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3호 鑑定評價 (2003년 1/2월호)

보 상 별 곡

김재이/울산광역시청 도로과 지방행정주사보

따르릉! “예 감사합니다. 시청 도로과 김○○입니다”

“예 김주사님 안녕하세요. 한국감정평가협회 이○○인데요 우리 협회가 발행하는 감정평가협회지 독자광장란에 김선생님의 원고를 싣고 싶어 전화 드렸습니다.” 얼떨결에 거절을 못하고 “예”하고 돌아서니 망치로 머리를 한대 맞은 느낌이 들었다. 책 한 권 읽기조차 싫어 독서라는 말만 들어도 알레르기 증상이 있는 내가, 감히 무슨 재주로 초등학교에 다니는 애들 과제물조차 봐주기 싫어 집에 가면 리모콘맨이 되고 마는 내가 무슨 책임 없는 말을 해가지고 ... 그 때부터 나는 또 다른 속병을 앓게 되었다.

감정평가지를 구독한다는 것이 이렇게도 죄가 된단 말인가? 하는 원망도 해 보았다. 속세와의 인연을 끊고 절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마음과 글 잘 쓰는 사람들은 하늘에서 떨어졌나 하는 부러움만 되새기다 보니 약속한 날짜는 바로 코앞에 다가와 있었다.

이래선 안되지 하는 마음에 인생의 패배자같이 세상을 등지기는 싫어서 과감하게 정면 돌파하기로 했다. 죽기 아니면 까무라쳐 보자는 심정으로. 2002년 여름을 뜨겁게 달구었던 월드컵의 열기가 지금은 21세기 한반도의 새로운 지도자를 뽑기 위해 온 나라가 축제의 장으로 승화되고 있지 않은가.

보상을 위해 열심히 일해온 당신 이젠 보상을 등지고 한번 떠나가 보자꾸나

종착역이 어디로 다다를지는 몰라도 보상이 없는 나라로...

강산이 한바퀴정도 밖에 안 돌았는데 보상업무와 관련된 부서에서 세 번씩이나 근무하였다고 하면 그 양반 팔자도 보통이 아니구나 하고 말하는데 어느 누구도 감히 이의를 제기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모든 행정 업무가 민원인과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예민한 문제이다 보니 “그 나물에 그 밥이다”라는 말로 얼버무릴 수도 있지만 보상업무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사람이라면 내 말에 일말이라도 수긍을 할 것으로 믿는다. 다시 말해 행정의 3D 업종을 분류하라고 하면 그 중에서 첫 번째로 꼽을 수 있는 일이 보상업무가 아닐까 싶을 정도다. 적어도 보상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전국의 2천8 백여명의 관계자는 내 말에 동감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으며 동병상련의 정을 느낄 것으로 자화자찬도 해본다.

날밤이 새도록 열심히 하여 보상금을 산정하여 보상협의가 시작되면 잘되면 본전이고 손톱끝 만큼이라도 피보상자에게 불리한 것이 발견되기라도 한다치면 그때부터 보상업무 담당자는 온갖 민원투성이에 뒤엉켜 동네 북이 되고 마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데, 하필이면 내가 공직생활 불과 10여년 사이에 보상관련 부서에서 3번씩이나 근무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복도 복도 가재복이지 이건 말도 안되는 소리다”라고 항변하면서도 “보상”이라는 친구가 밉지 않고 천생연분으로만 여겨지는 것은 또 왜일까?

