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박민규 기자(아시아경제 건설부동산부)
레니가 우리 집에 처음 온 건 2015년 봄으로 기억한다. 레니는 낯선 장소, 낯선 사람과의 첫 만남으로 긴장한 탓에 내 방구석에 숨어 한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다행히 레니는 밤이 되기 전 얼굴을 내비치며 내가 준 간식을 먹기도 했다. 레니는 우리 집 고양이 다섯 마리 중 첫째다. 레니가 우리 집에 왔을 때는 만 두 살이었다. 당시 나는 고양이를 반려하기 위해 입양처를 알아보던 중이었고, 레니는 기르던 주인에게 파양돼 내 지인 집에 와 있던 상황이었다. 지인 집에는 이미 고양이가 여러 마리 있었기 때문에 레니는 우리 집으로 오게 됐다. 파양의 이유는 회사에서 해외 출장이 잦아 고양이를 혼자 두는 시간이 많아졌다는 것이었다. 고양이가 가장 귀여운 시기인 3개월 안팎 때 입양해 성체가 되면 파양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성체가 되면 아무래도 어릴 때보다는 덜 귀여워지고 털도 상상 이상으로 많이 빠지기 때문이다. 물론 파양의 진짜 이유는 반려인만 알 것이다. 레니가 오고 몇 달이 지나지 않아 혼자는 외로울 것 같아 친구를 만들어주기 위해 둘째를 데려오게 됐다. 그러다 보니 셋째, 넷째에 이어 다섯째까지 늘어났다. 지금 생각해보면 친구를 만들어준다는 건 핑계였고 고양이의 매력에 푹 빠지면서 마릿수를 늘렸던 거 같다.
고양이 다섯 마리를 반려한다고 하면 대부분 사람들은 “와” 하고 감탄사부터 낸다. 내가 고양이를 반려하기 전에 주변에서 고양이 다섯 마리를 기르는 사람을 봤다면 나도 같은 반응을 보였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고양이 다섯 마리가 많다고 느낀 적은 한 번도 없다. 오히려 적다고 느낀다. ‘최소한 열 마리 정도까지는 돼야 하지 않을까’ 싶은 게 내 속마음이지만 자제하는 중이다. 레니가 처음 온 뒤부터 다섯째를 데려올 때까지만 해도 사실 고양이의 습성이나 생태에 대해 잘 몰랐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혼자 신이 나서 데려왔던 것이다. 그땐 몰랐지만 고양이들은 영역 동물이기 때문에 자신의 영역에 다른 고양이나 동물이 나타나면 대부분 경계하고 배척한다. 물론 모든 고양이가 그런것은 아니다. 그런 경계와 배척은 다 자란 고양이일수록 심하다. 어릴 때는 서로 친해지기가 쉽지만 성체고양이는 다른 고양이를 순순히 받아들이기가 더 어려운 것이다. 사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아기나 어린이들은 상대적으로 어른보다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가 덜하고 쉽게 친해지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고 보면 된다. 특히나 고양잇과 동물은 자신의 영역에 대한 집착이 강해 사람보다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레니가 처음 우리 집에 올 당시, 투룸에 월세로 살던 나는 1년 뒤 방 3개짜리 작은 빌라를 사 이사를 했다. 내 생애 첫 ‘내 집’ 마련이었다(엄밀히 따지면 ‘은행집’이다. 지금도 그 집에 살고 있다. 대출 만기는 한참 남았다). 굳이 예정에도 없던 집을 사게 된 것은 캣타워와 캣폴 등 수직 이동 공간을 마련해주긴 했지만 고양이들이 뛰놀기에 투룸이 좁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집주인 눈치를 봐야 하는 점도 마음에 걸렸다. 그렇게 집을 사면서 빚쟁이가 된 나는 몇 달 뒤 차도 샀다. 물론 대출을 받았다. 차를 산 이유가 출퇴근은 아니었다. 고양이들을 병원에 데려갈 때마다 택시를 타기가 불편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다행히 고양이들이 병원에 갈 일이 거의 없어 내 차는 주차장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채 서 있다.
이런 얘기를 하면 대부분 사람들은 내가 극성 애묘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에 난 극성 애묘인은 아닌 거 같다.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캣맘·캣대디도 아니고, 그렇다고 다친 길고양이나 유기된 고양이를 열성적으로 구조하는 사람도 아니다(실제 다친 길고양이를 만난 적은 없다. 내 눈앞에 다친 길고양이가 있다면 구조를 고민할 거 같긴 하다).
