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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오피니언

부동산 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제언

- 新남방경제권으로 진출하자 -

글. 박상우(고려대학교 석좌교수, 前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

저출산 저성장의
뉴 노멀
(New Normal)
미래는 언제나 불확실하고 불안한 존재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미래를 알기 위해 다양한 방법들에 의지해 왔습니다. 원시적인 “Fortune teller”에서부터 변증법적 역사 인식을 거쳐 집단 지성에 의존하는 델파이(Delphi) 기법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한 방법들이 활용되어왔습니다.
어떤 방법론을 택하더라도 몇 가지 분명한 전제가 낙관적인 미래 예측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인구적인 측면에서 저출산 고령화 추세가 너무도 분명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하락 일로에 있으며 저성장이 뉴 노멀(New Normal)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과거에 7080세대가 가졌던 발전하는 미래에 대한 공감대, 미래는 과거보다 더 나아질 것이라는 상황인식은 이제 우리 사회 구성원들에게 특히, 20대와 30대들에게는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더해서 언제 끝날지 알 수 없이 장기적으로 지속하고 있는 Covid-19 사태는 이러한 우울한 전망을 더 심각하게 증폭시키고 있습니다.
우리 경제의
새로운 활로가 될
신남방경제권
그러나 이러한 상황을 가만히 앉아서 맞이할 수는 없습니다. 사면초가의 힘든 상황이지만 뭔가 돌파구를 찾고 혈로를 뚫어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수출 주도형 경제 구조를 가지고 성장했으며, 좁은 국토와 분단된 정치 현실 그리고 상대적으로 적은 인구 규모를 해외시장 진출로 극복해 왔습니다. 60년대의 일본과 베트남, 그리고 미국 시장과 중동 건설시장이 우리의 돌파구였고, 뒤를 이어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던 모 재벌 총수의 말씀처럼 5대양 6대주를 종횡무진 누비며 살길을 찾아 왔습니다. 그 결과 당당히 OECD 회원국이 되었고 세계 11위의 경제 규모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따지고 보면 K-Pop과 한류 드라마 열풍도 우연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저성장이 뉴 노멀인 시대에도 우리의 살길은 해외에 있습니다. 저는 그중에서도 동남아시아 신흥국가 그룹에 주목합니다. 정부도 동남아시아(ASEAN) 10개국과 인도를 아우르는 개념인 신남방권과의 교류 확대를 우리 외교 정책의 주요 아젠다로 선정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11월 아세안 국가들과의 협력 수준을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 4강국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외교 정책의 큰 기조를 발표하였습니다. 여기에는 상품교역 증대 외에도 기술, 문화예술, 인적 교류 확대 정책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시스템을
수출하자
해외에 진출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가난한 나라일수록 우선 사람을 해외로 내보내게 됩니다. 60년대 독일로 나간 광부와 간호사들이 그 예이며, 70년대 중동 건설근로자, 외항선원들이 그들입니다. 지금은 형편이 바뀌어서 지금 우리나라에는 많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입국하여 돈을 벌고 있습니다. 그다음 단계가 간단한 상품을 만들어서 수출하는 것입니다. 70년대의 주력 수출 품목이던 봉제, 가발, 신발 같은 제품들이 이 그룹에 속할 것입니다. 그러던 것이 점차 기술 수준이 올라간 제품들로 대체됩니다. 자동차, 배터리, 디스플레이, 반도체, 휴대전화 같은 것이 되겠지요. 지금 우리나라는 이 단계에 와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이들보다 한 차원 더 높은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시스템(System)입니다. 사회를 움직이는 제도와 이를 바탕으로 하는 플랫폼을 수출하는 것입니다. 이 일이 성사되면 상대국은 한국식의 제도와 행동 양식을 가지게 됩니다. 우리 기업과 개인은 이러한 터전 위에서 어렵지 않게 사업을 하고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일이 가능한 국가는 당연히 선진국이 아닌 신흥국이 될 것입니다. 정부가 추구하는 바와 같이 동남아 각국들은 한국식 시스템 수출의 최적지입니다. 우선 지리적으로 멀지 않고 문화적, 정서적으로도 친근합니다. 이렇게 되면 이들 나라로 우리 경제의 영토가 확장되고 이들이 우리의 내수시장으로 편입되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베트남, 미얀마는
우량주
국가들이다
