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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표 교양
슬기로운 직장생활

직장에서 내가 설명충이라고? 오히려 좋아

직장 생활에서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는 통하지 않는다.
각자의 업무로 바쁜 상황, 오히려 말을 아껴서 벌어지는 오해나 문제가 더 많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설명에 충실하면서도 장황해지지 않는 설명의 기술을 소개한다.

글. 희렌최 작가(<할 말은 합니다> 저자 / 유튜브 ‘희렌최널’)

‘설명충’의 미덕

‘내가 설명충인가?’ 말을 길게 하다보면 스스로를 검열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 ‘설명충’이라는 단어가 생긴 후부터다. ‘설명충’은 설명과 벌레의 합성으로 딱히 풀이할 필요가 없는 사안까지 진지하게 설명하려는 사람을 비하하는 표현이다. 이 단어가 생긴 뒤,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을 검열하기 시작했다. 이것까지 말하면 ‘설명충’ 소리를 듣거나 소위 말하는 꼰대가 될까 봐 말을 아끼는 경우처럼 말이다. 그런데 직장 생활, 업무적 소통에서만큼은 지나친 설명보단, 설명을 생략해서 잘못된 방향으로 일이 진행되거나 오해가 쌓이는 경우가 더 많다.

‘이 정도면 당연히 알겠지.’ 후배에게 간략히 설명하고 일을 맡겼는데 아웃풋이 정반대로 나온 경험을 해보았는가? 반대로 불친절한 상사의 설명에 혼자 끙끙대며 몇 시간 동안 일을 붙잡고 늘어져 본 적은 없는가? 직장에서는 경력이 많은 직급과 신입 사원의 지식의 차이가 존재한다. 그럼에도 내가 아는 것을 당연히 후배가 알 것이라고 생각하고 제대로 된 설명을 하지 않는 것. 지식의 저주(내가 아는 것을 상대가 알 것이라고 착각하는 현상)로 인해 직장에서 많이 벌어지는 소통 오류다.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자기중심적으로 사고하고 말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여유 없이 돌아가는 일터에서는 자신의 입장, 지식의 범위 내에서 생각하고 움직이기 십상이다. 그러다 보니 서로 생각하는 ‘당연한 것’들이 당연하지 않게 진행되는 불상사가 생긴다. 이러한 업무상 불협화음을 방지하고 원활한 소통을 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설명이 필요하다. 서로의 입장에 서서 친절하고 정확하게 설명하는 끈기와 성의는 해충이 아니라 꼭 필요한 소통의 미덕이다. 적어도 일터에서만큼은.

‘아시다시피’의 마력

설명을 더 하려다 멈추게 되는 상황이 있다. 먼저, 더 말하면 꼰대처럼 보일까, 잔소리처럼 들릴까 멈추게 될 때가 그렇다. 이런 순간에 꼰대가 되지 않고 설명에 충실해지는 방법을 소개한다. 부연 설명을 하고 싶을 때, 정확한 업무 확인을 위해 한 번 더 짚고 넘어가고 싶을 때 특히 유용하다. 바로 ‘아시다시피’, ‘잘 아시는 것처럼’을 붙여 말하는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의 방향성을 잘 알겠지만, 젊은 타깃층에 맞는 시의성이 가장 중요합니다. 여기에 맞는 기획을 가급적 빠르게 하는 것이 중요해요.”

“최 대리가 잘 아는 것처럼, 이번 주까지 사장님 보고를 해야 하기 때문에 내일까지는 레퍼런스를 찾아주었으면 해요.”

‘아시다시피’, ‘잘 아는 것처럼’과 같은 표현은 상대가 알고 있을 수도 있다는 전제가 바탕이 된다. 이로 인해 가르치는 듯한 표현에 비해 상대를 인정하고 배려하고자 하는 의도를 전달하기에도 좋다. 상대가 깜빡하고 있었던 사안에 대해서는 리마인드가, 몰랐던 상황이라면 다시 한번 그 계기로 알고 갈 수 있어 부드러운 확인이 가능해진다. 일을 더 확실하게 진행하게 해주는 사소하지만 간단한 주문인 것이다. 후배의 입장에서도 ‘아시다시피’는 유용한 리드 멘트가 된다. 특히 말을 잘 듣지 않는 상사에게 꼭 해야 할 말을 해야 하는 상황에 유용하다. 그 이유는 상사가 위치한 직급의 특성에 있다. 직급이 올라갈수록 상황을 전부 알고 컨트롤하는 것은 중요한 덕목이 되기 때문이다. 모르는 것도 아는 척하고 싶어지는 상사에게 이 말을 하면 상대가 몰랐더라도 제대로 들어주게 되는 주문이 되는 것이다. 특히 나를 변호해야 하는 상황 설명에서 ‘아시다시피’ ‘아시는 것처럼’을 활용하면 부드럽게 부연 설명을 할 수 있다.

“팀장님께서도 아시다시피, 팀원들 대부분이 이번 주 외근 스케줄이 많습니다. 저 혼자 업무를 처리하기에 역부족이라 기한을 조금 더 늘려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직장에서 내가 하는 업무를 상사가 알아준다면 좋겠지만 그러지 못한 경우가 많다. 업무 분담이나 기한 연장처럼 말하기 쉽지 않은 문제를 꺼낼 때, ‘아시다시피’를 활용해 굳이 설명해보자. 여유 없이 바쁜 상사라도 조금은 이야기를 들어주려는 시도를 할 것이다.

깔끔한 설명을 위한 PREP 기법

설명이 듣기 싫은 또 하나의 이유는 장황함에 있다. 말이 정리되어 있지 않고 늘어지면 명확한 포인트를 짚기 힘들다. 열심히 보고 후 상사로부터 “그래서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라는 말을 들었거나 업무 지시 후 후배의 아리송한 표정을 보고 설명을 더 해야 할지 고민했던 적이 있다면 깔끔하게 설명하는 기술을 익혀보자. 많이 알려진 방법으로 PREP 기법이 있다. 주장이나 설명을 간단명료하게 상대에게 전달하는 정리법이다. Point 주장, Reason 이유, Example 예시, Point 주장의 4단계로 이야기하는 것이다. 특히 마지막에 한 번 더 주장을 짚어줌으로써 다시 한번 하고자 하는 말의 포인트를 상대에게 명확히 각인시킬 수 있다. 글쓰기에서도 많이 적용되는 ‘수미상관(首尾相關)’역시 같은 원리다.

Point 주장: 일을 잘하기 위해서는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Reason 이유: 말을 잘하면 업무 진행이 원활하고, 사회생활에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Example 예시: 예를 들어, 비슷한 아이디어를 발표하는 두 사람이 있다고 해보자. 말을 잘하는 사람의 아이디어가 통과될 확률이 훨씬 높을 것이다.
Point 주장: 일을 잘하기 위한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기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꼭 해야 할 말을 하기 앞서 ‘설명충’이라는 말을 들을까 여전히 두렵다면 설명충의 ‘충’을 벌레 충(蟲) 대신 충성 ‘충(忠)’의 의미로 바꿔보자. 게다가 충성 ‘충(忠)’ 에는 또 다른 뜻이 있다. 바로 ‘진심’, ‘정성을 다하다’이다. 당신은 오늘부터 설명충(忠)이다. 설명에 정성을 다하는, 업무를 위한 소통에 진심인 사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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