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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나누기
부동산 이야기

감염병과
부동산 시장

글. 송현부 도시경제학 박사(일본도시경제연구소 소장)

많은 사람이 소원 성취를 꿈꾸며 시작한 2020년. 그러나 설부터 시작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RONA-19)으로 인류는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감염병(질병)은 인간의 역사를 수없이 변화시켜 왔고 과거로부터 인류를 재앙이라는 표현까지 나올 정도의 위험으로 몰아 왔다. 감염병의 원인과 치료, 예방법 등을 알아내고자 했던 것이 인간의 노력에서부터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인류는 선사 시대에도 다양한 감염에 시달려왔다. 감염병은 의료의 대상이 되는 질병의 일종이지만, 그 존재가 미치는 영향은 단순히 질병의 범주에 머물지 않았다. 역사를 되돌아보면, 감염병이 전쟁과 함께 많은 사망자를 초래하기도 했다. 감염병의 확대가 국가의 사회, 경제구조를 변화시키고 하나의 문명을 멸망시키기도 했다.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감염으로 인한 전염병이었다. 최초의 감염병 유행은 541년 동로마 제국으로 유행 전성기에는 수도 콘스탄티노플(현재의 이스탄불)에서 매일 5,000명~ 1만 명의 사망자가 나왔다고 한다. 당시의 황제 유스티니아누스 1세도 전염병에 걸렸다가 회복했지만, 갈리아(프랑스)와 영국제도에 대한 침략계획을 포기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중세에는 몽골제국의 지배 아래 있던 유라시아 대륙에도 동서 교역으로 인해 전염병이 전파되었고, 유럽에서는 14세기에 전염병이 대유행했다. 특히 1348년부터 1353년까지 6년 동안 당시 1억 명 정도의 유럽 인구 중 2,000만 명 ~ 3,000만 명이 전염병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당시 꽃의 도시 이탈리아 피렌체(Firenze)에서는 전염병으로 죽은 사람의 시체가 넘쳤고, 지방에서는 많은 사람이 사망하면서 마을 인구가 줄어 폐촌이 되었다. 또한 심각한 노동력 부족으로 이어져 농업 노동의 형태에 변화가 생겼다. 농노제도가 붕괴하고 소작농이 출현하여 농민의 지위 향상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베네치아공화국에서는 전염병의 감염이 의심되는 선박을 40일(전염병 잠복기) 동안 항구밖에 강제로 정박시키는 검역 제도가 시작되기도 했다.

