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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들이에서집짓기까지,
메타버스 ‘예견된 성장’

견본주택 바깥으로 길게 늘어선 대기 줄, 새로 지어질 아파트의 조망과 교통망을 설명하는 홍보요원.
코로나19가 2년 가까이 지속되며 견본주택에서 흔히 볼 수 있던 장면들이 이제는 오래전 일처럼 느껴진다.
현재 분양 시장의 무게추는 오프라인 견본주택에서 메타버스 기술을 활용한 ‘실감형’ 견본주택으로 옮겨가고 있다.
메타버스란 무엇이고, 또 어디까지 성장할까, 과연 우리 부동산시장에 시사하는 점은 무엇일까.

글. 전효성 기자(한국경제TV 부동산부)

메타버스로 진화한 가상현실

‘메타버스(Metaverse)’란 단어는 지난 1992년 출간된 소설 ‘스노 크래시’에서 비롯됐다. 이 작품 속 가상세계의 명칭이 메타버스다. 가상을 뜻하는 ‘Meta’와 세계를 뜻하는 ‘Universe’가 합쳐져 만들어진 단어다. 메타버스가 최근 많이 언급되고 있지만, 이전에도 ‘가상현실’은 존재했다. SF 영화와 3D 동영상 등은 우리가 일상에서 즐겨왔던 가상현실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가상현실은 메타버스로 진화할 수 있었을까. 먼저 기존의 가상현실과 메타버스는 ‘방향성’의 차이를 보인다. 기존의 가상현실은 콘텐츠 제작자가 만들어 놓은 것을 그대로 수용하는 일방향적 특성을 보였다. 3D 안경을 끼고 영화를 보거나, 온라인 게임상에서 규칙대로 게임을 즐기는 방식처럼 말이다. 반면 메타버스는 양방향성을 지향한다. 콘텐츠 제작자가 공간을 창조했다면 소비자들은 그 공간을 다른 형태로 바꿀 수 있다. 가상공간 내에서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물론, 축제, 상거래까지 즐길 수도 있다. 콘텐츠의 소비를 넘어 현실의 연장이 되어가는 것이다. IT 기술의 발전도 메타버스의 등장을 앞당겼다. 증강현실로 대표되는 AR·VR기술은 내가 다른 공간에 와있는 것 같은 실감형 체험을 가능케 했다. 4G·5G 데이터 통신의 보급은 여러 사람이 가상공간에 모여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하는 기반이 됐다. 즉, 메타버스는 코로나19 이후 갑작스럽게 등장한 게 아니다. 누적된 IT 기술 발전을 바탕으로 기존의 가상현실이 메타버스로 진화한 것이다.

메타버스로 집 볼까요

실감형 가상현실인 ‘메타버스’는 코로나 시대 부동산시장에 가장 먼저 접목되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이 모이는 게 어려워지며 오프라인 견본주택 대신 메타버스 견본주택이 대세로 떠오른 것이다. VR 기기를 착용하고 메타버스 견본주택에 들어가 보자. 오프라인 견본주택을 뛰어넘는 경험을 느낄 수 있다. 단순히 아파트 내부를 사진과 동영상으로 촬영한 수준이 아니다. 현관, 거실, 방, 욕실, 주방까지 걸음을 옮길 때마다 각각의 위치에서 볼 수 있는 모든 시야를 그대로 제공한다. 시간의 제약이 없기에 훑어보기에 바빴던 오프라인 견본주택보다 더 꼼꼼히 살펴볼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집의 공간감도 더욱 현실감 있게 살펴볼 수 있다. 오프라인 견본주택은 발코니가 확장돼 있거나 소파, 침대 등이 배치돼 있어 집 본연의 구조를 명확하게 살펴보기 어렵다. 반면 메타버스 견본주택에서는 발코니 확장과 미확장을 선택해서 볼 수도 있고, 옵션·가구를 집어넣고 들어내기도 하며 집의 구조를 더욱 자세히 살펴볼 수도 있다.

