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김원보 감정평가사님께서 기고하신 글입니다.
글. 김원보 감정평가사(가람감정평가법인 본사)
우리나라의 보상 법제는 1962년에 제정되어 사업인정 후 토지 등의 취득에 적용되었던 「토지수용법」과, 1975년에 제정되어 사업인정 전 협의 취득에 적용되었던 「공공용지의 취득 및 손실보상에 관한 특례법」으로 나누어 운용해 왔다. 2003년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하 「토지보상법」이라 한다)이 제정되어 현재는 사업인정 전·후의 토지 등의 취득과 이에 따른 보상이 하나의 법률에 통합되어 운용되고 있으며, 「토지보상법」은 국제적으로 가장 선진화된 취득 및 보상 법제의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1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 및 사회의 급격한 변화에 따라 공익사업의 범위가 확장되고, 국민의 재산권 보장에 대한 기대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취득 및 보상제도에 대한 개선 요구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이에 관한 비교법적 연구가 필수적이다.
이에 따라 올해 한국감정평가사협회(이하 ‘협회’라 한다)에서 미국의 「연방토지취득을 위한 통일감정평가 기준(UASFLA, Uniform Appraisal Standards for Federal Land Acquisitions)」(이하 ‘옐로우북’이라 한다)을 번역하여 출간한 것은 대단히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2003년 국토교통부의 「토지보상법」 제정 용역 및 이후 여러 차례에 걸친 개정 용역에 참여하면서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외국의 보상제도에 대해 접할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정작 ‘글로벌 스탠다드’라고 불리는 미국의 보상제도에 대해서는 어디에서도 자료를 구할 수 없어 항상 궁금하게 생각해왔다.
그래서 2012년에 옐로우북 제5판(2000년 출판)과 UN 산하 식량농업기구(FAO)에서 발간한 「토지의 강제취득과 보상(Compulsory acquisition of land and compensation)」을 개인적으로 번역하였는데, 이것이 필자가 이번 옐로우북 제6판의 감수자로 참여하는 계기가 되었다.
물론 이번 제6판의 번역에서도 미국과 우리나라의 토지소유권 등 제도적인 차이 및 이에 따른 용어 해석 등 전문 서적의 번역에 따른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어려움에 대해서도 이번 번역을 통하여 필자가 보상제도 전반에 대한 시각을 넓힐 수 있었던 것으로 충분히 보상받았다고 생각한다.
옐로우북은 1971년 연방사업시행자토지취득협의회(ILAC, The Interagency Land Acquisition Conference)에 의해 초판이 출간된 이래 6차에 걸쳐 개정판이 출간되었으며, 이번 번역서는 2016년에 출간된 제6판을 저본(底本)으로 하였다.
1968년 법무부장관에 의해 설립된 ILAC는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을 위한 일관되고 공정하며 효율적인 감정평가 기준을 공표하고, 취득에 따르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적의 해법을 찾으며, 공익의 보호와 토지 등의 소유자에 대한 공정하고 공평한 대우라는 목표를 가지고 모든 취득 관련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 또한, 감정평가재단(The Appraisal Foundation)은 옐로우북의 출판 및 관리 등의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옐로우북의 근거 법률은 1970년 제정된 「표준이주정착지원 및 부동산취득정책법(Uniform Relocation Assistance and Real Property Acquisition Policies Act)」이며, 옐로우북은 원칙적으로 연방정부가 시행하는 공익사업에 적용된다.
옐로우북은 공익사업에 필요한 토지 등의 취득을 위한 감정평가에서 공정성과 일관성 및 효율성의 증진을 목적으로 하며, 이러한 취득에서 감정평가의 목적은 정당한 보상을 결정하는 데에 활용할 수 있는 시장가치 의견을 도출하는 것이다.