곰곰히 생각해보면 행정의 최일선에서 주민들과 어깨를 부대끼면서 보상을 해오다 보니 아득하고 멀게만 느껴지고 언제 어느 세월에 그렇게 되겠냐 하는 의구심들이 지금은 사통팔달 대로로 넓게 포장되어 울산의 심장 역할을 하고 있고, 월드컵경기장, 신항만 공단부지 등으로 큰 자웅을 드러내어 시민들의 발자취에 다가와 있음을 느낄 때 그제서야 비로소 공공사업에 보상담당자로서의 일익을 담당할 수 있었다는 감회가 “보상”이란 친구를 미워할 수 없도록 만드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그 동안 추진한 보상업무를 가만히 파노라마 시켜 보면 법원이나 수사기관에 참고인 자격으로 갔다온 일, 댐 보상을 하면서 수몰민 들과 막걸리 잔을 돌리면서 함께 부대끼던 일 등등이 그립기도 하지만 그 중에서도 자칭 우리나라 보상업무의 이정표를 세울 정도의 신기원을 이루었다고 자부할 만한 일로 칭할 수 있고 내 기억 속에 오랫동안 또아리를 틀고 있는 일은 2002년 여름을 뜨겁게 달구었던 월드컵 문수경기장 부지의 수용재결에 관한 일화이다.

지금은 울산시민들이 가장 즐겨 찾는 가족들의 쉼터가 되고 있는 체육공원내의 문구축구 경기장이지만 불과 6년 전만 하더라도 울산의 관문에 위치한 야산에 불과하였다. 문수경기장 편입부지는 울산의 관문인 남구 옥동에 있어 120여명 지주들의 보상요구 금액은 감정가보다 약 3배정도 높아 도저히 협의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토지수용 재결이란 기업자가 95%정도 이상의 협의가 완료되고 토지소유자 불명이나 기타 사유 등으로 보상협의 불능 시 토지수용법에 의해서 수용재결 신청을 하지만 문수경기장의 경우는 그와 정반대였기 때문이었다.

보상금 저렴 사유로 토지소유자들이 집단적으로 보상금 수령을 거부하여 보상협의가 10% 정도밖에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토지수용 재결 절차를 거쳤으니 말이다. 위와 같이 수용재결을 하기 위하여 서울, 부산, 대구 등지를 오가면서 성실한 협의를 한 결과 지금은 월드컵 경기장으로 우뚝 서서 울산시민이 가장 오고 싶어하는 생활의 활력소로 자리잡고 있음에 큰 자부심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

두 번째로는 댐보상이었다. 그 당시 울산에는 식수 전용댐인 회야댐(270천톤/일)과 10여개의 소규모 정수장의 물로서 1백만 울산시민의 생활용수를 공급하고 있었으나 해마다 갈수기때면 낙동강 물을 끌어 와서 시민에게 공급하였기 때문에 식수에 대한 불만이 팽배하여 맑은 물 공급이 절실히 요구되던 때 한국수자원공사에서 대곡댐을 건설하고 우리시는 현재 공업용수로 이용되고 있던 사연댐을 생활용수로 전환하는 계획의 일환으로 대곡댐수몰지역 편입물건 보상을 하게 된 것이다.

이미 댐 건설계획으로 인해 수몰지역 주변은 붉은 페인트 색칠과 온갖 현수막 등으로 반대열기가 고조되어 있었고 이런 상황에 보상을 하려니 그저 막막하기만 하였다.

온갖 어려움과 추위 속에서도 보상담당 직원이 혼연일체가 되어 보상물건 조사를 한 결과 대다수의 보상담당자들의 얼굴은 추운 겨울의 과메기 사촌 마냥 되었지만 보상을 시작한지 불과 3년만에 수몰지역 6개 전 마을에 대한 보상협의 100% 달성으로 “댐 건설 보상은 10년 이상이 걸린다”는 속설도 울산에서는 맥을 못추게 된 것이다.

우스갯말로 공무원을 처음 시작할 때 특히나 조작행정을 하는 지방행정부서에서는 경상도말로 “지게 짝대기(짝지)를 잘 짚어야 만사가 형통하다” 라는 속설이 있다.

공무원 초임 시절에는 그 말을 잘 이해도 못하였고 헤아려 보려고도 하지 않았지만 지금 생각하니 그 말에 수긍되는 것은 또 왜일까?

나는 지금도 “보상”이라는 친구와 동거동락하면서 하루 세끼 밥의 반찬으로 되씹고 있다.

