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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PA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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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 3·8선이
되어버린 한강

서승범 기자(뉴스웨이 부동산팀)

최근 부동산업계에서 ‘한강(漢江)’이 주목받고 있다. 한강 주변의 재개발 수주전으로 건설사의 이전투구(泥田鬪狗)가 하루가 멀다 하고 언론에서 기사로 아진다. 특히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등 일부 한강 이남 아파트에서는 매매가격이 평당 1억 원이 넘었다는 이야기가 화두로 떠올랐다.

한강. 간선 유로연장 471.7km, 법적하천연장 405.5km, 유역면적 2만 6018㎢인 이 대형 강은 예로부터 한반도 발전과 함께했다. 한강은 구석기, 신석기시대부터 문화 발달의 터전이 됐고 수송 교통로로 활용되기도 하고 주변 지역의 용수를 책임졌다.

지나온 시간만큼 불렸던 명칭도 다양하다. 한강 명칭은 우리말 ‘큰 물줄기’를 의미하는 ‘한가람’에서 시작됐다. ‘한’은 ‘큰’이란 뜻이고 ‘가람’은 ‘강의 옛말’이다. 이전까지 ‘대수’, ‘아리수’, ‘욱리하’, ‘한산하’, ‘북독’ 등으로 다양하게 명명되었고, 백제가 중국 동진과 교류하기 시작한 즈음부터 ‘한수’ 또는 ‘한강’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고 전해진다.

이후 한강의 명칭은 더 이상 변하지 않았지만 그 의미는 변한 것 같다. 현재 한강은 ‘우리 모두의 터전’보다 ‘일부 상류층이 누리는 특권’이라는 의미로 여겨지고 있으며, 부촌을 나누는 기준이 됐다. 또한 한강을 기준으로 한강 이남과 이북의 생활권역을 나누게 됐다.

도시 개발 과정에서 한강과 밀접한 강남권역은 빠르게 도시화되었고 아파트와 연립주택이 대거 들어서며 강북권 대비 쾌적한 주거환경이 조성됐다. 더불어 인구가 증가하면서 대중교통 여건도 좋아져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는 등 강북권과의 격차가 커졌다.

이전 정부의 ‘부동산 밀어주기’ 정책과 현 정부의 ‘부동산 집값 잡기’ 정책의 역풍이 맞물리면서 최근 수년간 강북 집값 역시 상승 기조를 보였지만, 강남권에 비할 바는 아니다. 강북권 집값이 강남에 버금가는 곳은 한강변에 위치한 '마용성'(마포·용산·성동) 지역이 있다. 그 외에는 서울 평균값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KB부동산 리브온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강남 11구의 아파트 중간값은 10억 9719만 원으로 동기간 강북 14개 구의 아파트 중간값(6억 2436만 원)과 4억 7000만 원가량 차이가 난다.

한강 이남의 한강변 아파트값은 강북권과는 다른 나라 이야기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아크로리버파크는 전용 59㎡ 경우 현재 매물 기준 가장 저렴한 호가가 22억 원이다. 평균 시세는 22억~24억 원 가량이고 한강 조망이 된다면 26억 원도 넘어선다. 같은 단지에서도 한강이 보이는지에 따라 매매가격이 4억 원까지 차이가 나기도 한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신반포자이는 전용 85㎡의 경우 지난 8월에 25억 5000만 원~27억 원으로 거래됐다. 신반포2차 등 재건축이 추진될 것으로 예상되는 한강변 아파트의 중소형 평수 매매가격은 20억 원에 달한다. 신반포2차는 매매가격은 전용 68㎡의 경우 20억에 가까이 형성됐지만 전셋값은 3억 원대에 형성되는 기이한 현상도 발생했다.

강남과 강북의 집값 차이는 강남권에 일자리와 교통·교육 등 기반시설 등이 집중된 데에서 비롯됐다.

강북은 조선시대 궁궐과 국가의 정무를 담당하는 육조가 위치했고, 대통령 관저와 정부종합청사가 마련될 정도로 과거부터 도시의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박정희 전 대통령이 정권을 잡으면서 달라졌다.

