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영역

세상 읽기
핫 이슈

소음으로부터의자유..
‘노이즈캔슬링’이란?

글. 정지성 기자(매일경제)

카페에서 일이나 공부를 하다 보면 주변에 큰 소리로 대화하는 손님들 때문에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경우가 있다. 필자도 코로나 사태로 인해 기자실이 문을 닫아 카페에서 기사를 작성하는 경우가 많은데 옆자리에 어린 학생들이 몰려오면 조용한 자리를 찾아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 가끔 주말에 집에서 공부나 재택근무를 하는 경우에도 거실의 TV 소리나 층간소음 등 때문에 짜증이 나는 경험이 누구나 있었을 것이다.

최근 필자와 비슷한 처지의 카공족을 위한 맞춤 제품인 ‘노이즈 캔슬링(Noise Cancelling, 줄여서 NC)’ 이어폰· 헤드폰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노이즈 캔슬링이란 말 그대로 주변 소음을 억제하는 기술로 노이즈 캔슬레이션(Noise Cancellation) 또는 노이즈 리덕션(Noise reduction)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기술적으로 미세한 차이는 있지만, 소음을 막아준다는 측면에선 모두 비슷한 의미다.

이 기술이 적용된 이어폰·헤드폰을 사용하면 귀에 거슬리는 외부 소음 없이 오로지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다. 현재 대표적인 노이즈 캔슬링 제품으로 꼽히는 것이 애플의 에어팟 프로(이어폰)와 소니의 WH-1000XM3( 헤드폰) 등이다. 특히 에어팟 프로의 경우 지난해 코드리스 이어폰(선이 없는 블루투스 이어폰) 판매량의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불행히도 삼성, LG 등 국내 대기업 제품 중에는 아직 제대로 된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이 출시되어 있지 않다. 그럼 노이즈 캔슬링 기술이 정확히 어떤 원리이고 어떤 쓰임새가 있는지 알아보기로 하자.

주변소음차단 주변소음상쇄 주변소음 노이즈 캔슬링 체험기

필자는 음악 감상을 좋아하고 외부 소음에 민감한 편이라 시중에 출시된 수많은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을 보유했거나 사용해봤다. 대표적으로 소니 WF-1000XM3(코드리스), WI-1000XM2(넥밴드), WH-1000XM3(헤드폰), 애플 에어팟 프로(코드리스), AKG N400(코드리스), 보스 QC-35(헤드폰) 등을 경험해 봤다. 이 정도면 노이즈 캔슬링 애호가라고 불러도 크게 무리는 없을 것이다.

개인적 의견으로는 지하철이나 버스로 오가는 출퇴근길에서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에 가깝다. 다른 일반 이어폰보다 두 배 이상의 가격을 지불해야 하지만 일단 사용해 보면 그 돈이 절대 아깝지 않을 정도로 만족도가 높다.

애플이나 소니, 보스처럼 노이즈 캔슬링 기술이 뛰어난 경우 지하철에 올라 전원을 켜면 마치 나만 우주 공간으로 이동한 듯 세상과 단절된 기분까지 든다. 덕분에 주변이 시끄러워도 아주 평온한 상태에서 기분 좋게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보통의 아웃도어용 헤드폰은 외부 소음 때문에 저음을 부스팅해 오랜 시간 들으면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은 그럴 필요가 없으니 부드럽고 깨끗한 소리를 들려준다. 또 볼륨을 많이 올리지 않아도 되니 청력보호에도 많이 도움이 된다. 비행기나 기차 여행을 많이 하는 사람이라면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이나 이어폰을 구비하는 것이 돈이 아깝지 않은 행위라고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다.

반대로 일상생활에서 두루 사용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평가도 있다. 무엇보다 외부 소음과 완전히 차단되는 만큼 운전 중이거나 도보로 이동할 때는 위험하다. 이런 상황을 위해서 최근에는 ‘주변 소리 듣기’ 기능이 첨가된 노이즈 캔슬링 제품이 많다. 주변 소리 듣기 기능을 켜면 외부 소음이 증폭되어 들려 사고에서 안전해지고 일상 대화도 불편 없이 가능하다. 소니 제품의 경우 상황별 맞춤 설정이 가능해 특정 상황에 따라 노이즈 캔슬링 강도가 자동으로 조절되기도 한다.

  • 1
    외부 마이크가 소음을 감지
    2
    프로세서가 소음의 파형을 분석
    3
    소음과 반대되는 파형으로 외부소음 상쇄
    외부소음 상반된 소리
노이즈 캔슬링의 원리

기본적으로 모든 종류의 헤드폰은 특별한 기술이 적용되지 않아도 이어패드의 흡음재를 통해 어느 정도 소음을 차단해 준다. 이것은 이른바 패시브 노이즈 캔슬링, 즉 수동형 소음 제거(Passive NC, PNC)라고 부른다. 헤드폰뿐 아니라 일반적인 커널형 이어폰이나 귀마개를 이용한 소음 차단도 모두 패시브 노이즈 캔슬링에 해당한다.

하지만 우리가 노이즈 캔슬링을 일컬을 때는 일반적으로 PNC가 아닌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Active Noise Canceling)을 의미한다. ANC란 단순히 귀를 막아 소음을 차단하는 것이 아니라 전자적으로 특정 주파수를 내보내서 주변 환경의 소음을 제거하는 방식이다.