진정 내가 가야 할 길이 이 길이라면 비록 그 길이 가시덩쿨이 우거진 험한 가시밭길 일지언정 비단 융단을 깔아놓은 길이라 생각하고 마냥 열심히 헤치고 사뿐사뿐 걸어 가야되겠다는 용기가 더욱 솟구친다. 그대로...

보상(補償) ! 정말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친구다.

잠을 자다가도 보상이라는 말이 들리면 벌떡 깨어날 것 같다. 멀리하고자 마음을 먹으면 먹을수록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당신. 이젠 정말 멀리하고 싶다.

하지만, 우리가 정말로 해서는 안되는 일은 자기자신을 쓸모 없는 존재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 그 만큼 싫어해도 당신과 내가 보상을 친구로 둠으로 인해서 우리가 사랑하고 우리를 사랑하는 모는 사람들에게 전혀 예상치 못한 뜻밖의 곳에서 새로운 삶을 이끌어 줄 수 있는 용기로 점화될 수 있다면야...

내 사랑하는 2천8백여 보상동지들이여 결코 선동하자는 것이 아니다.

보상이란 친구가 비록 그대들 삶을 힘들게 할지라도 결코 두려워하거나 노여워하지 말자.

짧은 우리의 삶에서 행복은 소중한 것이기 때문에 두 번 다시 오지 않는 행복을 보상 때문에 저 버리는 우를 범하기 싫어서이다. 파도는 해안에 부딪쳐 사라지지만 바다는 사라지지 않듯이 인류의 삶이 계속되는 한 우리의 보상도 행복의 일부로 영원히 남기 위하여...

보상이란 친구는 원수다. 결코 두려워 하지 말고 그냥 횟집에서 회를 집어삼키듯이 정당성이라는 상치 잎과 원칙이라는 깻잎으로 돌돌 말아 확 집어 삼켜 버리면 행복은 바로 당신 곁에 다가 올 것 같은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감정평가협회(?)지점을 아시나요?

김민석/우리은행 방배역지점 대부계 대리

올해 2월 우리은행 센트럴시티 지점에서 근무하다 방배역 지점으로 부임하여 맨 처음 들었던 말이 감정평가협회 임?직원분들에게 특별히 신경을 써 달라는 당부의 말이었다. 업무상 가계대출 업무를 맡고 있다보니 감정평가협회 임?직원분들의 대출관계를 상담하는 일이 많으며 협회 경리업무를 상담창구에서 처리하다보니 신속하고 친절히 처리해 주기를 당부하기 위해서였던 것 같았다. 덕분에 감정평가협회 임?직원분들의 개인적인 금전대차(?)관계 뿐만 아니라 시시콜콜한 일상의 세상살이들을 터놓고 지낼 수 있을 정도까지 되기에 이르렀다.

우리지점은 방배역 출구에 있다보니 개인 MASS고객이 주를 이루고 있어 타 점포에 비해 무척 바쁜 편이다. 인근의 효성 등 여타 기업거래가 이루어지고 있으나 단연 당 지점의 최대 주요 거래처인 감정평가협회는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존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올해 초 2002년도 합격한 제12기 감정평가사 집단대출 취급을 할 때였다. 하나은행이 9.75%로 12기 신규평가사들에게 이미 생활안전자금대출을 실행하고 있을 때 감정평가협회의 주 거래라고 자부하던 우리지점은 솔직히 좀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연히 우리지점에서 이러한 금융서비스를 미리 제공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하나은행에게 선공을 당하고 만 것이다. 하지만 뒤늦게 나마 타행보다 더 좋은 조건으로 대출서비스를 제공해 드리고자 본점의 여신심사역 협의회와 상품개발팀을 하루가 멀다하고 드나들며 최종협의를 받고자 최선의 노력을 다하였고 이에 최종승인을 받아 신규 감정평가사뿐만 아니라 전국의 감정평가협회 소속 감정평가사 및 협회 임직원들 또한 동일한 조건으로 대출을 취급할 수 있게 되었다.

