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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이야기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

글. 송현부 도시경제학 박사(일본도시경제연구소 소장)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이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종식시기 또한 예측이 어렵다.

시장 경제에 불확실성 개념이 정립된 것은 스페인 독감(1918년)이 대유행한 100년 전이다. 미국 경제학자 프랭크 나이트(Frank Hyneman Knight)는 저서 「리스크, 불확실성 및 이윤」(1921, Risk, Uncertainty and Profit)에서 확률에 따라 예측 가능한 ‘리스크’(Risk)와 확률적 현상이 아닌 ‘불확실성’(Uncertainty)의 개념을 구분하고 정의했다. 리스크는 선행적 경험과 통계로 계량이 가능한 데 비해, 불확실성은 계량이 불가하다. 리스크는 확률 분포, 장래의 발생 확률, 기대 이익 등을 구할 수 있다. 대부분의 도박은 선행적 경험으로 리스크 측정이 가능하다. 평균 수명과 사망률 등의 데이터를 활용하면, 생명 보험료 계산 시 통계적 확률로 리스크를 계산할 수 있다. 그러나 불확실성은 확률 분포를 알 수 없어 계량화나 수량화에 어려움이 있다. 더욱이 현재 겪는 감염증의 대유행에 대해서는 확률 분포를 구할 수 없다.

불확실성은 발생 확률을 계산할 수 없는 게 일반적이지만, 개연성은 추측할 수 있다. 개연성은 발생할 가능성을 확률과 같은 수치가 아니라 그 가능성의 크고 작음을 평균화하여 나타낼 수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고 있는 한국과 미국 간에 군사적 충돌이 일어나기보다는 무역마찰 등으로 긴장감이 고조되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군사적 문제 등이 발생할 개연성이 높다는 것이다.

전 세계는 코로나19로 사회, 경제 등의 분야에서 경험하지 못한 위기와 변화를 맞고 있다.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완전하게 본래의 세계로 돌아가는 일은 힘들 것으로 보이며, 새로운 스탠다드(뉴노멀)가 확립되어 간다는 견해가 많다. 이 위기는 여러 불확실성과 리스크가 겹치면서 예측이 어렵고 복합적인 결과로 이어질 것으로 보여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subprime mortgage crisis,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역시 불확실성의 하나로 볼 수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제의 뉴노멀로 저성장, 저금리, 저물가가 지속되고 임금과 물가는 오르지 않아 선진국의 중앙은행은 2019년 말까지도 금융정책 등을 정상화하지 못한 바 있었다. 또한 글로벌 금융위기의 불확실성은 부동산 시장에서 자금 흐름을 멈추게 했고, 부동산 투매 등이 발생해 시장에 큰 손실을 입혔다. 이는 부동산 임대시장까지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의 주된 원인은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한 전 세계적인 대봉쇄(The Great Lockdown)에 있다. 사람의 흐름이 임대수입의 원천인 호텔이나 상업시설에서는 심각한 피해를 본 데 반해, e커머스 확대나 텔레워크 등 디지털화로 혜택을 받는 물류 시설과 데이터센터에 대한 관심은 높아져 부동산 업종 간의 격차가 심해지고 있다.

따라서 현재의 코로나19 위기는 글로벌 금융위기에서는 볼 수 없던 부동산 시장의 3가지 불확실성이 가시화될 가능성이 있다.

첫째, 디지털화에 의한 불확실성이다.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 재택근무가 반강제적으로 실시되면서 텔레워크의 편리성 등이 사회적으로 인식되었다. 앞으로도 이런 시스템이 정착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에 따라 업무 포털의 역할이 사무실에서 PC 등으로 이행되어 부동산 시장에서 오피스 수요 감소 그 이상의 영향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 또한 e커머스의 확대가 가속되어 다양한 비즈니스 영역에서 디지털 시프트가 한층 더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둘째, 사람의 행동 패턴 변화에 따른 불확실성이다. 대면형(Face-to-Face) 서비스 산업 중심의 수요가 사회적 거리두기, 격리 정책, 3밀(밀집, 밀접, 밀폐) 지양 등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코로나19가 종식되면 대면형 서비스가 회복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현재 코로나19 위기에서 변화된 행동 패턴이 정착되어 새로운 비즈니스 방향이 제시될 것으로 예상한다. 더욱이 도심 내 상업용 부동산은 사람의 흐름, 집객력 등이 변화함에 따라 부동산 가치의 재평가가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

셋째, 부동산 임대차계약의 불확실성이다. 그동안 임대차계약은 확실히 이행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부동산 수익의 안정성을 담보해 왔다. 하지만 상업시설, 오피스, 호텔 등의 임대료 감면, 인하, 조정 등으로 계약에 뒷받침된 안정성이 향후 담보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세 가지 불확실성이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은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와는 다르게 다양한 방면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안정된 소득(임대)으로 리스크를 피한다. 또한 시장에서의 수익은 매도 수익의 캐피탈게인(Capital gain)보다 임대수입 중심의 인컴게인(Income gain)이 일반적 출구전략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평균 수입 하락 폭이 높은 업종은 오피스, 도시형 상업시설, 호텔, 임대주택, 교외형 상업시설, 물류시설의 순이었다. 경기 연동성이 높은 오피스는 수입 하락률이 큰 반면, 임대차 계약 기간이 긴 교외형 상업시설과 물류시설의 수입 하락률은 한정적이었다. 또한, 업종별 경기 감응도와 임대차계약 내용에 따라 차이가 있다.

