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들어가며
새 정부는 국민이 주인인 참여의 정치를 표방하고 있다. 이 정책논리는 앞으로 사화 각 분야에서 다양한 반향을 일으킬 것이다. 국민들은 자신들의 재산권과 이해관계에 관련되는 정책의 의사결정에 참여하고자 할 뿐 아니라 기타 모든 분야에서도 권리 행사와 권리 찾기를 시도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재산권과 깊이 관련되어 있는 부동산 부문은 더욱 그러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부문은 지난 세기의 국가적 금융위기 이래로 많은 변화들을 겪어 오고 있는데, 이에 대응하여 많은 새로운 제도들이 탄생하였으며 일부는 현재 진행 중에 있기도 하다. 국가적 금융위기에 의해 촉발된 여러 변화들은 단순히 관련 제도의 수정을 요구하는데 그치지 않고 부동산시장의 ‘패러다임(paradigm)’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부동산의 유동화와 수요자중심 시장으로의 이행이 그것이다.
우리 나라 부동산시장은 지금까지 철저한 공급자중심 시장이었고 아직도 공급에 비해 수요가 부족한 현실로 인하여 수요자보다는 공급자에 의한 시장의 지배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점차 수요자중심 시장으로의 이행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주택 사후분양에 대한 논의가 대표적인 예라 할 것이다. 앞으로 지속적인 개발이 이루어져 수요가 위축되고 부동산시장의 지방시장화가 가속된다면 수요자중심 시장으로의 이행이 더욱 강화될 것이다.
부동산의 유동화는 재산담보부채권(Asset-Backed Securities: ABS), 저당담보부채권(Mortgage-Backed Securities: MBS)와 리츠(Real Estate Investment Trusts: REITs) 등 새로운 부동산 금융상품과 제도를 낳으면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이들 제도는 부동산을 일반 금융상품과 마찬가지로 유통될 수 있도록 하면서 부동산이 전통적으로 갖고 있던 다른 재산과의 차별성을 약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변화와 함께 부동산평가에도 유의미한 사회적 추세들이 나타나고 있다. 환경과 위락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물에 대한 인식이 강화되고 있어서 부동산개발에서는 이들을 평가하고 고려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 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 아파트단지가 혹은 같은 아파트단지 내에서도 한강 조망이 가능한 층이 상대적으로 훨씬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 것이 한 예이다. 환경적 요소가 주택가격에 반영된 결과이다.
그러나 개발이 항상 긍정적인 효과만을 낳는 것은 아니다. 환경적으로 부(負)의 외부효과를 낳는 개발에 따른 민원과 분쟁도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있다. 핵폐기물시설 건설부지 선정을 둘러싼 논란이나 서울 양재동의 묘지공원 건설은 공론화 된 예일 뿐이고 각 지방자치단체나 지역사회는 혐오시설을 둘러싸고 크고 작은 이해관계의 상충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사회적 다양화가 실현된다면 이러한 갈등과 상충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이들 논란의 핵심은 환경훼손 혹은 개발에 따른 부의 외부효과와 같이 측정이 불가능한 요소들에 대한 이해관계의 상충이라고 볼 수 있다. 부의 외부효과는 소위 ‘수지계산 밖’의 문제이므로 현재의 시장논리로는 해결을 할 수가 없다. 이들 문제의 해결을 위해 정부나 공공기관이 개입하고 있지만 여전히 ‘계산 밖’의 문제를 다루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최근에 청계천 복원을 둘러싸고 나타나고 있는 서울시와 주변 상인들간의 갈등도 눈에 보이지 않는 영업이익의 보상이 중심 과제이다.
부동산개발은 어떤 형태로든 외부효과를 낳기 때문에 앞으로는 이에 대한 고려가 반드시 필요해질 것이다. 일반적으로 외부효과는 많은 부분 부동산가격에 반영되어 자연스럽게 해결되기도 한다. 공항 인근의 주택가격이 다른 비슷한 지역에 비해 낮은 것이 그것이다. 그러나 외부효과가 가격에 반영되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데 반해 이해관계자들의 갈등은 개발이 이루어지기 전에 나타난다. 따라서 개발 초기에 이를 반영하고 평가하는 문제가 앞으로 부동산평가에서 중요해 질 것이다.
