꽃이 되는 봉우리)이 어디에 달려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홑잎은 잎마다 겨울눈이 나오고 겹잎은 잎 전체에 한
개의 겨울눈이 나온다. 회양목은 잎이 아주 작지만 잎 한 개마다 겨울눈이 들어있기 때문에 홑잎이며 그 자체가 완성된 하나의 잎이다. 호두나무 잎은 길지만 작은 잎들 사이에는
아무리 봐도 겨울눈이 없다. 잎 전체가 아래 가지와 맞닿는 부분에 겨울눈이 한 개 있을 뿐이다. 그래서 호두나무 잎은 작은 잎(실제는 크지만) 여러 개가 붙은 전체가 하나의
잎이 된다.
홑잎은 매실나무와 같은 둥근잎과 단풍나무와 같은 갈래잎으로 구분할 수 있다. 반면에 겹잎은 오갈피나무와 같은 손꼴겹잎과 옻나무와 같은 깃꼴겹잎으로 구분할 수 있다. 나무가
홑잎인지 겹잎인지가 왜 중요할까? 첫째, 한번 홑잎인 나무는 계속해서 홑잎이고 한번 겹잎인 나무는 계속해서 겹잎이라 두 종류 나무를 헷갈릴 일이 없기 때문이다. 느티나무는
홑잎이고 참죽나무는 겹잎이니 홑잎과 겹잎의 의미를 안다면 두 나무를 같거나 유사하게 볼 일은 없다. 둘째, 어긋나는 나무와 마주나는 나무 구별에 도움을 주기 때문인데,
여기에 대해서는 잎이 어긋나는 나무와 마주나는 나무를 설명할 때 다루겠다. 그러면 현장에서 나무를 볼 때 겨울눈이 어디에 있는지 일일이 봐야 홑잎과 겹잎이 구별될까? 꼭
그렇지는 않으며 비교적 쉽게 구별하는 방법이 있다. 먼저 손꼴겹잎은 작은 잎 3~7개가 손가락 모양으로 모여서 한 개의 잎을 이루기 때문에 쉽게 구별된다. 깃꼴겹잎의 경우
가운데 잎이 툭 튀어나와 있으며 이를 기준으로 하여 겹잎으로 보면 된다. 호두나무, 옻나무 등 우리가 주위에서 보는 대부분의 깃꼴겹잎 나무는 홀수의 작은 잎으로 구성되어
있어 가운데가 툭 튀어나온다. 작은 잎이 짝수로 구성된 나무는 주엽나무, 조각자나무, 중국굴피나무 등으로 우리가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드문 나무이다. 참고로 겨울눈은
겨울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고 대부분 잎이 나온 지 오래지 않아 잎과 가지 사이에서 만들어진다.
넓은잎나무는 홑잎이든 겹잎이든 모두 어긋나는 나무와 마주나는 나무로 구별할 수 있다. 어긋나는 나무와 마주나는 나무의 차이는 동물로 치면 포유류와 파충류의 차이만큼 크다.
한번 어긋나는 나무는 계속해서 어긋나고 한번 마주나는 나무는 계속해서 마주난다. 어긋나고 마주나는 형태는 잎에서뿐만 아니라 가지와 겨울눈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나무를 구별하는데 굉장히 도움이 된다. 잎이 어긋난다는 것은 매실나무와 같이 가지의 왼쪽에 잎 한 개가 있고, 조금 떨어진 위치의 오른쪽에 잎 한 개가 나는 것이다.
마주난다는 것은 사철나무와 같이 가지의 왼쪽과 오른쪽의 잎이 맞대고 있는 것을 말한다. 한편 잎이 어긋나면 가지와 겨울눈도 어긋나고 잎이 마주나면 가지와 겨울눈도 마주난다.
잎과 가지는 하나의 겨울눈에서 나오기 때문에 잎이 어긋나면 가지도 어긋나고 겨울눈 또한 어긋난다. 사실은 어머니 격인 겨울눈이 어긋나므로 잎과 가지가 어긋나는 것이다.