특히, 베트남과 미얀마는 한국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주식으로 비유하자면 우량 자산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토와 인구가 가지고 있는 잠재력과 최근의 우수한 경제 성적표를 이해한다면 미래 가치가 현재 가치보다 더 큰 우량 자산주 국가들이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베트남은 지난 10여 년간 연평균 6~7%대의 안정적인 경제성장률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총인구는 94,666천 명(2018)인데, 20~34세의 인구가 전체인구의 24.5%를 차지하는 젊은 나라이며 지금도 매년 130만 명 정도가 안정적으로 출생하고 있어서 이러한 인구구조는 상당 기간 유지될 것입니다. 반면에 도시화율은 아직 35.9%(2018)로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어서 경제성장과 함께 많은 인구가 이촌향도(離村向都), 즉 도시로 이동할 것으로 전망되고 이에 따라 도시지역에서 엄청난 규모의 부동산 개발 수요가 발생할 것입니다.
미얀마도 국토면적이 676,578㎢로서 한반도의 3배 넓이이고, 동남아 국가 중 인도네시아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국가입니다. 2014년 조사에 따르면 총인구가 5,140만 명이고 그중 29.6%가 도시지역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2011년 군부 정부에서 민주화를 통해 문민정부가 수립되면서 매년 지속적으로 5.9%(2017년)~8.4%(2013년)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시현하고 있습니다. 최근 경제성장이 가속화되면서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고 기반시설이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토지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베트남, 미얀마는
현재 system
구축단계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베트남의 현재가 과거 한국의 어느 시점에 해당하는가?’ 라는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필자 역시 몹시 궁금한 부분입니다. 섣부르게 단답형으로 답할 수 있는 질문은 아니지만, 호치민이나 하노이에 가 보면 한국 서울의 2020년 모습도 있고, 또 과거 어느 시점의 모습도 있습니다. GDP 규모를 보면 베트남의 GDP는 2019년 2,550억 달러로서 우리나라의 약 1/6 수준입니다. 이는 80년대 후반의 우리나라 GDP 규모와 유사한 수준입니다. 이 시기에 우리나라는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을 치르면서 경제적으로 급성장하였습니다. 필자는 80년대 중반에 당시 건설부에서 공직을 시작하였습니다. 이 시기에 주택은행과 주택청약제도, 국민주택기금 그리고 정부의 공식 주택가격지표였던 오늘날의 KB 지수가 제 모습을 갖추었으며 각 부처에 흩어져 있던 지가공시제도가 감정평가사로 통합된 자격제도와 함께 당시 건설부로 일원화되었습니다. 이외에도 오늘날 우리가 당연하게 사용하고 있는 각종 부동산 관련 제도가 그즈음에 만들어졌거나 태동하기 시작하였습니다.
한국형 부동산
공시가격제도와
보상평가제도를
수출하자
한참 고도성장을 기록하고 있는 동남아시아의 두 나라, 베트남과 미얀마에 한국형 부동산 제도를 수출합시다. 최근 일부 지역에서 일어난 집값 상승으로 대다수 국민들은 우리나라 부동산 제도를 평가절하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6.25의 폐허를 딛고 세계 11위의 경제강국이 된 우리나라의 성공 스토리 안에는 반도체, 자동차와 같은 제조업의 성공 외에도 잘 정비된 도시계획과 아파트 중심의 효율적인 주택공급 정책으로 많은 국민들이 깨끗하고 안락한 주거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만든 부동산 관련 제도의 성공도 있다는 점은 높이 평가받아야 합니다. 주택청약제도, 국민주택기금을 근간으로 하는 주택금융제도 등 필자의 눈에는 동남아지역에서 필요하고 성공할 수 있는 “메이드인 코리아(Made in Korea)” 시스템이 많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주택의 대량 공급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주택용지의 대량 공급이 필수적인데, 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잘 정비된 부동산 공시가격제도와 감정평가 및 보상 시스템System)을 갖추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ODA 자금을 동원하여 정부가 앞장서고 감정평가업계가 뒷받침하여 한국식 공시제도와 보상평가제도를 수출합시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나라의 부동산 산업도 해외, 특히 신남방권 국가에서 오래오래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신남방경제연구회
필자는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장, 기획조정실장을 지냈으며, 2016년부터 3년간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을 역임하였습니다. 퇴임 후에는 고려대학교 공학대학원에서 석좌교수로 근무하면서 신남방권 국가에 대한 도시 및 부동산 분야 연구를 목적으로 하는 (유)신남방경제연구회(shinnambang-economy.co.kr)를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연구회에서는 매월 두 차례 “신남방도시경제연구” 웹진을 발행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신남방경제연구회”를 검색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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