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4호 鑑定評價 (2003년 3/4월호)

바람 속에 … 그리고 낯-설움(일본기행문)

허전/하나감정평가법인 충정지사 감정평가사

◇ 2002. 12. 23(月)

  아침 7시. 오룡경기장 앞에 기다리고 있는 버스를 타고 인천 영종도 국제공항으로 향했다.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버스 안에서 가깝고도 먼 이웃나라 일본에 대해서 이것저것 많은 상상을 해본다.
약간의 설레임과 함께, 27일간의 정례회를 마치자마자 6일간의 해외견학은 천안에 있는 동료직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잘 정비된 영종도 공항에서 10시 13분발 오사카의 간사이공항으로 향하는 비행기를 탔다. 1시간 30분만에 도착한다.
그야말로 생텍쥐베리가 갈파한 것처럼 “비행기는 인간에게 완벽한 직선을 가르쳐주었다”는 말을 실감하고도 남았다.
  의정활동의 한 부분을 맡고있는 시의원으로서는 세밑은 얼마나 바쁘고 분주한가！
희한하게도 기내에서의 마음은 모든 것이 정지된 듯 했다.
거리도, 사람도, 풍경도, 하물며 돌돌거리며 흐르던 천안천 마저도 허공속에 멈춰 버린 듯 하다.
  바다에 인공섬을 조성해서 1994년에 개항한 간사이공항은 일본제2도시인 오사카의 관문이다.
간사이공항을 모방해서 우리 영종도공항을 만들었다니 씁씁한 기분이 든다.
출국수속을 마치자마자 공항출입문 밖에는 시간에 맞춘 무인전동차가 우리를 맞이하는데, 과연 일본답다고 느껴졌다.
  오후에는 토요토미 히데요시의 냄새가 물씬 나는 오사카 성을 둘러보았다.
1970년 오사카 만국박람회를 기념한 타임캡슐이 마당 한 가운데 묻혀있는데 그 개봉시기가 5000년 뒤에나 한다고 하니 흥미롭다.
오사카 성 옆으로 오사카의 역사와 관련된 자료를 전시해 놓은 오사카시립박물관이 다소곳이 자리하고 있다.
  오사카 성은 크고 화려하고 위압적이다.
이집트의 피라밋이나 중국의 만리장성에는 비할 바가 못되지만, 성벽외곽에 호수를 파고, 성벽을 칼날같이 쌓고, 성을 축조하는데에는 많은 사람들이 동원되었으리라,
동 · 서양을 막론하고 독재자들의 위세에 백성은 피눈물을 흘려야하는 것이 같은 이치인가보다.
  성내에는 풍신수길의 일대기가 정연하게 늘어서 있는데, 조선시대 선조때 우리의 사신들이 풍신수길의 눈을 보고 임금께 상신한 말이 생각나서 씁쓰레하다.
황윤길은 “풍신수길의 눈이 광채가 나서 아무래도 조선에 쳐들어 올 것 같다”고 하고
김성일은 “눈이 쥐새끼 같이 생겼으니 쳐들어 올 인물이 못된다”고 하였다나.
국가운명을 논하는 자리에 이렇듯 감성적으로, 직관적으로 고했다니. . . . . .
  저녁때에는 일본 젊은이들의 유행을 읽어 볼 수 있는 신사이바시와 음식점, 술집, 오락실, 극장들이 밀집해있는 도톰보리를 거닐어 보았다.
좁은 운하를 연결하는 에바스바시 다리에는 일본 여고생 2명이 반팔티셔츠 차림으로 기타를 치며 노래와 춤을 연신 부르고 또 추어댄다.
이완희 의원, 서용석 의원, 이정원 의원은 그 맞은편에서 어떤 아주머니와 함께 예수의 탄생을 축복하고, 성가를 부르며 일본에 복음을 전파하기도 했다.
  늦은 저녁 Osaka Lions Hotel에 투숙했는데 얼마나 방이 작던지 답답했다.
어림잡아 방 크기를 재어보니 약 3.8 평(2.3m×5.5m) 규모다.