내가 고양이들에게 애정을 쏟는 이유는 단순하다. 너무 사랑스럽기 때문이다. 신이 존재한다면 고양이는 분명 천사일 것이다. 고양이를 기르는 데는 귀여움과 사랑스러움을 상쇄할만한 어려움이 따른다. 물론 사람마다 느끼는 어려움의 정도는 다를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고양이로 인해 받는 행복감이 너무 커서 고양이를 반려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어려움은 극히 미미하게 느껴진다(사람에 따라서 매우 크게 느껴질 수도 있다). 고양이의 몸짓 하나하나가 귀여움의 결정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고양이마다 성격이 다 달라서 애교가 없고 까칠한 고양이들도 있다. 그런 고양이들도 행동을 잘 살펴보면 우아한 기품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고양이를 무턱대고 입양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고양이를 반려하는 일(애묘인들은 집사가 된다고 표현한다. 집사가 돼 고양이를 주인으로 모신다는 의미로)은 위에서 말했듯이 많은 어려움이 따르고, 고양이들은 개와 달리 천성적으로 독립심이 강하기 때문에 그 특성에 맞게 대해 줘야 한다(독립심이 강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타지 않는 것은 아니다. 개체마다 차이가 있다).
고양이를 반려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크게 세 가지 정도로 꼽을 수 있다. 첫째는 영양소가 잘 갖춰진 먹이, 둘째는 청결한 화장실 관리, 셋째는 안락하고 활동하기 충분한 공간이다. 물론 이외에도 필요한 부분들이 많지만 핵심만 들면 그렇다. 고양이는 순수한 육식동물이기 때문에 잡식성인 개와 달리 탄수화물을 따로 섭취할 필요가 없다. 사람이 먹는 음식을 주는 것도 지양해야 한다. 소금 등 간이 된 음식은 고양이의 건강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좋은 주식 사료를 선택하는 게 중요한데, 영양소와 원료, 합성보존료 사용 여부 등을 꼼꼼히 따져 봐야 한다. 저가 사료들은 옥수수나 쌀·감자 등 탄수화물 원료 비중을 높인다. 그만큼 원가를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양이들에게는 적합한 사료가 아니다.
고양이에게 중요한 또 다른 문제는 수분 섭취다. 고양이의 선조가 사막 태생이어서 현대 고양이들도 그 습성이 남아 물을 별도로 잘 마시지 않고 먹이에서 대부분 수분을 얻는다. 하지만 현대 고양이들은 관리가 편한 건사료를 먹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수분 섭취를 신경 쓰지 않으면 요로 결석 등 비뇨기 질환에 걸리기 쉽다. 같은 맥락에서 화장실을 청결하게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고양이는 모래를 파서 거기에 일을 보고 덮는 습성이 있는데, 이는 야생에서 자신의 배변 냄새를 감춰 천적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실내에서 기르는 고양이는 플라스틱 화장실에 고양이용 모래를 부어주면 거기서 일을 본다. 고양이는 아주 예민한 동물이어서 화장실이 지저분하거나 모래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일을 보지 않는다. 배변을 참거나 이불 위 등 예기치 않은 공간에 일을 보게 되는데, 배변을 참다 보면 방광염 등 질병에 걸리기 쉽다. 특히나 고양이는 아픈 티를 잘 내지 않기 때문에 병이 악화된 다음에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모래를 잘 선택하는 것도 좋은 주식을 선택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다. 대부분 고양이들은 입자가 고운 모래를 선호한다. 먼지가 날리지 않는 모래를 선택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대부분 고양이모래 제품이 99.9% 먼지 제거라고 홍보를 하지만 실제 써보면 먼지 날림은 극과 극이다. 정말 먼지가 거의 날리지 않는 제품이 있는가 하면 먼지가 너무 심해 화장실 청소할 때마다 기침이 나는 제품도 있다. 먼지가 많이 날리는 제품은 사람은 물론 고양이에게도 좋지 않다. 결막염이나 호흡기 질환 등을 가져온다. 고양이 화장실 청소는 적어도 하루에 두 번 이상은 해주는 게 좋다. 피치 못할 상황이라고 해도 최소 한 번 이상은 해줘야 한다. 하루 이상 집을 비워야 한다면 화장실을 추가로 몇 개 더 설치해주는 것도 방법이다.
대부분 고양이들은 높은 곳에서 안정감을 느끼기 때문에 바닥면적이 넓은 것보다는 수직으로 이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많이 만들어 주는 게 좋다. 시중에 판매되는 캣타워나 캣폴 등 제품들이 많지만 가격대가 만만치 않다. 그렇다고 너무 저렴한 제품을 사면 오래가지 못하거나 안정감이 떨어진다. 목공 등에 소질이 있다면 선반 등을 이용해서 직접 수직 이동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런 모든 점들을 고려하더라도 고양이를 입양하기 전에는 먼저 충분한 공부와 준비가 필요하다. 일차적으로는 고양이의 습성에 대한 책을 통해 기본 지식을 얻을 수 있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등을 통해서도 원하는 정보를 구할 수 있다. 고양이를 입양할 때는 좁은 진열장에 상품처럼 넣어 놓은 펫숍보다는 보호소나 SNS 상의 유기묘 등을 입양하는 걸 추천한다. 전문브리더(사육자)를 통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고양이를 반려할 모든 준비가 됐다고 생각되더라도 고양이를 입양하기 전에 한 번 더 돌아봐야 한다. 내가 과연 고양이를 정성껏 반려할 수 있는 사람인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