일반적으로 경기 감응도가 높은 업종으로는 호텔, 도시형 상업시설, 오피스가 있으며, 낮은 업종으로는 교외형 상업시설, 물류시설, 임대주택이 있다. 경기 감응도가 높은 업종일수록 인컴게인의 리스크가 크지만, 호텔, 상업시설은 장기임대차의 계약 기간, 임대료 고정형 마스터리스, 최저보증임대료 등을 활용해 리스크를 줄이는 경우가 많다.

또한, 물류시설은 오피스, 임대주택과 비교해 임대차 대체성이 떨어지므로 장기임대차 계약을 체결해 인컴게인의 안정성을 확보하려고 한다. 통상적인 경기변동이라면 그 영향을 임대차계약 등을 조정해 흡수할 수 있지만, 외부환경 악화로 한계치를 넘으면 임대수입이 감소할 가능성이 커진다.

호텔, 상업시설, 물류시설의 경우에는 부동산의 경제적인 리스크를 절감하기 위해서 강구되는 임대차계약 조정에 의해서 리스크를 억제할 수 있지만, 외부환경의 악화 등이 있으면 불확실성은 높아진다. 따라서 오피스와 임대주택은 임대수입이 완만한 곡선으로 변화하는 경향이 있는데, 호텔, 상업시설, 물류시설의 임대수입은 단차가 있는 비연속형으로 변하는 경향이 있다.

코로나19의 종식 시기를 예측할 수 없는 가운데, 미래 전망이 어려워지고 있다. 일례로, 각국의 출입국 규제가 이어지고 있어 호텔 가동이 괴멸하는 등 부동산 시장에서도 많은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상업시설의 경우에는 영업 제한, 시설 휴관 등으로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다만, 임차인의 업태에 따라 현상 유지와 폐업 등의 차이가 뚜렷해지고 있다. 오피스 시장은 그동안 안정적이었지만 서서히 피크 아웃 조짐을 보인다.

규모별로는 대규모빌딩, 대형빌딩, 중형빌딩, 소형빌딩 순으로 공실률이 낮게 나타난다. 중·소규모의 사무실일수록 공실률이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받는 서비스에는 중소(영세)기업이 많다. 더욱이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재무기반이 취약한 경우가 많아 자금 융통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또한 오피스 임대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임대공간을 축소하는 중·소기업이 증가하면서 중·소규모 오피스의 공실률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부동산 업종에서도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임대주택, e커머스 확대에 의한 수요 확대가 기대되고, 물류시설에 대해서도 영향이 적을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현재의 코로나19 위기가 부동산 시장에 주는 영향은 호텔, 상업시설, 오피스, 임대주택, 물류시설 순으로 표면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경제에 있어서 불확실성의 본질은 우연한 일을 사전에 정확히 예측할 수 없고 수량화할 수 없으므로 리스크, 이익, 비용 등도 계산할 수 없다는 점이다. 향후 경기후퇴(또는 침체) 장기화가 우려돼 낙관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이런 우려와 함께 장기적으로 부동산 시장은 구조 변화를 경험할 가능성이 크다. 커지는 불확실성이 가시화된 후에는 더 큰 뉴노멀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적어도 부동산 시장에 대한 견해도 정치적 견해처럼 천차만별이지만, 정치적 견해와 달리 반드시 이익과 손실로 반영된다. 불확실한 시장에서 정치적 이슈나 정책만을 고집한다면 시장의 실패로 인한 막대한 피해와 손실, 재정부담 등의 증가가 야기될 수 있다.

따라서 불확실성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건전한 펀더멘털(Fundamental)1) 과 견고한 재정 기반의 유연한 정책을 도입해야 할 것이다. 적어도 국민(실수요자)의 희망을 잃게 하는 정책은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통하지 못한다. 정치적 논리를 떠나,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을 배제하고 가격 안정을 유도할 정책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정부 정책은 실현 가능성과 신뢰성을 확보해야 한다. 중장기적인 정책 입안을 통해 노후화된 주택을 지속 개선(재건축, 재개발 등)하여 질 좋은 주택을 공급해야 할 것이다. 효율성과 분배의 형평성이 조화된 정책이 우선적으로 시행되어야 할 것이다.

  • 1) 펀더멘털(Fundamental) : 이 단어는 ‘기본적인, 근본적인’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이 단어가 경제용어로 쓰이면 한 나라의 경제상태를 표현하는 데 있어 가장 기초적인 자료가 되는 성장률, 물가상승률, 실업률 등의 거시경제지표를 나타낸다 (출처:시사경제용어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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