◇ 2002. 12. 24 (火)

  기상해서 건물지하에 있는 전철역에 내려가 보았다.
일본의 전철 출입구는 대부분 인도 상에 있는 것이 아니라 도로변 건물 1층 입구에 설치되어 있는 것이 깔끔해 보였다.
또한 볼라드는 인도와 차도를 구분 짓는 기능 외에도 맹인이나 노약자를 인도해주는 Guide 역할도 동시에 하고 있었다.
도로망은 확실한 격자형이고 호텔 앞 도로는 5차로인데 전체가 일방통행을 하고 있었다.
  아침식사 후 08:30 분에 사까이 공원묘지로 납골공원을 견학하러 떠났다.
· 나가노」관리소장의 설명에 의하면 사까이 시민이 주 사용자이며 외지인은 제한하고 있고 7년전에 설치했다고 한다.
일본은 마을 어귀에 납골당을 설치하는 예가 많으므로 4000기의 수용시설이지만 현재까지 2663기가 안치되었다.
  또한 일본은 천황을 빼고는 거의 100%가 화장을 하는 장묘문화를 가지고 있다.
화장장을 찾아보았으나 보이지 않아 물어보니, 1944년부터 민간인이 경영하고 화장장이 사까이 역 앞에 있으나, 앞으로 이곳으로 올 계획이란다.
일본의 장례는 우리와 같은 3일장이 대부분이며, 화장장에서 화장하여 유가족들이 뼈를 수습해서 납골당으로 안치한다.
  사까이 시는 인구가 80만명 정도인데 역 앞에 아직까지 화장장이 위치하고 있다는 것이 우리와는 사뭇 달라 보였다.
우리는 나오는 길에 납골당 입구에 놀이공원이 만들어져 있는 것을 보게됐다.
「사까이」에서 「나라」로 이동하는 중에 이코마 산을 통과하는 길이 5.5km의 터널을 통과해서 도착한 곳이 「나라」라는 도시이다.
  직관적으로, 느낌 그대로, 역사적으로 우리나라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곳이다.
우리나라의 삼국시대의 영향을 많이 받아 우리의 흔적과 모습이 곳곳에 남아있고, 또한 일본 최초의 국가형태로 된 다음에는 수도로서의 위치를 가지고 있었다.
오늘날까지 일본 땅에서 국가를 뜻하는 순 우리말인 「나라」로 남아 있는 것이 아닐까 · 실제로 나라는 서기 710년부터 784년까지 약 74년간 일본의 수도였다.
  나라에는 일본에서도 유명한 나라 국립공원이 있다.
동서 4km, 남북 2km에 달하는 방대한 공원에는 동대사, 고후꾸찌, 가스까따이샤 등 유명사찰들과 神社들, 국립박물관과 식물원을 포용하고 있다.
공원에는 울타리도 없이 넓은 잔디밭에 사슴들을 방목하고 있는데 그 수와 사람들에게 친밀하게 구는 것이 여간이 아니다.
나라에서 사슴을 이처럼 귀하게 여기는 이유는 가스까따이샤의 신이 옛날에 사슴을 타고 이곳에 왔다는 전설 때문이란다.
최대 목조건물 이라는 동대사 경내의 다이부쯔덴 과 최대의 청동불상이라는 다이브쯔 대불상이 있는데 이들은 서기 756년에 세워졌다.
그후 1180년과 1567년에 화재로 대부분 소실되고 1692년에 본래 크기보다 ⅓정도 줄여 오늘의 모습으로 재건했다.
  절의 입구에 세워진 남대문은 중국 송나라의 천축양식을 본 따서 건축했고 좌우에 세워진 금강역사상은 1203년에 만들어 졌다고 하니, 대략 1000살의 나이를 먹은 셈이다.
  나라가 백제로부터 처음 불교를 전수 받은 지역이라 그런지 산수도 풍경도 정겨워 보인다.
일본의 역사와 문화를 그대로 보존하여 보여주기 때문인지 한국에서 많은 여행자들이 이곳을 방문한단다. 점심때는 조그만 식당에서 한국말을 재잘대는 여학생들 일단을 만났다.
일산에서 온 대화여중학생 42명인데, 반가워 물어보니 수학여행차 여기에 왔단다.
  다음은 교또로 이동을 했다.
교또가 일본의 수도로 자리한 것은 서기 794년부터 1868년까지 약 1100년 동안이다.
千年古都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 듯하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에 걸맞게 교또에는 2000개가 넘는 오래된 절과 신사가 널려있고 옛날의 궁궐과 정원이 옛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근대사에서는 2차대전 중 일본의 모든 도시가 연합군의 폭격으로 쑥대밭이 되어 갈 때도 교또만은 세계적인 문화유산을 보호하기 위해 폭격대상에서 제외했다는 일화는 너무나 유명하다.
  중국의 장안을 모방하여 직교상의 도시를 건설한 것과, 우리나라에서 건너온 귀화인의 영향을 받아서 탄생되었다는 교또는 1100년 동안을 일본의 수도로서의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었지만, 19세기말 메이지유신 이후로 그 지위를 도꾜에 넘겨주게 된다.
  이러한 교또에 우리나라 유회장이란 분이 MK 택시로서 전일본의 인근에 회자되고 있다니 여간 흐뭇하지가 않다.
  우리일행은 촉박한 일정 때문에 東山에 위치한 · 淸水寺 · 만을 볼 수 있었다. 절벽에 나무기둥을 얽어서 마루를 만들어 · 청수의 무대 · 라고 일컫는데 교또시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돌을 쌓아 석축을 만들고, 나무를 이용해 기둥과 계단을 만들었는데, 그 정교함과 아기자기함은 배우고 또 배워야할 것이다.
  계단아래 절벽하부에는 한번 마시면 한 10년은 젊어진다는 샘물이 있어 한 바가지 퍼서 먹어 보았다. 한국에 가면 젊어졌다고 할까 ·

