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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PA 인사이드
제1회 감정평가사 수기 공모전 최우수상 作

어르신, 예전에 사업자 내고 영업하셨는데 폐업하신 거예요?

글. 유제상 감정평가사(효성감정평가법인 본사)

2020년 가을쯤입니다. 인천에 있는 한 재개발 현장에서 담당 감정평가사님과 함께 수용재결 평가를 위한 현장조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사업구역은 인천 끝자락에 있는 곳이었는데 협의로 보상금을 받은 분들의 비율이 굉장히 낮아서 처음 현장을 나가기 전부터 불안한 마음이 약간 있었습니다. 날씨가 추워지기 시작할 때여서 몸도 마음도 조금은 무겁게 들어간 현장이었습니다. 토지, 건물, 영업손실에 대해 보상평가를 했는데, 그중에서 영엽손실 보상평가를 하던 중 만난 소유자 한 분이 기억에 남습니다.

영업손실 보상평가를 하는 도중에 어느 허름한 가게에 들어섰습니다. 목록에는 사업자 등록이 안 되어 있어서 이전비 보상대상으로만 알고 현장에 간 상태라 이전할 대상이 무엇인지만 생각하고 갔습니다.

약속한 시간에 가게에 들어서니 소유자분은 연세 많으신 남성분이었는데 몸이 안 좋으신지 가게 뒤편에 마련된 방에 누워있다가 나오셔서 말씀하기 시작하셨습니다. 그런데 듣다 보니 사업인정 당시 사업자 등록을 하고 영업을 하고 계셨는데 그 이후에 폐업하셨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슈퍼마켓은 자유업이라 신고만 적법하게 했다면, 최저이익에 대한 영업 보상이 이뤄져야 합니다. 모 법무법인에서 수용재결로 넘어온 많은 분의 이의신청 등의 업무를 대리해 주고 있었지만, 이 소유자분께서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렇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소유자분께서는 몸이 편찮으셔서 그런지 본인은 아는 게 없다면서 그냥 가게를 둘러보라는 말씀만 주셨습니다. 소유자분의 말씀을 들어보니 해당 사업장은 사업인정고시 당시에 적법하게 사업자 등록을 하고, 그 이후에 사업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폐업을 한 상태여서 그에 대한 영업이익이 인정되는 경우로 보였습니다. 이러한 경우는 보상비가 단순 이전과 비교해 몇 배가 차이납니다.

그래서 소유자분께 예전의 사업자 등록과 영업 내역을 조합 측에 꼭 제출해서 영업손실 보상을 받으라고 당부드리고는 그곳을 나왔습니다. 뒤돌아 나오면서 어르신이 꼭 서류를 잘 챙겨서 정당하게 받아야 하는 보상금을 잘 수령하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발로 인해서 정당하게 보상금을 받아도 비슷한 동네에서 머물기는 힘든 상황인데, 법에서 정해진 보상금마저 못 받으시는 건 아닐까 걱정도 되고 많은 생각이 교차했습니다.

점점 정보가 개방되고 또 그 정보를 얻는 사람이 많아졌지만, 아직도 보상현장에서는 보상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잘 모르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복잡한 상황이 많고 워낙 사례도 다양하지만, 정말 기본적인 정보를 몰라 당연히 받아야 할 보상금을 놓치는 일도 있다는 것을 보았습니다.

감정평가사는 사업시행자, 소유자 등 여러 이해관계인의 이익을 대변해야 하기에 객관적으로 업무를 진행해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정보의 부족으로 정당하게 받을 수 있는 보상금 중 일부를 보상컨설팅 수수료로 내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러한 일을 마주할 때면 제가 아는 한도 내에서 정당하게 보상금을 받을 수 있도록 소유자분들께 말씀드리곤 합니다.

감정평가사 수험생활을 하면서 저 역시 힘든 시기를 지나쳤기에 보상현장에서 접하는 어려운 분들을 보면 어떻게 좀 더 도와드릴 부분이 없을까 하는 고민을 많이 하곤 합니다.

감정평가사라는 직업이 아직 사람들에게 생소한 직업이지만, 보상현장에서는 누구보다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걸 알기에 오늘도 현장에서 법과 원칙에 맞도록 누구보다 객관적인 자세로 업무에 임하겠다는 다짐을 하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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