이 글은 이와 같은 문제인식을 바탕으로 무형물 혹은 외부효과를 평가하고 반영할 수 있는 비용편익분석(Cost-Benefit Analysis)을 부동산평가에 적용하는 문제를 논해 보고자 한다.
▶▶▶ 2. 비용편익분석의 이해
민간부문에서의 개발은 시장체계를 통해 일어난다. 그러나 공공부문에서의 개발은 정치적 의사결정에 따르기 때문에 민간의 시장체계와는 다른 메카니즘을 따른다. 이와 같은 공공부문에서는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 비용편익분석(CBA)이 사용된다. 비용편익분석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고 이의 부동산평가에 대한 의미를 살펴본다.
2.1 공공의사결정의 본질
개인은 시장에서 가격을 통해 자신의 선호를 나타낸다. 수요곡선은 다른 양의 재화와 용역에서 받을 것으로 기대하는 편익을 반영하며, 이 양을 공급하는 비용을 공급곡선이 보여 준다. 이 결과로 나타난 균형가격에 기초하여 자원배분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가격체계는 대단히 제한적 조건에서만 그러하며 기존의 소득분포에 영향을 받는다. 실제로는 균형가격을 얻을 수 없으며 소득재분배로 복지를 증가시킬 수 있다는 사실에 따라 정부가 시장메카니즘에 간섭한다. 정부가 스스로 재화와 용역을 제공할 경우에 비용편익분석 기법이 적용될 수 있다.
정부에 의해 공급되는 많은 재화는 무료로 혹은 시장가격 이하로 제공되기 때문에 가격체계를 통한 투자는 결함이 있거나 바람직하지 않다. 더구나 개발에 따른 ‘파급(spillover)’ 편익과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 이와 같이 사업의 경우에는 타당성을 평가할 수 있는 금융기준이 존재하지 않거나 부적절하다. 그리고 정부는 민간부문보다 태어나지 않은 세대에 대하여 고려를 해야 한다.
2.2 비용편익분석의 원칙
비용-편익분석은 다음과 같은 절차를 통해 이루어진다. 먼저 비용과 편익에 관련되는 모든 항목을 확인해야 한다. 여기에는 물론 사업에 따른 파급효과가 포함되어야 하며 이중계산을 피하도록 해야 한다. 모든 비용과 편익을 확인한 후에는 이들을 계량화하는 작업이 이어져야 한다. 물론 계량화의 대상이 되는 비용과 편익은 복지적 요소가 강하므로 서수적인 측정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에는 편익을 화폐단위의 지불의사(willingness to pay: WTP)를 통해 극복할 수 있다.
두 번째로 계량화가 이루어진 비용과 편익에 대해 미래의 어느 시점까지 고려해야 하는가를 결정하여 예상 비용과 편익을 평가한다. 세 번째로 비용과 편익의 미래 흐름을 할인하여 자본화된 현재가치를 계산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적절한 할인율이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 네 번째로 비용과 편익을 비교하여 사업을 평가한다.
비용-편익분석의 절차를 서술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실제적인 측정과 평가에는 만만치 않은 어려움이 존재한다. 시장가격이 없는 경우 ‘잠재(shadow)’ 혹은 ‘대리(surrogate)’ 가격을 구해야 할 것이며 시장가격이 있는 경우에도 조정을 해야만 사용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위락시설의 경우 기존 시장에서 지불의사를 통해 편익을 측정할 수 있는 사전 시장이 없을 수 있다. 수요곡선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시설에 대한 지불의사를 묻는 설문지를 만드는 것이 한 방법이다. 그렇지만 표본의 대표성을 확인하기가 어렵고 응답자의 주관성을 객관적으로 처리할 수 없는 문제점이 있다. 아니면 유사 시설의 가격을 채택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하지만 대안 활동이 전혀 없는 경우에는 이 방법도 사용할 수가 없다.