◇ 2002. 12. 25(水)

  일본의 자랑인 신간선을 타기 위해 아침 일찍 도요하시 역에 들어섰다.
조금 후 우리에게 모습을 보인 고속열차는 백색바탕에 파랑색 띠를 두른 멋쟁이 모습으로 산뜻하게 나타난다.
바람처럼 빠르다는 느낌과 속도에 비해 기차안은 조용하고 안락했다. 일어나 둘러보니 일본인 대부분이 책을 읽고 있었다.
  우리가 건설하고 있는 고속전철은 이 보다 더 빠르고 흔들림과 소음이 없다고 하니 비약하는 기술혁신에 그저 놀라울 뿐이다.
  10시 15분에 미시마역에 도착해서 버스를 타니 운전사가 65세란다.
다소 노령에 의아했지만, 필리핀으로 관광여행을 갔다가 일본에 어제 도착해서 오늘 버스를 운전하다니......
  하여튼 우리를 태운 버스는 길따라 산따라 돌고돌아 그 유명한 하꼬네로 데려다 주었다.
해발고도 1300M가 넘는 고산 봉우리들 사이로 억센 바람과 건조한 풍광이 황량하게 뒤엉켜 있는 모습은 가히 남성적인 힘을 느끼게 한다.
그 옛날에는 천하에 험준한 곳이었으리라.
그 누구도 눈길 주지 않던 버려진 땅이었으리라.
1357M의 고마가다케산을 오를때는 30˚경사를 톱니와 강선으로 끌어올리는 등산열차, 하꼬네엔으로 내려올 때는 Rope Way, 아시노꼬호수(해발 723M, 둘레 17.5KM, 깊이 42M 의 산중호수로 화산활동에 의해 생성되었으며 하꼬네 중앙에 위치함)를 가로질러 하꼬네꼬엔으로 이동할 때는 유람선을 이용했는데, 관광개발과 더불어 현대문명의 이기를 차례차례 경험을 했다.
  이어서 유황냄새가 물씬 나는 · 오와꾸다니 · 를 만났다.
3000년전 산 내부에 갇혀있던 수중기가 폭발하면서 만들어졌단다.
뽀얗게 올라오는 수증기, 진한 유황냄새, 끓어오르는 진흙방울들, 아직까지 기세등등하게 살아움직이는 화산의 모습을 난생처음 체험하였다.
유황연기와 바람이 뒤섞인 산책로를 따라 올라가 부글부글 끓어대는 온천수에 거무스레 삶아내는 달걀은 한 개 먹을 때마다 수명이 7년 더 연장된다나 ·
  머리를 들어 높이 쳐다보니 어느 젊은이가 저 위에서 열심히 카메라를 들이대고 이리저리 왔다갔다 한다.
아하！ 우리 대한남아, 동행했던 CBN의 박효석 기자다！
직업정신과 프로정신에서 저기까지 뛰어 올라 갔으리라.
  산책로를 한 바퀴 도는 시간은 한 30분 남짓 소요되나 만나는 사람들은 인종박물관 같다. 일본인, 러시아인, 미국인, 스리랑카인, 한국인, 흑인 등 마치 걸어 다니는 사람박물관 같다.
  아뭏튼 1년에 약 2000만명이 하꼬네를 다녀간다고 하니. 그 관광자원과 관광수입과 일본인의 상술에 기가 찰 노릇이다.
  저녁때 이시와 기미요시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그래도 비교적 전통을 유지한 일본식 여관임을 초행자인 나도 쉽게 알 수 있었다. 다다미에 소리나지 않는 미닫이문, 후동과 시키부돈, 다락, 이로리 등이 비치되어 있고, 온천지대에 걸맞게 온천대중탕이 있었다.
아이러니 하게도 온천나라에서 오늘처음 온천욕을 맛보았다.
  저녁을 먹고는 동료의원인 이종익 의원과 CBN의 박효석 기자, 사무국의 윤기원 씨와 호텔을 탈출했다. 조그만 마을의 일본인들의 일과 후 정취와 일본맥주 시음을 위해서다.
거리는 대부분 컴컴했고 행인들도 거의 없는 편이다.
술집들이 여럿이었지만 모두가 자그마한 선술집 형태다. 여러군데 기웃거렸는데 조용하던 거리와는 반대로 조그만 집들에는 사람들로 꽉 차있었다.
가까스로 한 곳을 잡아 좌정했는데, 술집 여주인들은 너무도 경망스럽고 시끄러웠다.
  또 들어갈 때와 나올 때의 맥주 값을 다르게 불렀다.
상냥하다던 일본인의 또 다른 품성을 엿볼 수 있었다고 생각하며, 숙소로 돌아오는데 택시기사와 자가용을 이용한 유흥업소에서는 호객행위도 했다.
역시 사람 사는 곳은 여기나 저기나 대등소이 한가보다.