미국 「헌법」 수정 제5조는 정당한 보상 없이 사유재산을 공공의 목적을 위해 수용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소유자에게 시장가치보다 적은 금액을 보상하는 것은 소유자에게 정당하지 못하게 되며, 시장가치를 초과하는 금액을 보상하는 것은 조세를 통하여 보상금을 부담하는 국민에게 정당하지 못하게 되므로 정당한 보상은 토지 등의 시장가치로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 옐로우북 전체를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원칙이다.2
옐로우북은 제1장 감정평가의 시행, 제2장 감정평가의 보고, 제3장 감정평가의 검토, 제4장 감정평가 기준의 법적 기반 등의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장 감정평가의 시행에서는 미국 「헌법」에 규정된 정당한 보상을 반영하는 신뢰할 수 있고 정확한 감정평가를 보장하기 위해서 공익사업에 필요한 토지 등의 취득을 위한 감정평가에서 따라야 할 기준을 기술하고 있다.
제2장 감정평가의 보고에서는 옐로우북의 기준과 근거 법률을 준수하여 시행한 감정평가에서 요구되는 보고서의 내용과 서류를 제시한다.
제3장 감정평가의 검토에서는 감정평가사에 의한 기술적 검토 및 감정평가사 또는 감정평가사가 아닌 자에 의한 행정적 검토를 다루며, 이것은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감정평가 검토기준과 연방 법률 및 관련 규정을 근거로 한다.
제4장 법적 근거에서는 공익사업을 위한 감정평가에 적용되는 기준을 결정하는 연방 법률 등과 이와 관련된 이론적 근거 등에 대해 설명한다.
옐로우북에서 규정하고 있는 내용 중에서, 앞으로 우리나라 보상평가와 관련하여 시사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규정들은 다음과 같다.
(1) 사업시행자와의 소통
옐로우북에서는 보상평가 업무를 시작하기 전에 사업시행자는 감정평가사에게 토지 등에 대한 정확한 법적 설명을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일단의 토지 중 일부를 취득하는 ‘부분 취득’인 경우, 사업시행자는 일단의 토지와 잔여지 모두에 대한 법적 설명을 제공해야 한다.
또한, 감정평가 업무수행 중에도 감정평가사는 잔여지 손실 중 ‘보상 가능한 손실’과 ‘보상 불가능 손실’의 구분 및 사업 시행이익 중 ‘특별 사업 시행이익’과 ‘일반 사업 시행이익’의 구분 등과 같이 법률적 판단이 필요한 경우, 사업시행자에게 법률지침을 요구할 수 있고 사업시행자는 이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을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다.3
(2) 부동산소유자와의 소통
옐로우북에서는 감정평가사가 토지 등을 조사하는 동안에 반드시 소유자 또는 대리인이나 대표를 만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규정한 이유는 사전에 소유자에게 보상평가와 관련된 충분한 의견제시 기회를 제공함은 물론, 소유자는 감정평가사에게도 토지 등의 이력, 관리, 운용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주요한 원천이 되기 때문이다.4
우리나라와 미국의 보상평가 기준 중 가장 차이가 큰 부분은 ‘부분 취득(Partial acquisitions)’이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보상의 원칙
옐로우북에서는 일단의 토지 중 일부만을 취득하는 ‘부분 취득’에서의 보상은 취득하는 토지의 권익뿐만 아니라, 취득 또는 취득하는 부분의 이용계획 등에 의해 직접적으로 야기된 잔여지의 가치 변동을 반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당한 보상은 사업시행자의 이득이 아니라 소유자의 손실로 측정한다. 따라서 부분 취득에서는 취득 부분의 가치뿐만 아니라, 취득하지 않는 잔여지(Remainder)에서 발생하는 손실이나 사업 시행이익 역시 고려해야 한다.
감정평가사는 취득으로 인해 잔여지에 발생하는 모든 보상 가능한 손실과 특별 사업 시행이익을 분석하고 반영하되, 보상 불가능한 손실과 일반 사업 시행이익은 고려하지 않아야 한다. 즉, 소유자는 취득 전 토지의 전체 가치를 한도로 보상받을 수 있으나 그 이상을 보상받을 권리는 없다.