잠재가격을 구한 경우에도 기회비용을 반영하는 시장가격과 같이 다룰 수 있는가 하는 문제도 발생한다. 그리고 전체 비용과 편익에서 잠재가격의 비중이 높을 경우 실질적인 어려움이 부딪칠 수 있다. 실제 계산에서는 잠재가격의 과대평가 여부가 사업의 타당성 결정에 직접적으로 연계되기 때문이다.
2.3 비용편익분석의 문제
비용편익분석은 기본적으로 시장가격이 없는 재화를 다루게 된다. 따라서 기법 자체가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먼저, 사업으로 득을 보거나 손해를 보는 사람들의 소득 한계효용이 서로 다른 경우 분배효과의 문제가 발생한다. 두 집단에게 다른 가중체계를 적용하여 교정을 시도할 수 있으나 서수적 효용 척도가 없으므로 어떤 가중치가 선택되더라도 주관적 요소를 갖는 문제가 남는다.
불완전 경쟁, 간접세와 보조금 혹은 시장메카니즘의 자유로운 운용을 간섭하는 가격통제가 있는 경우에는 시장가격이 실제 기회비용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않을 수 있다. 이 상황에서는 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시장가격이 진정한 기회비용을 반영하지 않아서 필요한 조정을 하는 데 따른 장애가 만만치 않다. 필요한 정보의 획득 비용이 가치보다 터무니없이 높을 수 있다. 공공부문 전체에서 조정의 일관성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다. ‘차선’ 배분이 얻어지리라는 보장도 없다.
시장 가격이 없는 무형물에 대한 ‘지불의사’의 추정 그리고 무형물의 통합에서도 어려움이 있다. 지불의사는 주관적인 요소가 강하므로 이를 가격으로 객관화하여 적용했을 때 현실을 얼마나 반영할 수 있는가가 문제이다. 그리고 무형물이 여럿일 경우 어는 것을 계산에 넣을 것인가 하는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적절한 할인율의 선택도 분석결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 선택할 이자율이 여럿 있다면 공공부문 사업의 평가에 어느 이자율이 가장 적절한가의 선택 문제가 남게 된다. 본질적으로 위험이 낮은 공공사업에는 민간부문보다 낮은 이자율이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2.4 비용편익분석의 역할과 한계
사회의 다양화와 복지의 중요성 증가로 공공부문 지출은 증가하고 있으나 자원은 제한되어 있다. 따라서 공공지출의 타당성을 논증하는 일이 중요하다. 공공부문의 경우 사업 타당성을 평가할 금융기준이 존재하지 않거나 부적절한 어려움이 있다. 비용편익분석은 그런 의사결정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특히 파급 편익과 비용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용편익분석은 개념적 및 실제적 곤란이 의사결정 도구로서의 효과를 약화시키고 있다. 먼저, 정치적 의사결정이 지배적인 경우 사용될 수 없다. 일반적으로 정치적 의사결정들은 주관적 관점에 의존하며, 이를 뒷받침하는 사회적 요인들이 확인될 수는 있으나 측정이 불가능할 수 있다.
둘째, 투표를 통한 의사결정에는 적용하기가 어렵다. 여러 대안들이 있는 경우 이들의 이점을 비용편익분석 기법을 통해 측정할 수 없으므로 투표를 통해 주관적으로, 때로는 정치적 노선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동물 혹은 식물의 멸종과 같이 반전될 수 없는 의사결정에서는 적용될 수 없다. 그런 경우 미래세대의 선택에 대한 경제적 현재비용의 추정이 불가능하다.
셋째, 비용편익분석은 사업에서 결과하는 소득 재분배를 객관적으로 다룰 수 없으며 무형물의 측정과 합산에서 곤란을 겪는다. 그 결과 시장에서 직접 얻는 가치의 수가 증가할수록 특히 완전경쟁에 가까운 조건에서 결정되는 경우 그 유효성이 높아진다.
넷째, 포함되는 비용과 편익의 결정에서 항상 분기점의 문제에 봉착한다. 사업의 타당성이 이 결정에 의존할 수 있으며 항상 이해집단은 자신들의 특정 선호를 정당화하기 위해 분기점을 확장시키고자 하는 유혹에 빠진다.