마주나는 것도 이와 같은 이치라 하겠다. 감나무와 이팝나무는 나뭇잎 모양이 유사하여 꽃이나 열매가 없는 어린나무를 구별할 때 헷갈릴 수 있지만, 감나무는 어긋나는 나무이고
이팝나무는 마주나는 나무이니 이를 알고 있다면 쉽게 구별할 수 있다. 어긋나는 나무인지 마주나는 나무인지는 겹잎을 볼 때 주의해야 한다. 겹잎인 호두나무를 보면 작은 잎들은
마주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앞에서 언급했다시피 작은 눈 한 개마다 겨울눈이 들어있는 것이 아니라, 잎 전체에 겨울눈이 한 개 들어있기 때문에 잎 전체를 기준으로 봐야
한다. 잎 전체를 기준으로 보면 호두나무는 어긋난다. 호두나무의 경우 이와 같이 어긋나는 나무로 이해해야 가지가 어긋나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넓은잎나무는 어긋나는 나무든 마주나는 나무든 모두 잎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는지 가장자리가 매끄러운지로 구별할 수 있다. 감나무와 잎이 비슷하게 생긴 두충은 잎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고 감나무는 톱니가 없는 전연(全然)이므로 쉽게 구별된다. 또한, 잎이 하트모양으로 유사한 계수나무와 라일락도 톱니의 유무로 어렵지 않게 구별할 수
있다.
넓은잎나무는 모두 학창시절에 배웠던 낙엽수와 활엽수로 구별할 수 있으니 이를 활용하는 것도 손쉽고 유용한 방법일 것이다. 넓은잎나무 중 낙엽수는 주로 잎이 얇고 광택이
없으며 상록수는 잎이 두껍고 광택이 난다. 현장에서 흔히 보는 쥐똥나무와 광나무는 낙엽수인지 상록수인지에 따라 구별된다. 전자는 낙엽수고 후자는 상록수이다.
은행나무는 사실 잎은 넓지만 겉씨식물이기 때문에 좁은잎나무(침엽수)로 분류한다. 은행나무를 어떻게 분류하든 간에 잎이 부채꼴로 특이해서 쉽게 구별된다. 또한, 은행나무는
단지(짧은 가지)가 발달하기 때문에 이것도 구별 포인트로 기억해두면 좋을듯하다.
이상에서 감정평가 현장에서 어떻게 하면 나무를 쉽게 구별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 감정평가사 생활을 경험으로 기술해 보았다. 이는 내가 고유하게 생각해낸 부분도 있지만 대부분
나무도감에 있는 내용을 나름대로 알기 쉽게 풀어놓은 것들이다. 예를 들어 나무도감에는 한 줄로 호생(어긋나기), 대생(마주나기)으로 짧게 기술하고 지나갔던 것들을 어떻게
하면 현장에서 나무 구별에 도움을 얻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여 기술하였다. 주로 참고한 나무도감은
김진석·김태영님의 <한국의 나무>, 이광만·소경자님의 <나뭇잎 도감>, 윤주복님의 <나뭇잎 도감>이다. 특히 넓은잎나무 도식은 이광만·소경자님의 <나뭇잎 도감>의 체계를
따랐다.
여기서 다루지 못한 넓은잎나무 하나하나의 구별방법과 잎이 모두 떨어진 겨울에 겨울눈, 잎자국, 관다발자국 등으로 나무를 알아내는 방법에 대해서는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펼쳐보겠다. 본문에서 설명한 내용들은 학문적인 관점보다는 현장에서 나무 구별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현실적인 관점에서
서술한 내용들이니 혹여 필자보다 광대한 지식으로 보았을 때 보잘 것 없더라도 너그러이 이해해주길 바란다. 도식에 있는 사진들은 내가
현장이나 공원 등에서 직접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이니 이 또한 부족하더라도 이해 바란다. 아무쪼록 감정평가를 위한 물건조사나 현장조사에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 마친다.
김진석·김태영 저
한국의 나무
윤주복 저
나뭇잎 도감
이광만·소경자 저
나뭇잎 도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