(2) 일단의 토지
일단의 토지(Lager parcel)는 최유효 이용분석의 일환으로 결정되므로, 감정평가사는 기준시점에서 일단의 토지에 대해 판단하고 이에 대한 법적 설명을 해야 한다.
일단의 토지는 i) 이용의 동일성, ii) 소유권(권원)의 동일성, iii) 물리적 일체성(인접성 또는 근접성) 등을 고려하여 판단한다.5
(3) 잔여지 손실
잔여지 손실은 전후 비교법 적용에 따라 자동적으로 보상액에 포함되므로 원칙적으로 잔여지 손실을 구분하여 감정평가하지 않는다.6
다만, 잔여지에 대한 손실은 보상 가능한 손실(Compensable damages)과 보상 불가능한 손실(Non-compensable damages)로 구분되므로, 감정평가사는 손실의 특정 요소가 보상 가능한지 여부에 대하여 의문이 있는 경우에는 사업시행자에게 법률지침을 구해야 한다.7
분할손실이라고도 하는 보상 가능한 손실은 잔여지의 형태, 규모 등이 바뀜으로 인해 최유효 이용이 변경되어 잔여지의 시장가치가 감소하면서 발생하는 손실이다. 이 경우 손실액은 잔여지의 시장가치 감소분으로 감정평가하되, 잔여지의 복구비용이 잔여지의 시장가치 감소분보다 적을 경우에는 복구비용을 기준으로 감정평가할 수 있다.
결과적 손실이라고도 하는 보상 불가능한 손실에는 i) 기업가치 또는 계속기업가치의 상실, ii) 영업권의 상실 또는 손상, iii) 장래수익의 상실, iv) 계획의 실패, v) 계약 또는 계약상 기대의 실패, vi) 기회 또는 사업전망의 상실, vii) 인·허가 또는 면허의 상실이나 취소 등이 있다.
(4) 사업 시행이익
사업 시행이익은 해당 공익사업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시장가치에 대한 긍정적인 영향을 말하며, i) 특별 사업 시행이익(Special benefits)과 ii) 일반 사업 시행이익(General benefits)으로 구분한다.8
특별 사업 시행이익은 해당 공익사업으로 인해 잔여지에 직접 발생한 것으로 보상금에서 상계해야 하는 반면, 일반 사업 시행이익은 해당 공익사업의 특별한 영향으로부터 발생한다기보다는 간접적으로 발생하여 전체로써 공공에 의해 향유되는 것으로 보상금에 포함되어야 한다. 감정평가사는 해당 사업 시행이익이 특별 사업 시행이익인지 일반 사업 시행이익인지에 대하여 사업시행자에게 법률지침을 구할 수 있다.
접면 도로 폭의 개선 등과 같이 잔여지의 최유효 이용 향상에 따른 잔여지 가치의 증가는 대부분 특별 사업 시행이익에 해당하며, 특별 사업 시행이익은 해당 공익사업으로 인하여 인접한 다른 토지가 동일한 사업 시행이익을 얻는 경우에도 보상금에서 차감해야 한다.9
(5) 감정평가서
부분 취득의 보상액은 취득 전과 후의 대상부동산 가치의 차이가 되므로, 감정평가사는 i) 취득 전 전체 부동산의 시장가치 의견과 ii) 취득 후 잔여 부동산의 시장가치 의견을 제시하는 두 개의 감정평가서를 제출해야 한다.