마지막으로 목적의 성취방법을 비교하는 ‘비용-효과’분석이 비용편익분석과 혼동되기도 한다. 비용편익분석은 대안 용도의 가능 수익도 비교해야 한다.
▶▶▶ 3. 비시장 재화의 가격 책정
시장가격이 없는 재화의 경우에는 지불의사를 통해 혹은 대리가격을 이용하여 가격을 책정한다. 가로등, 토지, 라디오 등과 같이 ‘무임 승차자들’을 배제할 수 없는 혹은 공원, 다리 등과 같이 요금을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한 공공재 혹은 소음과 혼잡 비용, 사람의 목숨, 개인 정원의 꽃과 나무 혹은 공원의 산책에서 통행인이 얻는 만족 등과 같은 무형의 외부성은 시장가격이 없다. 이들도 비용편익분석의 계산에 포함되기 때문에 화폐 단위로 계량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여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레크레이션의 경우 많은 위락시설들은 사전 시장이 없다. 이 경우 수요곡선을 어떻게 도출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다. 이용자들이 시설에 대해 얼마를 지불할 것인가를 묻는 설문지를 만드는 것이 한 방법이나 대표적 표본을 얻는데 어려움이 따르고 응답자의 주관성 때문에 정확한 응답을 얻지 못할 것이다. 요금이 부과된 유사시설의 가격을 채택하는 것이 두 번째 가능성이다. 그러나 많은 경우 그런 대안이 없을 수 있다.
사람의 목숨과 절약된 시간에 대한 평가를 예로 살펴볼 수 있다.
먼저 도로의 개선은 사망과 사고를 줄이고 반대로 공항은 인근 주민들의 사망과 사고를 증가시킨다면 사업의 평가에서는 이를 고려해야 하나 인간의 생명에 화폐가치를 부여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다. 사람의 목숨을 평가하는 대안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첫째, 가족의 슬픔과 고통을 합하여 미래 예상 소득의 현재 가치를 계산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소득의 소비에서 향유되는 소비자 잉여를 무시한다.
장래 소득에서 소비를 뺀 수지 즉 사망자의 순 산출의 현재가치를 측정하는 것이 두 번째 대안이다. 그러나 이 방법은 총 국민소득의 극대화가 사회의 목적임을 묵시적으로 가정하고 있어서 도덕적으로 곤란하다. 사회가 경제적 이유로 개인의 존재 정당화를 요구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정치적 결정을 통해 사회가 인간의 삶에 부여한 가치를 평가하는 것이 세 번째 방법이다. 예를 들면 X 파운드가 드는 강제적 안전 벨트가 Y의 생명을 구했다면 인간 생명의 가치는 적어도 X/Y 파운드이다. 그러나 이 접근은 순환적 주장이라는 근본적 반대에 부딪치고 있다. 구한 생명의 가치로 강제적 안전벨트 착용의 비용을 정당화해야만 하는가이다.
네 번째 수단인 보험총액은 생명의 가치를 측정하는 것이 아니고 단지 사망의 경우 가족의 장래에 대한 관심을 반영할 뿐이다. 실제로 단지 주택 저당을 얻기 위해 보험을 들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에서 우리가 보상해야 하는 것은 신공항 건설에 따른 교통량 증가의 결과로 영향을 받는 모든 사람들이 노출되어 있는 추가적인 사망위험이다. 추가되는 항공 승객과 이들의 친지 그리고 공항 주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관련된다. 여객들은 항공권을 사면서 이미 고려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첫 번째에 대한 위험의 가치는 무시될 수 있다. 사실 세 번째 집단의 경우 주민들이 포함된 위험을 받아들이도록 유인한 공항 인근의 낮은 주택가격과 같은 가격체계를 통해 이미 보상이 이루어졌으므로 이중계산을 피하기 위해서는 주의해야 한다.
