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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이렇게 돈 번다”···
MG세대 ‘재테크 풍속도’

글. 양영경 기자(헤럴드경제 건설부동산부)

“오늘도 돌격!” 지인 10여 명이 모인 카카오톡 채팅방에 유독 메시지가 폭주하는 날이 있습니다. 바로 나이키 한정판 운동화가 출시되는 날, ‘구매 성공’을 기원하는 의식(?)이 한바탕 치러지기 때문입니다. 사고 싶다고 살 수 있는 게 아닙니다. 홈페이지에 구매 신청을 한 사람을 대상으로 무작위 추첨을 통해 구매 기회를 주는 ‘래플(Raffle)’ 방식 탓에 희비가 엇갈리곤 합니다. 한 지인은 지금까지 총 98번 도전해 2번 성공했는데 이는 운이 좋은 사례입니다. 주변에 100전 100패 한 사례가 수두룩하기 때문입니다. 중고물품 판매업자가 아닌 일반인이 나이키 구매 대열에 합류하는 이유는 뭘까요. 바로 웃돈을 받고 제품을 되팔기 위해서입니다. 너도나도 사길 희망하는 인기 제품이다 보니 높은 금액에도 금방 팔리기 때문입니다. 이만한 ‘재테크’가 없다는 거죠.

이런 방식의 ‘되팔기 재테크’에 능숙한 이들이 바로 20~30대가 주축인 ‘MZ세대’입니다. MZ세대는 각종 온라인 플랫폼을 자유롭게 다루고 정보 수집에 능합니다. 여기에 자신의 취향과 개성을 마음껏 뽐내는 소비 성향이 어우러져 재테크 방식도 다변화하고 있습니다. MZ세대가 향유하는 ‘재테크 풍속도’는 어떤 모습으로 진화했는지 살펴봅니다.

리셀테크

‘리셀테크’는 되판다는 뜻의 리셀(Resell)과 기술을 뜻하는 테크(Tech)의 합성어입니다. 희소가치가 큰 명품 가방이나 시계, 신발 등을 정가에 구매한 뒤 높은 가격에 되팔아 차익을 얻는 재테크를 말합니다. 판매 품목에 따라 ‘스니커테크(스니커즈+재테크)’, ‘샤테크(샤넬+재테크)’, ‘롤테크(롤렉스+재테크)’, ‘레테크(레고+재테크)’, ‘스테크(스타벅스굿즈+재테크)’ 등으로 세분화됩니다. 물론 과거에도 마니아층 사이에 리셀테크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달라진 점은 20~30대 젊은 큰손들이 대거 뛰어들면서 시장규모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커졌다는 겁니다.

리셀테크의 핵심은 제품의 가치입니다. 한정판이 주는 희소성과 기존 제품과의 차별성이 가격 상승을 이끄는 원동력이 됩니다. 특히 앞에서 언급한 한정판 운동화는 초기 비용이 10~20만 원대로 저렴해 진입장벽이 낮은 편입니다. MZ세대가 리셀테크에 열광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통상 되팔 때 받을 수 있는 웃돈은 적게는 10~20%, 많게는 10~20배에 달합니다. 나이키가 지난 2019년 가수 지드래곤과 협업해 출시한 ‘에어포스1 파라-노이즈’는 눈에 띄는 사례입니다. 21만 9000원에 출시된 이 제품은 리셀시장에서 가격이 최고 1300만 원까지 치솟기도 했습니다. 리셀테크가 황금알을 낳는 투자처로 불리는 이유입니다.

금융상품과 달리 어려운 용어를 이해할 필요가 없고, 복잡한 계산식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도 MZ세대에게 매력적입니다. 제품을 손에 넣기만 하면 되파는 건 문제도 아닙니다. 온라인 중고거래 커뮤니티, 개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터넷 카페 등에 올리기만 하면 연락이 오고 거래가 이뤄집니다.

각 브랜드가 정책적으로 리셀테크를 부추기는 측면도 있습니다. 나이키는 분기마다 한정판 제품을 만들고 정해진 소량의 물량만 공급합니다. 제품의 희소성이 부각되면서 리셀테크하기 딱 좋은 환경이 조성됩니다.

주요 명품 브랜드는 제품 가격을 기습적으로 인상해 가치를 높입니다. 가격이 올라도 수요가 끊이지 않으니 구매 행렬은 끊이지 않습니다. 배짱 인상에도 제품이 없어서 못 파는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리셀테크 역시 활개를 칠 수밖에 없는 겁니다. 스테디셀러 제품을 사 놓기만 하면 가만히 있어도 가격이 오르니 리셀테크가 주식보다 대박을 치기 더 수월하다는 얘기까지 나옵니다.