20세기에는 감염병으로 인한 세계적 유행은 스페인독감(1918년), 아시아독감(1957년)이 발생 되었고, 홍콩독감(1968년) 발생부터 세계보건기구(WHO)는 최초 펜데믹 선언을 했다. 21세기에 들어와 중국 광동성에서 발생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2002년 11월 ~ 2003년 7월)은 팬데믹 선언이 없었으나, 37개국 8,096명이 감염되어 774명이 사망했다. 그 후, 신종인플루엔자(2009년 4월 ~ 2010년 8월)는 미국에서 발생하여 214개국 이상에서 감염되어 팬데믹 선언되었고 19,000명(국내 사망자 27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코로나19는 중국에서 발생하여 전 세계로 퍼졌고 세계보건기구의 세 번째 팬데믹 선언되었으며, 전 세계에서 8,727,986명이 감염되었고 462,737명이 사망(6월 21일 기준)하는 등 인류에 큰 어려움을 주고 있다. 코로나19 감염의 확산과 이에 따른 실물경제의 하락으로 인한 장래 불확실성의 증가는 세계적인 추이다. 올해 하반기 이후에야 백신이 개발될 예정이어서 단기간에 종식될 것으로 보이지 않고 전 세계의 사회, 경제 등에 미치는 영향도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적 충격 규모를 추정하는 것은 현 단계에서 쉽지 않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업종을 불문하고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6월 10일 발표)에 의하면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종전 2%에서 3.2%P 낮춘 -1.2%로 하향 조정했다. 4분기에 2차 확산이 발생한 경우에는 성장률을 -2.5%로 전망했다. 세계경제성장률은 -6%로, 2차 확산 시에는 –7.6%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결과적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리먼 사태) 당시 평균 성장률 4.7%, 1990년대 말 아시아금융(IMF) 위기 당시의 1.3%보다 매우 낮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대응해 선진 각국은 엄청난 자금을 국민과 기업 등에 지원 등을 하고 있지만, 올해 2차 확산이 없을 때와 있을 때를 나눠 봤을 때 미국은 -7.3%와 -8.5%, 중국은 -2.6%와 -3.7%, 유로존은 -9.1%와 -11.5%, 일본은 -6.0%와 -7.3%로 성장률을 전망했다. 따라서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 위기는 1929년 세계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 침체를 겪을 수 있다는 전망으로 세계 각국의 무역률도 두 자릿수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경제 대공황과 유사한 사태 속에 부동산 시장은 정량적인 측정은 어렵지만, 부동산 시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예상할 때 부정적인 시나리오는 실물경제의 부진으로 오피스빌딩, 상업시설 등의 수요가 위축되어 임대료 시세가 하락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예상되는 낙관적 시나리오는 실물경제의 영향이 부동산 시장에 미치기 전에 경제침체에 대한 대책의 목표로 정부(한국은행)가 제로금리 등의 금융완화로 인한 투자금이 부동산에 흘러들어 부동산 거래에 조정 유지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최근 부동산 시장의 흐름은 아파트(주택) 시장을 제외하면 부정적인 시나리오 성향이 높다. 코로나19로 인해 오피스, 상업시설(점포) 등의 시장은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오피스 시장은 3밀(밀폐, 밀집, 밀접)의 자제 속에 기업이 좋든 싫든 관계없이 직원의 재택근무를 촉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번 감염의 유행은 텔레워크(Telework)의 보급을 추진하는 큰 계기가 되었다. 또한, 소비 현장에서도 전자상거래 및 인터넷 콘텐츠 사업의 강점이 재차 인식되고 있다. 재택근무가 얼마나 대중적이든 내외의 사람들과 비공식적인 정보교환과 신뢰 관계 조성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하게 되었다. 따라서 기존의 사무실이 필요하게 되거나 도심의 오피스 입지가 의미를 가져야 한다는 개념이 변화되어, 작업공간이라는 의미의 사무실에서 커뮤니케이션의 장이라는 의미의 사무실로 예상되는 기능이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서 오피스 공간(임대시장)이 필요 없게 되어 오피스 시장은 장기적으로는 사무실이 축소되는 새로운 전환기를 맞지 않을까 싶다.

상업시설(점포) 시장은 코로나19 사태로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다. 외출 규제, 외국인 관광객의 감소와 휴업 요청 등에 의한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것이다. 올해 3월 방한 외국인(한국관광공사 통계)은 8만 3,497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94.6%나 감소했고, 4월에는 2만 9,415명으로 무려 전년 동월 대비 98.2%로 폭락하는 등 인바운드 수요가 침체하여 상업시설, 숙박시설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비상사태 선언으로 인한 휴업 요청, 영업 자숙에 따라 영업을 취소하고 물건 판매, 서비스 음식 등의 점포를 운영할 수 없었다. 이러한 사업자의 대부분은 부동산을 임차하여 영업하고 있어 매출 정지가 임대료 지불 능력의 상실로 이어진다. 경영 자체가 어려워져 도산하는 사업자도 많이 나올 것이다. 다만, 임대료 지불 유예 및 감면 내용은 임대계약에 대해 소유자와 세입자 협상이 진행될 것으로 본다. 세입자의 매출 감소를 고스란히 소유자에게 전가하는 사태의 발생은 쉽지 않다고 본다.