소리는 전폭, 파장 그리고 주파수로 설명할 수 있다.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은 헤드폰 안에 감춰진 마이크가 주변의 소리를 듣고 주변 소리와 파형이 정반대인 음파를 내보내 이를 사용자의 귀에 전달하는 것이다. 이 두 음파가 서로를 상쇄시키는 과정을 ‘상쇄 간섭’이라고 한다. 상쇄 간섭을 통해 헤드폰에서 나오는 음파가 소음 제거의 역할을 맡아 결국 헤드폰 바깥의 소음을 다른 방식의 소음을 내서 없애는 것처럼 착각하게 하는 것이다. ‘소음으로 소음을 물리친다.’ 멋진 아이디어 아닌가.

노이즈 캔슬링의 역사

본격적으로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 기술을 개발하기 시작한 것은 1978년 보스(BOSE)가 최초다. 보스는 노이즈 캔슬링을 전차 승무원 헤드폰에 적용했다. 사용 목적은 헤드폰을 느슨하게 쓰면 소리가 전차 소음에 묻혀버리고 꽉 조여 쓰자니 압박 때문에 머리가 아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이후 1984년 루프트한자 항공사가 ‘젠하이저’에 파일럿용 노이즈 캔슬링 헤드셋 개발 요청을 했다. 1987년 젠하이저에서 제품을 출시하였고 보스에서도 10여 년의 연구 뒤 1989년에 항공용 제품을 출시하였다.

기내에서 느낄 수 있는 제트 엔진의 소음은 대략 80dB 정도다. 이는 한낮 시내 대로변에서 발생하는 교통 소음과 맞먹으며, 오래 들으면 불쾌감을 유발하고 심할 경우 소음성 난청으로 이어질 수 있는 큰 소음이다. 당시 은퇴한 파일럿 10명 중 6명이 소음성 난청에 걸릴 정도로 심각한 직업병 중 하나로 꼽혔다. 노이즈 캔슬링은 파일럿들의 귀 건강을 지키는 목적으로 현재까지도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이후 항공기 승객용을 필두로 민간에도 상용화된다. AKG, 소니, 오디오 테크니카, 플랜트로닉스 등 현재는 수많은 오디오 업체들이 노이즈 캔슬링 제품을 쏟아내고 있다.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의 구조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이어폰 포함)은 크게 마이크 위치에 따라 마이크를 헤드폰 드라이버 유닛에 배치하는 ‘피드백(Feed back)’ 방식과 헤드폰 외부에 배치하는 ‘피드 포워드(Feed forward)’방식으로 구분된다. 이 중 소음 감소 성능이 뛰어난 것은 피드백 방식이다. 소리를 내는 드라이버 유닛 근처에 마이크를 배치하기 때문에 보다 자연스러운 노이즈 제거가 가능하며 그 효과 또한 뛰어나다. 피드 포워드 방식은 헤드폰 외부에 마이크를 설치하는 방식이다. 이어버드 등 소형 헤드폰이나 이어폰에 보통 쓰인다. 드라이버 유닛과 떨어진 위치에서 외부 노이즈를 처리하기에 피드백 방식보다 상대적으로 효과가 약하다.

따라서 강력한 노이즈 캔슬링 방식을 원하면 ‘피드백’ 방식을, 적당한 노이즈 캔슬링을 원하면 ‘피드 포워드’ 제품을 고르면 된다. 최근에는 이 두 가지 방식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타입도 잇달아 출시되고 있다. 소니의 ‘WF-1000XM3’가 대표적인 하이브리드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이다.

노이즈 캔슬링의 한계점

우선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은 일반적인 이어폰에 비해 비싸다. 위에 설명한 기술과 장치가 적용된 만큼 비싸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대표적인 제품인 에어팟 프로의 경우 현존 코드리스 가운데 젠하이저모멘텀트루와이어리스2(MTW2), 뱅앤울룹슨 e8 3.0 등을 제외하면 가장 비싼 수준(20만 원 후반대)이다. 소니나 보스의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도 30만 원을 훌쩍 뛰어넘어 보급형 제품과는 2배 이상 가격 차이가 난다.

노이즈 캔슬링이 모든 이에게 똑같이 효과적인 것도 아니다. 평균적인 사람의 귀에 맞춰져 있기에 사람마다 효과가 약간씩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특정 주파수 소음이 아니라면 걸러내지 못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은 비행기나 지하철, 버스 등 반복적인 패턴의 소음 주파수(350Hz 이하의 중저역대) 감쇄에 맞춰 설계된다. 사람 간 대화하는 소음이나 음악 등 고음역의 소리 등은 제대로 걸러내지 못한다는 평가다. 노이즈 캔슬링 기술 자체에서 발생하는 쉬익 거리는 소리(화이트 노이즈)도 예민한 사람에게는 매우 거슬릴 수 있다. 이는 불량이 아니기 때문에 제조사에 따져도 교환이나 환불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사람에 따라서 장시간 이 기술로 음악을 들으면 멀미나 어지럼증을 느끼는 경우가 있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다만 이런 불편한 점보다 소음 차단으로 인한 만족도가 높은 케이스가 많기 때문에 소음에 예민한 사람이라면 적당한 제품을 구입해 직접 체험하는 것을 추천한다. 사람에 따라선 ‘삶의 질’이 올라갔다고 느낄 정도로 높은 만족감을 주는 기술이다.

Interference signal Interference signal reduction Signal in phase oppositon
COPYRIGHT© KAPA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