옐로우북에서는 소유권과 소유권 외의 권리 등 또는 토지, 건축물 등 부동산의 구성 요소별로 감정평가하여 이를 합산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부동산으로써 전체를 일괄평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10 이는 권리별로 감정평가하여 이를 합산하거나 물건별로 감정평가하여 합산할 경우 부적절한 누적 감정평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옐로우북에서는 과도한 공용제한과 관련된 규제적 수용(Regulatory taking)에 대하여 수용의 청구(Inverse takings) 및 이에 대한 감정평가 기준을 규정하고 있다.11 감정평가사는 해당 제한이 규제적 수용에 해당하는지 여부의 판단 및 이에 대한 보상에 대해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옐로우북에서는 한시적 공사 지역권(TCEs, Temporary Construction Easements)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한시적 공사 지역권은 해당 공익사업과 관련된 건설공사를 위해 필요한 인접 토지를 공사 기간 동안 일시 사용하기 위한 것으로, 편입되는 토지의 취득과 동시에 설정된다.12
옐로우북에서는 사업시행자가 감정평가서를 검토하기 위하여 자격을 갖춘 외부 검토감정평가사를 고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검토 시 감정평가사가 준수해야 할 요건 등을 규정하고 있다.13
옐로우북에서는 「미국감정평가실무기준(USPAP, Uniform Standards of Professional Appraisal Practice)」의 적용 예외를 규정하고 있으며, 이는 USPAP에서 규정한 적용 예외 규칙(Jurisdictional exception)에 의한다.
해당 공익사업으로 인한 가치변동 배제의 원칙(Scope of the project rule)에 따라 보상평가에서 해당 공익사업으로 인하여 인근 지역에서 발생한 가치의 변동을 고려하지 않도록 한 옐로우북의 규정은 대표적인 USPAP의 적용 예외 규칙 적용 대상에 해당한다.14
옐로우북에서는 대상부동산의 최근 자발적 거래를 그 가치에 대한 최고의 증거로 보아 기준시점 이전 10년간 대상부동산의 모든 거래자료를 우선적으로 수집하도록 규정하고 있다.15 또한, 대상부동산의 10년간의 이용 이력과 임차 상태를 확인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과거 유해물질에 의한 오염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감정평가제도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급변하는 사회적, 경제적, 행정적 변화에 능동적으로 그리고 선제적으로 대처해 나가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우리보다 앞서 관련된 문제를 경험하고 해결한 다른 나라들의 제도를 조사·연구하고, 이를 우리의 제도에 접목하려는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취지에서 협회는 외국의 감정평가 기준 등을 번역하고 소개하는 일을 계속하고 있다. 즉, 위에서 소개한 옐로우북 외에도 2017년에는 USPAP을, 2022년에는 「국제감정평가 기준(IVS, International Valuation Standards)」을 번역하여 배포하였으며, 2023년에는 「영국왕립평가사협회 감정평가 기준(Royal Institution of Chartered Surveyors Appraisal and Valuation Manual)」을 번역하여 배포할 예정이다.
다만, 이번 번역과 관련해서 옐로우북은 우리나라의 「토지보상법 시행규칙」 또는 「감정평가 실무기준」에 해당하는 것이므로, 「토지보상법」에 해당하는 「표준이주정착지원 및 부동산취득정책법(Uniform Relocation Assistance and Real Property Acquisition Policies Act)」과 「토지보상법
시행령」에 해당하는 「Transportation Code of Federal Regulation(CFR) Title 49」를 함께 번역했다면 미국의 수용 및 보상제도 전반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리고 번역서의 형식으로 발간하고, 원본과의 대조를 쉽게 하기 위해 페이지를 맞추다 보니 미국과 우리나라의 법적·제도적 차이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상이한 기준이나 용어 등에 대해 추가적인 설명을 하지 못한 점도 아쉬운 부분 중의 하나이다. 이러한 이번 번역서의 부족한 부분은 옐로우북 해설서의 출간을 통해 보완할 수 있을 것이므로 역량 있는 감정평가사님들의 도전을 기대해 본다.
이번 옐로우북의 번역을 계기로 앞으로 감정평가사님들이 외국의 감정평가제도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기 바라며, 옐로우북은 물론이고 그 밖에 위에서 소개한 외국의 감정평가 기준들도 꼭 한번 읽어보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