교통개선은 보통 통근시간을 감소시킨다. 이 편익에도 가격을 매길 수 있다. 교통개선의 편익은 작업시간의 절약이며 이로 인하여 추가 작업을 낳는다면 고용주의 평가가 수용되어야 한다. 편익에는 임금 뿐 아니라 절약된 간접비도 포함된다. 그러나 단순히 더 빠른 작업을 통해 증가되는 여가 시간이 절약된 시간을 의미할 수 있다. 일할 시간을 선택하는 사람들에게 여가와 근로시간의 한계효용은 같아서 절약된 시간이 임금율로 평가된다. 그러나 두 가지 단서가 있다. 첫째, 단조로움 등 일의 불편익에 대한 일부 공제가 있어야 한다. 둘째, 대부분 추가 근로 시간과 추가 여가시간 사이의 직접 선택이 가능하지 않다. 그러므로 실제에서는 인위적으로 여가시간이 임금의 비율로 평가되어야 한다.
시간절약에 더 많은 비용이 초래될 경우에는 사람들이 시간에 부여하는 가치를 간접적으로 취하는 것이 대안적 접근이다. 여러 방식으로 나타날 것이다. 근무지에 가까이 가기 위해 높은 주택가격을 지불할 것이다. 여기서는 높은 가격이 질적 차이 혹은 직장 이외의 시설에 대한 접근성을 반영한다는 점이 장애 요소이다. 선택한 노선이 시간은 단축시키지만 비용을 더 많이 들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완전한 지식을 가진 규칙적 사용자들로 한정되어야만 평가가 정확해지질 수 있다. 차량 운전자들은 속도와 휘발유 소비를 교환할 것이다. 그러나 정확한 포함 비용은 모를 것이며 과속을 즐기거나 안전을 고려하여 속도를 선택할 것이다. 택시와 버스의 경우처럼 한 교통 수단이 다른 교통 수단에 비해 빠르기는 하지만 더 비쌀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선택은 안락을 고려할 수 있다. 그리고 시간에 따라 생산성이 증가하면 임금율도 그러할 것이라는 사실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여가 시간의 가치는 시간에 따라 증가한다.
▶▶▶ 4. 동대문운동장 공원화의 경제성 분석
실제 사업에서는 무형물과 파급효과 같은 비시장 재화의 평가가 사업 여부의 담보에서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각 사업마다 고려해야 하는 요소들이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인 적용에는 어려움이 있다. 아래에서는 계량분석이 이루어졌던 동대문운동장의 공원화에 대한 경제성분석을 사례로 살펴본다.
동대문운동장의 공원화는 장소마케팅(place marketing) 측면에서 작게는 동대문운동장을 중심으로 하는 주변 상가의 번영을 도모하고 이를 통해 크게는 서울시의 장소적 번영을 도모하기 위한 전략으로 논의되고 있다. 공원화를 통한 생태축의 복원도 공원화의 중요 이슈이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동대문운동장은 대안 용도가 제한되어 있어서 경제적으로도 타당성을 높일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도심공간이 되고 있다.
동대문운동장의 공원화 논의는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실제 공원화는 정치적 의사결정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어서 시민단체들의 요구가 힘을 얻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공원화의 경제성에 대한 담보는 논의의 설득력을 높이는 데에 크게 기여하였다. 여기서는 논의의 도입부는 생략하고 동대문운동장의 공원화를 전제로 비용편익분석을 이용한 경제성분석에 초점을 맞추어보도록 하겠다.
서울과 같은 도심에 동대문운동장과 같은 규모의 공원을 민간부문에서 시장원리에 따라 인위적으로 조성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것은 민간부문의 경우 이윤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공원이라는 공공공간의 조성에 수익을 목적으로 투자를 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공공에서 민간부문의 투지를 유인한다고 하더라도 수익성의 확보를 보전해 줄 수 있는 지원책이 뒤따라야 하기 때문에 공공부문의 입장에서는 실익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공공부문이 사업주체가 되는 경우에는 민간부문과 다른 의사결정이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에 공원화를 위한 투자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민간부문보다 낮은 할인율을 적용할 수 있어서 민간부문에서는 수익성이 없는 사업도 수익성을 논증할 수 있을 것이며, 눈에 보이지 않는 편익을 고려할 수 있기 때문에 민간부문보다 훨씬 높은 편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동대문운동장은 시유지이기 때문에 공원화에 훨씬 유리한 의사결정이 이루어질 수 있다. 수익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동대문운동장은 수명이 70년을 넘어 이미 기능저하를 보이고 있으며 월드컵을 계기로 대체시설이 건립 중에 있다는 사실은 대안용도를 건설하는 비용을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공원화에 유리한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비용편익분석을 통해 동대문운동장 공원화의 경제적 타당성을 논증해 볼 수는 있다. 그러나 분석의 전제에 제약적 요소가 많고 여러 가지 가정에 기초하고 있는 본원적 한계는 있다.