후분양을 넘어 입주 직전 단계, 초고가 주택도 OK

현재의 아파트 분양은 선분양이 일반적이다. 집을 짓기 전에 견본주택만 보고 아파트를 계약해야 하는 건 수요자가 느끼기에 아쉬운 부분이다. 따라서 후분양이 논의되고 있지만, 이 역시도 완공 후 분양하는 것은 아니기에 실제의 집을 체감하기는 한계가 있다. 반면 메타버스 견본주택은 입주 직전의 집을 그대로 살펴볼 수 있다. 세대별 아파트 평면도와 내부는 물론, 아파트 바깥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전경도 한눈에 들어온다. 가까운 지하철역과 쇼핑센터까지 얼마나 걸리는지 직접 걸어서 가볼 수도 있다. 오프라인 견본주택에서는 지도와 아파트 모형으로 어림짐작해야 했던 주변 지형을 메타버스 견본주택에서는 실시간으로 구현해둔 것이다. 즉 선분양 제도의 한계가 가상현실로 극복된 셈이다. 초고가 주택도 메타버스를 활용하면 수월한 집들이가 가능하다. 초고가 아파트, 전원주택, 고급 빌라 등은 내부를 살펴보기가 쉽지 않다. 그 집을 구입하거나 전·월세 세입자로 들어가려 할 때도 마찬가지다. 매물이 적은 초고가 주택은 비슷한 평면을 가진 다른 집도 물색이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메타버스 기술을 적용해 해당 초고가 주택의 실내를 구현해 낸다면, 굳이 방문하지 않아도 그 집의 평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것이다.

메타버스로 짓는 집

현재 건설사들도 메타버스 기술을 건설현장에 접목시키는 중이다. 특히 안전관리 부분에 메타버스 기술이 가장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 공사현장에서의 안전사고는 말 그대로 부지불식간에 벌어진다. 발을 헛딛는 것부터 추락, 낙하 사고 등 각종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곳이 공사현장이다. 실제 지난해에도 400명이 넘는 근로자가 공사현장에서 집으로 퇴근하지 못했다. 이에 일부 대형 건설사들은 실시간 체험이 가능한 가상 공사현장을 메타버스 기술로 구현했다. 근로자들은 가상의 공사현장을 둘러보며 어느 곳에서 작업할 때 더욱 긴장해야 할지, 작업자가 어디까지 이동할 수 있는지 등을 사전에 경험할 수 있다. 위험 상황을 미리 경험함으로써 안전 사고의 비율과 피해를 줄이는데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건설업계의 대표주자인 현대건설은 메타버스 기술에 드론의 공중 촬영까지 접목시켜 공중과 지상의 안전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송받는 시스템을 개발해 둔 상태다.

아바타를 넘어서 플랫폼으로

현재의 메타버스 기술은 ‘아바타’ 수준에 그치고 있다. 가상공간에서 아바타를 조작하고, 아바타를 통해 타인과 소통에 나서는 방식이다. 기존 온라인 게임의 캐릭터를 생동감 있게 조작하는 수준인 것이다. 메타버스 견본주택도 가상의 아바타가 가상의 집을 둘러보는 초기 수준의 메타버스 기술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지금의 메타버스가 재미와 호기심으로 과도하게 부각되고 있다”, “가상의 공간에는 어떤 경제적 가치도 없다”라고 혹평하기도 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메타버스 기술이 조만간 플랫폼 기업과 합을 맞출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네이버, 카카오, 직방 같은 플랫폼과 실감형 콘텐츠가 만날 것이란 분석이다. 이렇게 된다면 메타버스로 창조된 가상의 공간은 실감형 업무공간이자 소비공간, 놀이공간으로 급격한 진화를 겪게 될 것이다. 과연 이런 가상의 공간이 만질 수 없다고 해서 가치가 없다고 치부할 수 있을까? 그 가상의 공간을 사고파는 것이 경제적 가치가 없는 것이라고 속단할 수 있을까? 메타버스 기술을 이끈 시대적 흐름은 이 같은 질문에 ‘NO’라고 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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