올 4월 제12기 감정평가사들의 강의실을 수시로 여신담당 책임자와 드나들며 휴식시간 중간중간 짬을 내어 홍보를 하면서 관심 있게 질문을 해주셨던 감정평가사분 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드리며 그 덕분에 우리 지점 가계대출은 그룹 내 1, 2위를 앞다투고 있다.

다년간 대출업무를 담당하고 있다보니 개인적으로도 친분이 있는 감정평가사 분들이 많이 있고 업무뿐 아니라 사적으로도 아주 친하게 지내는 분들이 많이 있다. 방배역 지점으로 오고 나서는 더 많은 감정평가사 분들을 알게 되었고 또한 협회 직원분 들과도 친분을 나눌 수 있게 되었다. 그 만큼 은행원과 감정평가사들과의 관계는 아주 특별한 共生의 관계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인지 더욱 감정평가협회와 감정평가사 분들에 대한 애정은 남다르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2002년 올 한해도 이제 한달 남짓 남아있다. 뜨거웠던 월드컵의 함성이 한반도 전역에 메아리치며 우리를 ‘대한민국’이라는 하나의 공동체로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하였던 2002년.

하나됨이라는 단어를 새삼 가슴속에서 재발견하며 민족의 자긍심과 저력을 느낄 수 있었던 뜻깊은 한해. 나에게도 방배역 지점으로 오고 나서 많은 변화와 경험을 하며 소중한 시간들을 보내게 해주었던 한해였던 것 같다. 월드컵기간 중 2주간의 유럽배낭연수를 떠나 프랑스 공항에서 독일과의 경기를 보며 맞은편 독일인들과 경쟁이라도 하듯 대한민국을 목이 터져라 외치며 응원하였고 영국에서는 한국축구의 저력에 놀라워하는 영국인들의 부러움을 느낄 수 있었으며, 이탈리아에 가서는 왠만하면 일본인이라고 말하라던 가이드의 충고를 무시하고 붉은 악마 옷을 입고 나갔다가 살벌한 눈길 속에 식은땀을 흘리며 하루를 보내기도 하였다. 그리고 올 한해를 마무리하면서 몇 일전 MBC에서 방영되었던 백혈병에 걸린 경흠이를 돕기 위한 오락프로그램을 보고 나서 경흠이가 우리은행 직원 자녀라는 것을 알고 경흠이를 위한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다(참고로 대학시절 대학가요제에 참가한 경험이 있으며 우리은행 통기타 동호회인 ‘산책’의 회장을 하고 있음). 큰 도움은 되지 않겠지만 소중하고 아주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하며 삶의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경흠이에게 힘과 용기를 꼭 심어주고 싶은 마음뿐이다.

마지막으로 2002년도를 마감하면서 감정평가협회와의 인연 또한 나에게는 아주 귀중한 경험으로 간직하고 싶다. 감정평가사 대출을 추진하면서 느꼈던 벅찬 성취감, 전국에 계신 감정평가사 분들과 대출상담을 하면서 좀 더 유익하고 편리하게 양질의 대출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고민하면서 조금이나마 필자의 노력이 도움이 되었을 때는 그 노력이 얼마나 값진 것인가를 느끼게 된다. 이제는 우리 방배역 지점과 감정평가협회와의 관계는 아주 의미 있는 共存共生의 관계라 생각한다. 감정평가협회가 있는 한 우리은행 방배역 지점은 감정평가협회 지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지 싶다. 좋은 인연은 좋은 결과를 낳는 것이라 생각하며 앞으로도 우리은행을 통해 감정평가협회가 발전하며 감정평가협회를 통해 리딩뱅크로서의 우리은행의 입지를 마련하였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2002년 한해를 마무리하며 아주 좋은 동반자와 차분히 한해를 뒤돌아보며 다음해를 기약해보고 싶다. 더욱더 알찬 한해를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