또한 부동산 업종에 따라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정도에 차이가 있다. 상업시설은 인바운드 수요 의존도가 매우 높아 도심형 매장과 엔터테인먼트 수요에 대응하는 쇼핑몰 등에서는 어려움이 있겠으나, 생활 밀착형 약국, 슈퍼마켓 등은 오히려 매출 증가 가능성이 있다. 상업시설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일시적일 가능성이 있다. 과거에 세계적으로 유행한 감염병 사례를 보면, 2003년 사스(SARS)나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 종식 이후에 외국인의 방문이 의외로 빨리 회복되었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기변동을 통해 영향을 받는다. 임대시장의 관점에서 언급한 직접적인 영향과 분리하여 생각해야 할 것은 경기변동을 통한 영향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얼마만큼 실물경제를 악화시키고 나아가 기업과 가계의 부동산의 실수요를 감소시킬 것인지에 대한 문제이다. 상징적으로 주식(위험자산)에서 채권(안전자산)으로 투자 선호 대상이 바뀌고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 자금을 유출하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이 가운데 선진국의 세계주가지수(MSCI)는 2월 중순 피크에서 3월 하순 사이에 약 34% 하락했다. 그동안 3월 초순에 주요 선진국의 국채금리는 급락(채권가격 급등), 예를 들어 미국 10년 국채금리는 연초 1.9%대에서 3월에는 0.5%대에 이르렀다.

국내 주식시장도 3월 중순을 기점으로 하락에서 회복을 유지한 상태이다. 그럼에도 시장의 불안 심리 증가로 투자자가 안전을 지향함에 따라 부동산 시장의 투자 수요가 감소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주요국의 금융당국이 취한 조치로 금융자본 시장의 상당한 혼란은 3월 말 정도로 4월 이후 다소 안정을 되찾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작금의 경제 상황을 1929년 이후의 세계공황에 비유할 수 없겠지만, 당시와는 달리 현재는 글로벌 협조에 의한 금융 안전망의 정비가 진행되고 있으며 향후 지나치게 위험한 상태까지 진전되진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경제 활동의 침체가 계속된다면 향후 모든 산업에서 기업의 실적 악화가 표면화될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한 기업에서도 직원이 보너스를 받지 못하거나 임금이 동결되어 소득이 감소되는 경우, 정리 해고되어 실직되는 경우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에 안정된 수입을 기대하는 직원들은 주택 구매자이며, 그들의 소득이 감소하게 되면 주택 수요 역시 감소될 것이다. 이는 리먼 사태에도 일어난 현상이며, 코로나19 사태에서는 더 광범위한 산업에서 발생할 위험이 크다.

결과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부동산 시장은 경제적 충격에 의한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한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리먼 쇼크가 부동산 시장에 미친 영향을 보면, 경제 충격에 의해 부동산 구입검토 계층의 소득감소가 현실화하여 부동산 수요 급감으로 이어졌다. 부동산 판매 급감에 의해 기업의 공급 주택 수와 평균 공급 가격도 동시 하락하였다. 경제적 충격이 주택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올해 하반기 이후에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로 인한 전 세계의 감염병 사태는 시장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국내의 아파트 시장만큼은 과거의 경제 사태 시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현 정권은 아파트 가격 상승을 억제하고 안정시키는 대책으로 다양한 규제정책을 도입·시행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부동산 시장이 급속히 악화(가격 조정)될 수 있는 상황에도 21번째(6월 17일) 대책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관리방안」을 추가로 내놓으며 조정대상지역 설정, 투기과열지구 지정, 주택담보대출 및 전세자금대출 규제 강화 등을 시행했다. 오히려 코로나19 사태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조정)될 것을 예상하여 완화정책을 전개해야 할 시기에 이런 대책으로 부동산 시장을 더욱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아파트 시장은 호경기나 불경기와 관계없이 여유자금이 있는 사람은 대부분 이미 유주택자이다. 더욱이 다주택자일수록 여유 투자금이 많다. 정부가 경기 부양 등을 고려해 금리를 제로금리로 낮추면 일시적으로 주식시장으로 유입도 되겠지만, 부동산 시장으로 더 많이 흘러간다는 것이 선진국의 실례이다.

국가의 산업은 부동산 시장(아파트)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올해 하반기부터 실행해야 할 과제는 침체된 시장 경제에 다양한 금융 지원을 통해 내수(소비 등)를 살려야 하며, 동시에 외수(수출 등) 산업의 활성화 정책 마련이 시급한 시기이다. 정권의 정치적 이슈로 인한 정책은 오히려 시장을 왜곡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이를 배제하고 건전한 시장 발전과 서민 등을 위한 진정한 정책을 시행하는 것이 절실히 필요한 시기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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