◇ 2002. 12. 26(木)

  오늘도 날씨가 화창하다.
우리의 단장인 강창환 의원의 불심이 하늘을 감동시켰나보다.
동경 변두리에 있는 도시 다마시에 소재하는 다마납골당을 공부하기 위해 버스를 출발했다.
도심 한복판의 평지에 128,000㎡ 규모로 조성되어 있었는데 1919년에 계획하여 1924년에 완공하였다 한다.
  전체 26구획으로 구분해 놓고 납골묘지마다 번호를 부여하여 관리하고 있었다.
묘지는 6가지 종류로 나뉘어져 있고, 현재 69,000기가 수용되어 있다.
납골묘지에 들어와 보니 묘지인지 공원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실제로 납골공원 전체면적에서 묘지면적은 50% 이내이고 나머지는 녹지조성공간 및 도로 등으로 되어 있어 외부에서 보기에는 울창한 숲으로 뒤 덮혀 있었다.
묘지로의 진입은 사방에서 가능하고 묘지를 가로질러 출 · 퇴근도하고 인근주민들은 이곳에서 산책도 한다.
  현지에서 여중생정도의 아이가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데 왼손에는 모종삽이 들려 있었다.
견공이 허리를 움추려 큰일을 보는데 학생은 모종삽으로 배설물은 받아서 저쪽 큰 나무 밑으로 가서 처리하고 태연히 저쪽으로 사라진다. 공중을 생각하는 마음자세와 그 광경이 너무나 자연스러워 우리일행은 저것봐！저것봐！하면서 신기해했다.
저런 모습은 일찍이 우리도 배워야지.
또한 납골공원내 볼라드는 탈착이 가능하게 제작되어 있는데 볼라드를 빼면 위의 Cover로 아래 Hole을 덮게되어 있다. 저것도 배워야지.
  오후에는 동경으로 이동했다.
저녁때는 도꾜의 부도심으로 계획개발한 이께부꾸로에 소재하고 있는 TOYOTA AMLUX를 견학했다.
  이곳은 일본 최대 자동차생산업체인 Toyota의 모든 자동차를 전시한다. 전시공간은 지하 1층부터 지상 4층까지인데, 무엇보다도 즐거운 경험은 전시해 놓은 대부분의 차에 직접 시승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기름만 넣으면 당장이라도 날아갈 것만 같은 최신형 자동차들을 바꿔 타보며, 기분도 한껏 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우리는 아주 반가운 손님 한 분을 만났다.
신광호 의원의 따님인데 동경에서 아르바이트를 해가며 유학중이란다.
첫눈에 보기에도 총명하고 명랑하게 생겼다.
신의원의 자식사랑과 자식에 대한 교육관을 느낄 수 있는 귀한 만남이었다.

