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 부동산 영향 주나?
이철균/서울경제신문 건설부동산부
금리와 아파트 가격은 반비례 관계다. 금리인하는 주택담보대출 증가를 가져오고 이는 바로 집값 상승과 직결돼 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1년 하반기 이후 집 값 상승을 견인했던 가장 큰 요소는 바로 ‘저금리 지속’이라는 기대감이었다. 저금리 지속 기대감이 없었다면 무려 30%가 급등하는 집 값 상승은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 됐다.
이런 와중에 최근 주택시장이 일부 호재가 있는 아파트를 중심으로 매도호가가 오르고 있다. 특히 지난 달 10일 콜금리를 역대 최저인 3.75%로 인하 한 이후 주택담보대출도 동반 급증, 지난 달만 4,000억원이 늘었다. 때문에 부동산 시장에서는 ‘5월 현상 재현’가능성도 조심스레 언급되고 있다. 지난 5월 정부가 콜금리를 4%로 인하 한 이후 주택담보대출이 2,000억원이 늘었고 이에 따라 주택시장은 수도권 재건축 아파트 가격 급상승, 신규아파트 청약률 급등 등의 거품양상을 나타냈기 때문.
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선임연구원은 “그 동안 콜금리 인하 후 주택담보대출이 증가하면서 부동산 가격은 불안한 양상을 보였다”며 “부동산 시장에 조그마한 틈새만 있어도 가격은 다시 불안정해 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고 말했다.
◇시장 움직인다? = 두 달 가까이 가격, 청약률 등에서 안정세를 보이던 주택시장이 일부 틈새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재건축 허용연한 등의 규제를 받지 않는 대치동 해창 20평형, 도곡동 서린 30평형 등은 한 주새 가격이 최고 10%가 상승했다. 또 전매제한에서 자유로운 300가구 미만 주상복합아파트는 수 십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하고 초기 계약률 역시 100%에 육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구나 재건축 아파트 규제, 수도권 지역의 지구단위 계획 의무화 이후 공급은 더욱 위축, 가격 상승 가능성도 잠재 돼 있다. 실제로 1~4월 수도권 주택건설은 총 7만3,212가구로 지난 해 같은 기간 11만8,762가구에 비해 38.4%가 줄어들었던 것. 더구나 7월 현재 주택담보대출은 6월에 비해 4,000억원이나 늘어 향후 아파트 값 상승의 가능성을 더욱 높여주고 있는 상황이다.
◇비수기와 겹쳐 단기 상승효과는 없다? = 일단 콜금리 인하가 주택시장 비수기에 단행됐다는 점에서 다소 안심하는 분위기다. 수도권의 경우 재건축 규제에서 벗어난 일부저밀도 단지 등을 중심으로 가격이 상승할 뿐, 신규분양은 물론, 기존 아파트 모두 가격이 안정돼 있기 때문. 또 서울은 지난 6차 동시분양의 3순위 130여 가구 미달 등의‘청약률 충격’으로 인해 과거 같은 청약 거품은 한동안 없다는 것이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이전 콜금리 인하 때와는 달리 분양권과 재건축 등의 호재가 없는 상황이다”며 “그러나 콜금리가 물가상승률보다 낮은데다 주택 공급위축으로 인해 언제든지 다른 부동산 상품의 가격 급등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가격급등과 직결 = 과거 콜금리 인하는 아파트 값 상승과 직결됐다. 콜 금리 인하 후 주택담보대출은 급증했고 이는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올 5월 콜금리를 4.0%로 낮춘 후 주택담보대출은 한 달 새 2,000억원이 급증, 재건축 아파트 값 역시 7%가 상승했다. 이에 반해 2002년 5월 콜금리를 4.25%로 인상하자 주택담보대출은 1조1,000억원 가량이 줄면서 재건축 아파트 값 역시 0.31%가하락했던 것. 주택가격은 특히 IMF이후 뚜렷한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다. 지난 97년말 이후 3년만기 회사채 금리가 최고 20%에 달하는 고금리 체제에 들어가자 98년 중반까지 아파트가격이 급격히 하락하는 금리-집값 반비례 관계가 뚜렷했다. 98년말회사채 금리가 한 자릿수로 떨어진 이후 지난 2001년 하반기부터 금리가 6%대까지 하락하면서 아파트가격은 급등세를 보였던 것. 2002년은 이 같은 현상은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났던 해였다. 주택공사 주택도시연구원 김용순 책임연구원은 “주택가격 변동률을 조사한 결과 회사채 수익률이 집값 변화요인의 30~35%를 차지할 만큼 금리요인의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며“국내 부동산시장이 금리에 민감한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금리인상, 대비해야 = 부동산 시장이 금리에 민감하게 움직인다는 것을 곧 금리인상도 대비해야 한다. 최근 잇따라 콜금리를 인하해 왔지만 9월 이후 금리 인상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저금리가 부동산시장의 거품을 만들어왔다는 지적과도 직결된다. 또 최근 아파트 준공물량이 증가하면서 주택가격 선행지수인 전세가 하락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금리인상은 자칫 주택가격의 경착륙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리가 소폭 하락할 경우 집 값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보고서도 나왔다. 삼성경제연구소는 금리가 연 1% 상승 시 주택 수요는 0.047%, 공급은 0.439%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다. 눈길을 끄는 것은 수요에 비해 공급 감소 폭이 크다는 점. 이는 건설업체들이 금리가 오를 경우 수요가 위축되고, 이것이 미분양 물량 증가로 이어질 것을 우려한 나머지 아파트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결국 금리인상 폭만 크지 않다면 내집마련 구매 의욕은 크게 감소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서울시립대 도시계획연구팀의 ‘구조방정식을 통한 주택시장 모형 구축’보고서도 금리 상승이 주택 값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금리가 연간 3% 오를 때 집 값은 1% 하락하는 데 그친다는 연구결과를 제시, 아직은 수도권의 경우 주택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급격한 금리상승만 없다면 주택가격 역시 경착륙은 없다는 것이다. 정창무 서울시립대 교수는 “주택 공급물량이 외환위기 이후 큰 폭으로 감소하다 보니 수급불균형 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그렇다 보니 금리 인상에 따른 파장이 상대적으로 적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금리인상에 대한 준비는 해야한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닥터아파트 곽창석 이사는 “외환위기 때 경험했듯, 금리가 오를 경우 집 값은 큰 폭으로 떨어졌다”며 “저금리를 이용, 지나치게 금융 차입비중을 높일 경우 자칫 낭패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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