가. 분석의 전제
동대문운동장이 공원화 될 경우 곧 바로 경제적 수익을 낳지는 않는다. 더구나 공원은 무상으로 제공될 것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공원화로 공원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분명히 이득을 보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편익으로 계산할 수 있을 때 경제성을 갖게 된다. 공원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공원을 유로로 이용할 경우의 지불할 의사(Willingness To Pay: WTP) 공원이용자들의 지불의사에 대한 자료는 한양대학교 도시공학과 최막중교수 연구실에서 조사한 결과를 기초자료로 사용하였다. 설문조사와 회귀분석 등을 통해 계산된 공원화된 동대문운동장에 대한 지불의사는 1,365원으로 분석되었다.
를 경제적 편익으로 본다.
그리고 비용과 편익의 분석에서는 할인율이 직접적으로 비용과 편익의 크기에 영향을 준다. 여기서는 KDI에서 공공사업의 분석에 권고하고 있는 7.5%의 할인율을 적용한다.
경제성은 동대문운동장의 공원화에 따른 비용과 편익의 흐름(cash-flow)을 순현재가치(Net Pesent Vlue: NPV)로 환원하여 비교해 결정된다. 이 경우에도 기회비용의 개념을 포함하는 대안들을 비교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여기서는 공원화라는 대안의 경제성을 분석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안을 공원화로 한정하여 비교한다. 일반적으로 NPV가 영보다 크면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나. 공원화의 경제성분석
동대문운동장은 동대문축구장, 동대문야구장, 동대문테니스장과 동대문운동장 체육공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동대문운동장 공원화에 따른 비용은 이들 시설의 철거비용, 새로운 공원의 건설에 소용되는 비용 그리고 새로운 공원의 운영에 따른 비용이 있다. 한편 편익은 일차적인 편익과 이차적인 편익으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일차적인 편익은 공원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느끼는 편익이 될 것이며, 이차적인 편익은 공원이용자들이 증가함에 따라 늘어나게 될 동대문시장의 매출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 분석에서는 일차적 편익에 한정한다. 그것은 이차적 편익이 발생할 것은 분명하지만 측정이 불가능하거나 계산이 된다고 하더라도 공익적 요소를 계산하여 따로 나누기가 불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표 1> 동대문운동장 공원화의 비용 및 편익요소
| 비용요소 |
편익요소 |
철거비
-동대문축구장
-동대문야구장
-동대문테니스장
-동대문운동장 체육공원
공원조성비
공원운영관리비
|
일차적 편익
-공원 이용자들의편익
이차적 편익
-동대문시장의 매상 증가
|
공원화에 따른 비용과 편익을 실제로 계산해 보면 다음과 같다.
<비용>
동대문운동장 공원화의 비용은 기존시설의 철거비와 공원조성비로 나눌 수 있다. 기존시설의 철거비는 폐기물처리비를 포함하여 약 137억원으로 예상된다.
공원조성비의 경우에는 정확한 설계도 및 시방서에 기초하여 계산하는 것이 타당하며, 실제 계산에서는 가변적인 요소들이 대단히 많다. 예를 들면, 식재의 밀도와 종류에 따라 그리고 공원 내 시설의 종류와 질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또, 동대문운동장의 철거로 사라지게 되는 기존의 스포츠상가는 어떤 형태로든 보상적 개발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므로 이 또한 비용요소이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는 사용권만 서울시에서 분양한 것이므로 적절한 조치를 통해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고려하여 공원조성비는 대략 422억원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원이 조성된 후에는 매년 일정액의 운영비가 지출되어야 한다. 이 역시 운영인력의 수와 지급 보수에 따라 큰 편차를 나타낼 수 있다. 여기서는 매년 약 15억원의 관리운영비 공원관리도 논란의 여지가 있으나 여기서는 최막중교수 연구실에서 사용한 공원 1㎡당 1만원을 택하였다.