◇ 2002. 12. 27 (金)

  아침일찍 요꼬하마의 「구보다」 화장장을 찾았다.
요꼬하마는 인천이다 라고 할만큼 두 도시는 지리적으로도 역사적으로도 닮았다.
서울과 인천이 지척인 것처럼 도꾜와 요꼬하마는 불과 28㎞ 떨어져있다.
역사적으로는 일본 근대화의 물꼬를 튼 · 불평등 조약 · 에 따라 개항이 이루어진 도시가 바로 요코하마요, 또한 우리 인천도 그러하지 않았던가.
  현재 5개의 화장장을 가지고 있는 요꼬하마는 가히 화장장의 도시라 할 만했다.
그 중에서도 제일 큰 화장장이 구보다 화장장이다.
현재 12개의 화장시설을 갖추고 있는데 인근에 이보다 더 큰 규모(16개화장시설)의 화장장을 만들고 있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 구보다 · 화장장은 1875년에 현장소에다 화장장을 처음 신축하고, 그후 재시설 · 재건축을 계속하여 지금에 이른다고 한다.
비교적 최근인 1995년에 약1100억원을 들여 최신식 화장장을 완공하여 지금도 성업중이다.
놀라운 사실도 구보다 화장장은 요꼬하마 중심지에 위치해 있으며, 인근주민은 화장장사업에 협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사람들은 산 자와 죽은 자의 구분이 우리나라처럼 엄격하지 않은 것이 자못 낯-설다.
  요꼬하마에서 동경으로 오는 길에 잘생긴 건물이 있어 물어보니, 일본에서 제일 높은 지상 70층 규모, 높이 296m의 랜드마크타워란다.
1993년에 완공했다하니 우리나라 여의도에 있는 63빌딩을 의식해서 지었으리라.
  오후 한낮
1200만명 인구의 도꼬도를 총괄하는 신주꾸의 상징, 도꼬도청사에 이르렀다.
도청건물이 이렇게까지 지을 수 있을까 하는 의국심도 잠깐, 도꼬의 사령탑같은 3동짜리 건물을 아찔한 높이와 딱딱한 듯 하면서도 세련된 외관이 보는 이의 눈을 압도한다.
48층 규모, 243m 높이의 1990년산 건물인데, 1층에서 꼭대기 전망대까지는 33초밖에 안걸리는 초고속승강기가 설치되어있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면 자로 금을 그어놓은 듯한 구획, 매연이나 스모그가 없는 공기, 동경만의 푸른빛깔과 흰색과 회색톤의 건축물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얄밉도록 정연하고 밉깔스럽도록 절도 있는 풍경이다.
  그 누가 그랬던가 중국의 形의 나라 우리나라는 線의 나라 일본은 色의 나라라고.
내가 보기에는 色과 線이 혼재된 나라 같았다.
  우리나라보다 수출을 50배 더하고, 땅 덩어리도 남북한을 합해서 1.7배정도 더 큰 나라.
4000여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섬나라.
한때 세계 2위의 경제규모를 자랑했던 나라.
그 옛날부터 배워 갈 것은 배워가면서 우리 민족을 억압했던 나라.
그 나라의 심장부에 서있는 나는 우리 모두가 깨어나야 한다고 마음속에서 소리치고 있었다.
  오후에는 제2차 세계대전 뒤 미군용품을 취급하던 아메요꼬시장에 들렸다.
일본서민, 특히 도꾜 보통사람들의 사는 모습이 배어 있었다.
우리나라의 남대문 시장과 흡사하니 여기저기 손님 부르는 소리, 물건값 흥정하는 소리, 시끌벅쩍한 분위기가 서민적이고 생동감이 있어 친근하게 느껴진다.
생필품을 비롯한 거의 모든 물건을 취급하는데 우리일행은 이곳에서 몇 가지 소품들을 샀다.
  아메요꼬 시장인근에 우에노 공원이 있는데 그 면적은 531.855㎡이다. 메이지유신이 일어나기 전 덕천막부를 계속 유지하려는 막부군과 근대화를 주장하는 신정부군과의 격렬한 싸움터가 우에노 언덕이었다한다.
  대전이 끝난 우에노 언덕은 쑥대밭으로 남아있었는데, 승리한 신정부가 우에노 언덕에 공원계획을 세워 개발함으로써, 오늘날 우에노 공원이 탄생하게 된다.
  공원내에는 19C 일본내의 정한론자였던 사이꼬 다카모리의 동상, 시노바조 노이케 호수, 우에노 동물원, 도꾜 국립박물관, 도꾜도 미술박물관, 국립과학박물관, 국립서양미술관 등이 소재하고 있으며, 특히 미술관에는 세계 유명명화들이 자주 전시되는 곳이다.
  현재 일본은 디플레이션 경제에 따른 장기불황이 이어져 일본의 부랑자와 거지들이 늘어나고, 또 그들은 공원의 양지를 점령하고, 숲 속에는 아주 기거할 수 있는 천막집까지 많이 있으니, 우에노 공원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러한 광경은 오사카의 도심공원에서도 다수 목격했는데, 이들은 집단 생활을 하며 대부분 파란색천막으로 집을 짓고 기거한다.
  저녁을 먹고는 도꾜에서 가장 번화하다는 신쥬꾸에 나가 보았다.
밤거리의 신쥬꾸는 젊고 화려했다. 서울 명동보다도 더 복잡하고 어지럽다.
여기에는 일하는 일본의 개미들과, 노래하고 노는 일본의 베짱이들을 뒤섞어 거대한 인간 보따리를 한꺼번에 풀어놓은 듯하다.
밤12시가 되어도 밀리고 밀리는게 사람들이다.
우리들은 하도 복잡해서 지하2층에 소재하는 조그만 생맥주집에서 맥주한잔으로 이국의 향수를 달랬다.