상황이 이러자 대기업들도 리셀시장 공략에 발 벗고 나섰습니다.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는 지난해 3월 운동화 전문 거래 플랫폼 ‘크림’을 선보였습니다. 올해 1월에는 별도 법인으로 분사할 정도로 덩치가 커졌습니다. 지난해에만 거래액이 2700억 원에 달했다고 합니다. 급기야 롯데백화점을 비롯해 갤러리아백화점, 현대백화점 등 ‘유통 공룡’들도 한정판 운동화를 전문으로 다루는 오프라인 매장을 차렸습니다. 유통 기업들이 노리는 리셀테크 시장 그 중심에는 MZ세대가 있습니다. MZ세대가 소비 트렌드를 주도하는 한 리셀테크는 당분간 ‘불패테크’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뮤직테크

MZ세대의 재테크로 ‘뮤직테크’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음악 저작권 거래 플랫폼 ‘뮤직카우’를 활용해 음악 저작권에 투자하고 저작권료를 받는 투자 방식입니다. 이 플랫폼 사용자는 지난 6월 5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예상대로 사용자 70%가 20~30대 MZ세대로 나타났습니다. MZ세대에게 음악은 이제 ‘듣는 것’을 넘어 ‘사고파는’ 대상이 된 것입니다.

뮤직카우는 원저작권자로부터 저작권 지분 일부를 사들인 뒤 이를 누구나 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작게 분할합니다. 이 과정에서 개인투자자들은 저작권 자체가 아닌, 저작권료 수익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저작권료 참여청구권)를 사들이게 됩니다. 구매한 지분만큼 매월 저작권료를 받거나, 투자자 간 거래를 통해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뮤직테크의 가장 큰 매력은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나 노래에 투자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뮤직테크를 통해 일명 ‘덕질(팬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이유로 MZ세대 사이에서는 ‘덕질테크’로도 불립니다.

음원 차트 재진입이 예상되거나 긴 세월 속에서 꾸준한 인기를 얻는 곡에 투자하는 것도 수익을 내기 위한 좋은 방법입니다. 특히 투자한 곡이 음원 차트에서 역주행을 하면 대박을 터뜨릴 수 있습니다. 그룹 브레이브걸스가 부른 ‘롤린’의 1주 기준 저작권료 지분은 지난해 12월 2만 3000원에서 올해 4월 17일 80만 원대까지 치솟아 MZ세대 투자자들을 웃음 짓게 했습니다.

아트테크

아트(미술·Art)와 테크(Tech)가 조합된 ‘아트테크’ 영역에서도 MZ세대의 기세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예술품 역시 감상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재테크 대상으로 보기 시작한 겁니다. 과거 아트테크는 자산가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습니다. 고액의 예술품은 자산을 은닉하는 수단으로도 활용됐습니다. 하지만, ‘조각투자’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인식이 상당히 달라졌습니다. 여러 명이 미술품을 공동구매한 뒤 갤러리나 관공서, 백화점 등에 빌려주며 대여료를 받고, 나중에 작품의 가치가 높아지면 다시 되팔아 자신의 지분 비율만큼 수익을 얻는 것이 바로 MZ세대의 아트테크입니다.

실제 신한은행이 온라인 경매사 서울옥션블루와 함께 선보인 공동구매 플랫폼 ‘소투(SOTWO)’ 이용자 60%가 20~30대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3월 이 플랫폼에 이왈종 작가의 작품 ‘제주 생활의 중도’가 총 9만 조각으로 나오자 목표금액 9000만 원은 단 3분 만에 채워졌습니다. 9000만 원 상당의 미술품을 투자자들이 나눠 가진 셈입니다. 이어 김창열, 천경자 작가의 작품도 공동구매할 수 있는 작품으로 플랫폼에 등장했습니다.

아트테크 투자 수익률은 꽤 괜찮은 편입니다. 소투에 따르면 작품당 평균 수익률은 17.1%라고 합니다. 웬만한 주식 투자보다 평균 수익률이 높은 편에 속합니다. 김창열 작가의 작품 ‘회귀’의 수익률은 20%, 천경자 작가의 작품 ‘무제’의 수익률은 24.6%를 기록했습니다. 최고 수익률은 211.5%에 달했다고 합니다. 양도가액이 6000만 원 미만이거나, 살아 있는 국내 작가의 작품은 비과세 대상이라는 점도 아트테크의 장점으로 꼽힙니다.

이것만큼은 꼭!

MZ세대가 재테크에도 주의해야 할 점이 적지 않습니다. 리셀테크는 소득신고가 관건입니다. 리셀테크로 정기적인 소득이 생기면 사업성이 인정되는 것이어서 소득신고를 하고 소득세와 부가가치세를 반드시 내야 합니다. 해외에서 들여온 물품을 신고하지 않고 되팔 경우 밀수 혹은 관세 포탈 혐의로 적발될 수 있습니다.

새로운 투자 플랫폼을 이용할 때는 투자자 보호 장치가 제대로 마련돼 있는지도 세심히 살펴봐야 합니다. 플랫폼 자체가 도산해버리면 원금을 회수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또한 가치가 떨어진 예술품의 지분이나 비인기 노래의 저작권료 지분은 주식과 마찬가지로 원하는 시기에 손해 없이 팔아치우기가 쉽지 않다는 점도 꼭 염두에 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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