가 소요되는 것으로 본다. 그리고 관리운영비는 매년 5%씩 증가하는 것으로 본다.
<편익>
편익은 공원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지불의사에 따른 공원이용료를 통해 계산할 수 있다. 공원이용료는 앞에서 제사하였듯이 1인당 1365원으로 본다. 이 역시 논란의 소지가 많이 있다. 일반적으로 설문을 통해 지불의사를 구할 경우 본인에게 유리한 의사결정이 이루어질 수 있게 답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 설문과 같은 경우에는 편익이 과장되어 나타났을 가능성이 많다. 총편익은 지불의사에 공원이
용자수를 곱해 구할 수 있다. 동대문운동장의 경우 동대문시장과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공원이용자는 일반 공원과는 달리 일정한 수준을 유지할 것이다. 따라서 여의도공원 성수기 이용자수인 55,000명/일을 적용하면 연 2,000만명의 이용객이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총편익은 연 273억원이다. 공익적 사용이므로 10년이 지난 후에 처분가치는 없는 것으로 본다.
<현금흐름표 작성>
앞에서 본 것처럼 비용은 일시적으로 들어가는 반면 수익은 지속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현금흐름표의 기간을 길게 잡을수록 수익성을 크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는 일반적으로 현금수지의 계산에 이용되는 10년을 대상으로 한다.
<표 2> 동대문운동장 공원화의 현금흐름표
분석에 따르면 동대문시장 공원화는 순현가가 972억원으로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이 공원화의 경제성은 전적으로 이용객들의 지불의사에 기초하고 있고 구체적인 비용의 계산도 정밀한 시방서가 아니라 개략적인 원단위의 적용에 기초하고 있어서 여러 가지에 대한 감응도분석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다. 감응도분석
이상에서 공원이용자들의 지불의사를 중심으로 동대문운동장 공원화는 순편익이 영보다 크게 나타나 경제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분석은 경제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몇 가지 중요한 가정에 기초하고 있다. 첫째, 철거비와 공원조성비 그리고 보상비와 같은 막대한 초기투자의 할인율에 7.5%를 적용하였다. 만약 차입으로 금융비용이 더 높게 발생한다면 그 범위에 따라 경제성이 심각하게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 같은 조건일 경우 할인율이 올라가게 되면 경제성은 그만큼 떨어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편익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공원이용자들의 지불의사이다. 따라서 지불의사가 작아질 경우에도 경제성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것이다.
분석의 타당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러한 가정의 변화가 분석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를 살펴보아야 한다. 먼저 할인율이 15%로 올라가게 되면 순현가는 556억원으로 감소하게 된다. 따라서 다른 조건들이 변하지 않는다면 할인율의 증감은 순현가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
다음으로 경제성을 결정하는 것은 편익의 크기에 변화가 있을 경우이다. 편익의 크기를 150억원으로 두고 동일한 비용조건 하에서 비용편익분석을 하여 순현가를 구해 보면 292.5억원의 순편익을 나타낸다. 따라서 현재의 비용조건 하에서는 편익이 거의 반으로 줄어도 공원화는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것은 투자가 초기에 이루어지고 나면 일정한 편익이 일정기간에 걸쳐 나타나는 것으로 가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라. 분석의 의의와 한계
상기 분석은 동대문운동장의 공원화를 전제로 공원이용자들의 편익에 기초하여 비용편익분석을 시도해 보았다. 분석방법에 대한 설명과 가정에서 보았듯이 비용편익분석이 곧 결론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의사결정자가 실제 결정을 내리는데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일 뿐이다. 그것은 분석 자체가 여러 가지 가정을 포함하고 있어서 결과가 예측한 대로 나타날 것인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시장가치가 없는 지불의사를 기초로 하는 경우 조사과정에서 무임승차자들이 본인들에게 유리하도록 응답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동대문운동장의 공원화와 관련하여서는 어떤 전제를 따르느냐에 따라 경제성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가장 큰 관건은 지불의사를 편익으로 보고 이를 비용과 비교하여 사업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사용할 수 있는가이다. 지불의사를 편익으로 보지 않으면 비용편익분석이 성립할 수가 없다. 지불의사를 얼마로 볼 것 인가도 관건이다. 공원화 이외의 다른 용도에 대한 기회비용을 고려할 경우 공원화보다 더 큰 용도가 있을 수도 있다. 또 환경적 개선 등 다른 편익을 고려한 경우에도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비용에서도 어떤 요소를 포함시키는가가 논란거리이다. 단순히 물리적 비용만을 포함시킬 것인가 아니면 그곳에 경제적 기반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경제적 생존위협도 비용에 넣어야 하는가도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이를 고려하게 되면 비용이 더 커져서 경제성이 위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 5. 마치며
시장환경의 변화에 따라 감정평가의 대상이 되는 부동산의 성격도 변화하고 있다. 부동산의 유동화로 그 동안 주류로 자리잡아 왔던 매매사례비교법과 더불어 현금수지(cash-flow)를 다루는 수익환원법의 적용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수익환원법은 부동산투자가 임대료를 중심으로 하는 상업용부동산으로 확대되고 있어서 앞으로 그 이용이 더욱 늘어날 것이다.