박 정권은 성장 총이익 달성을 위해 강남 개발을 택했다. 당시에는 한강 제방 공사로 확보된 공유수면 매립지를 택지로 개발, 제방 위로 도로를 개설하여 주택·교통 문제를 해결, 택지 분양으로 개발 비용까지 확보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이를 위해 지하철 2호선과 강남·북을 연결하는 27개 교량이 건설되며 강남은 폭풍적으로 성장했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 방영된 것처럼 현재 자산규모 1조 5000억원대 강남땅과 건물이 박정희 정권 당시 조성된 비자금이었다는 의혹도 있지만, 이와 별개로 이후에도 교통·주택 개발이 강남권에 집중되면서 차이는 더욱 벌어졌다.

실제 올해 국감에서 “교통 인프라 균형 발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서울 전철역이 3개 이상인 동은 서울 전체 행정동 424개 중 103개로 35개동이 강남 3구에 몰려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도보로 10분 내 전철역 접근이 어려운 동은 서울 전체 행정동 424개 가운데 170개(40%)로 조사됐고 이들은 금천·양천·도봉·동대문·관악·성북·서대문·용산 등으로 대부분 강북권에 속한 자치구로 나타났다.

현 문재인 정부는 ‘균형 발전’을 외치며 강북권 교통망을 확충하겠다는 포부를 밝혔지만, 사실상 추진되는 일자리·교통정책은 강남권에 여전히 머무르고 있다.

위례 트램 및 신사선, 8호선 지하철 연장, GTX(수도권 광역급행철도)-A, GTX-C 등의 교통 확충 및 신설 정책이 모두 강남권역에서 시작하거나 걸쳐있다.

지역 개발도 마찬가지다. 강남권에는 롯데의 제2롯데월드에 이어 현대차의 GBC(글로벌비즈니스센터) 프로젝트 등 대형 개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제2롯데월드는 총 123층 555m 높이로 국내 최고층이자 세계에서 5번째로 높은 건물이다. 투자 규모만 4조 원가량에 이른다. 롯데건설은 제2롯데월드 건설을 위해 서울공항 활주로 방향 변경 비용, 주변 교통난 해소 비용 등으로 천문학적인 금액을 기부채납하기도 했다. 현재 롯데월드타워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 건물로 자리잡았다.

현대차의 GBC 프로젝트도 올해 초 서울시 ‘조건부 착공’ 승인을 받고 본궤도에 올랐다. 현대차그룹 신사옥인 GBC는 축구장 11배 크기인 7만 9342㎡ 용지(옛 한국전력 본사)에 업무 빌딩과 호텔, 전시·컨벤션 시설, 공연장 등 5개 동 지하 7층~지상 최대 105층으로 지어진다. 최고 높이 569m로 잠실동 롯데월드타워(555m)보다 높다.

규모만큼 지역 경제 유발 효과도 크다. 서울시와 현대차그룹은 GBC의 인허가 및 건립 과정 7년과 준공(2023년 예정) 이후 20년을 포함 총 27년 동안 생산유발효과만 264조 8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기간 동안 직·간접적인 일자리 창출 효과는 121만 5000개에 이를 전망이다.

강남에 수십조 원, 경제효과 수백조 원의 대형 개발 프로젝트가 정부의 지원과 함께 진행되는 동안 강북은 ‘복합문화시설사업’ 등 역세권 개발 사업, 민간의 정비 사업 정도가 주요 사업으로 이뤄졌다. 용산역세권 개발·서울역 역세권 개발 등의 대형 개발 프로젝트도 있지만, 언제 첫 삽을 뜰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그나마 ‘균형 발전’을 외치는 서울시가 공공기관인 인재개발원, 서울연구원,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등을 강북권에 이전 유치하기로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업계에서는 기업체 유치·투자 활성화 등이 먼저 활성화돼야 실질적인 균형 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보여주기식’ 정치적 쇼라는 비판이 있다.

전문가들은 균형 발전을 위해서는 현재 추진 중인 강북 횡단철도 등 교통망 확충 계획을 우선적으로 완성해야 하며, 민간기업 유치를 위한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기업들의 접근성을 높이고 이에 따른 상권 발달, 인구 유입으로 지역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어야 이후에도 자생력을 갖고 개발이 연속성을 띨 수 있기 때문이다.

한강 이남과 이북의 ‘균형 개발’과 관련한 정부의 말뿐인 약속은 예전부터 지속되어 왔다. 강북권 시민들은 지치다 못해 반포기 상태가 됐고 일부 시민들은 상대적 박탈감마저 느끼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한 서울 두 도시’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그간 정부의 정책이 실효성이 없었음을 반증하는 말이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한강(漢江)이 강남과 강북의 괴리를 나타내는 선이 되지 않게 정부의 치밀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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