◇ 2002. 12. 28 (土)

  천안으로 돌아가기위해 아침 일찍 나리따공항으로 향했다.
  영종도행 비행기안에서 일본을 내려다본다.
후지산은 정수리에 하얗게 눈을 뒤집어 쓰고 가는이를 배웅하는 듯하다.
항로가 혼슈를 동쪽에서 서쪽으로 가르지르고 날씨 또한 청명했기 때문에 일본 땅을 내려다보기가 좋았다.
  총면적 377,835㎢
전 국토의 70%가 산악지대로 우리와 비슷하다.
전 세계 육지면적의 0.3%에 지나지 않는 작은 나라. 섬나라.
국토의 30%정도가 평지로서, 이렇게 좁은 평지에 1억이 넘는 사람이 살고 있는 곳.
지구상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나라가 아니라고 부인할 수 없는 나라. - 일본
  그러나 사람의 용모도, 밥그릇의 크기도, 집의 크기도, 방석의 크기도 우리보다 못한 일본아닌가!.......
  우리는 깨어야한다.
상처를 거치른 혀로 핥고 있는 야수처럼. 어둠과 상처를 감추지 말고 건드리기 싫은 상처를 핥아대는 야성으로 깨어나야 한다.
  해방직후 시인의 노래가 생각난다.

·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너머 산너머서 어둠을 살라먹고,
산너머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먹고,
이글이글 애띤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

인천! 그리고 천안!
내땅 한국에 돌아왔다.
날씨가 매콤해도, 산들이 뭉게졌어도, 먼지가 흩날려도, 역시 반가운 내 영혼이 뛰어 노는
우리 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