일반적 평가부문에서는 이미 오랫동안 이론적 검토와 실무적 지식의 축적이 있어 왔기 때문에 특별히 문제될 것은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개발환경의 복잡화는 지금까지 다루지 않았던 혹은 현재 기법으로는 다룰 수 없는 문제들에 대한 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개발에 따른 파급효과를 다루는 데에서 그러하다.
그 동안의 개발은 대부분 나지를 중심으로 하는 신개발이 주를 이루어 왔다. 이에 따라 개발자와 주변 당사자들간 갈등이 크게 많지 않았으며, 갈등이 예견되는 경우에는 새로운 입지를 찾을 수 있는 여유도 있었다. 그러나 개발가능지가 줄어들면서 재개발 혹은 재건축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으며 개발에서 고려해야 할 근린의 범위가 크게 확대되고 있다.
과거에는 개발로 인하여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경우에만 근린에 포함되었으나 점차 이차적 영향을 받는 주민을 포함하도록 요구되고 있으며 때로는 개발규모에 따라 도시 전체를 대상으로 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환경에 대한 인식이 제고되면서 환경적 요소의 고려도 필수적이다. 특히 환경에 부의 외부효과를 낳는 경우가 문제이다.
이러한 이차적 요소들은 시장가격이 없는 특징이 있으며, 평가에서는 주관적 요소가 개입될 소지가 많다. 따라서 실제 개발에서 이해 당사자들을 설득할 수 있기 위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접근이 요구된다. 평가부문의 경우 간접보상 혹은 손실보상과 같은 분야에서 특히 그러할 것이다. 간접보상이나 손실보상의 대상은 기존의 평가방법을 적용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영업손실 등과 같이 비교의 대상이 없는 것 혹은 미래의 예상 수익과 같이 현재가치를 구하는데 많은 가정을 필요로 하는 것들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사회적 이슈로 제기되고 있는 사례들도 결국은 손실의 범위나 총액에 대한 이해상충으로 인한 것이기 쉽다. 그리고 이들은 계산에서 고려하는 요소의 수와 고려기간 등에 따라 얼마든지 변할 수 있는 소지를 안고 있다. 이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것(intangible)을 다루는데 비용편익분석이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앞에서도 지적한 것처럼 자체적인 문제와 한계를 안고 있어서 고려해야 할 파급효과의 범위와 수에 대한 동의가 있어야 하고, 사안마다 다른 차이를 극복할 수 있어야만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사례들을 비교하고 분석하여 자료를 축적하고 체계화하는 노력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 참고문헌 >
1. 김형국(2002), 고장의 문화판촉 -세계화시대에 지방이 살 길- , 학고재.
2. 노태욱(역)(1995), 부동산경제학, 기공사.
3. 노태욱(역)(2000), 도시토지경제학, 부연사.
4. 동대문포럼(2001), 동대문-위기의 재래시장에서 패션문화명소로-, 동대문 주요 포럼 발제문 및 정책자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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