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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임대, 침체시작 되나

이철균/서울경제신문 부동산부

빌딩 공급이 지난해에 비해 증가한데다 최근 잇단 경기침체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오피스빌딩 임대ㆍ매각시장도 침체를 맞고 있다. 여기에 대기업과 공공기관의 신사옥이주가 늘면서 빌딩 공실은 더욱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여의도의 경우 2ㆍ4분기 공실률이 0.3%이던 것이 0.8%로 증가했고 강남도 4.07%에서 4.22%로 공실률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공급증가, 경기침체 상호작용= 빌딩 공급량은 지난해에 비해 41%가 증가한 반면 가계대출 급증, 대외경기 불투명 등의 전망이 제기되면서 기업체들이 빌딩매입, 임대확대를 대폭 줄이고 있는 것이 문제다. 실제로 알투코리아가 집계한 올해 서울지역의 빌딩공급량은 22개동,17만3,000평. 이는 지난해 12만평에 비해 41%가 증가한 양이다. 물론 올 공급량은 2000년 이전의 연평균 공급면적 40만평에 비해서는 적은 규모. 그러나 최근 잇단 경기위축 전망이 제기되면서 오피스빌딩 임대시장이 위축의 가능성이 높다는 게 알투코리아의 설명이다.     

한편 올해 규모별로는 대형빌딩이(10층 이상 또는 연면적 3,025평 이상)이 15개동, 중소형이 7개동이다. 지역별로는 종로구(6개동 4만7,000평)와 중구(2개동 2만6,000평) 등 도심권이 총 7만4,000평이 공급됐다. 또 테헤란로 일대(4개동 1만3,000평), 강남대로 주변(1개동 2만7,000평)을 비롯한 강남권이 6만6,000평이 건립된 것을 집계됐다.

◇테헤란로, 가장 빠른 반응= 테헤란로의 반응이 가장 빠르다. 실제 테헤란로는 벤처 황금기에는 빌딩임대시장도 활황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벤처 쇠락과 함께 공실률도 빠른 속도로 증가했던 것이 사실. 하지만 테헤란로는 지난해부터 또 한번의 중흥기를 맞았다. 외국계 기업과 금융기관이 몰려들면서 임대시장이 활성화 된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가장 먼저 경기 침체 여파를 겪고 있다. IT(정보기술)경기의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그나마 남아있던 IT기업들도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는 데다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에 따른 영업지점 통ㆍ폐합으로 공실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는 상태다. 테헤란로 주변 중개업자는 "사무실을 구하는 문의는 급격히 준 반면 빌딩주들이 내놓은 물건은 늘고 있다"며 "사무실 임차 문의도 저렴한 중소형 사무실을 찾는 건수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형빌딩을 중심으로 한 임대료 인하도 이뤄지고 있다. 강남 오피스빌딩을 대표하는 스타타워는 평당 11만원 선이던 것으로 7~8만원까지 낮췄다. 하지만 공실률이 50%에 가깝고 인근 대형빌딩의 공실률도 상승 추세다. 더구나 영업 위축과 테헤란로의 높은 임대료를 견디지 못한 기업들은 테헤란로를 빠져나가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논현동, 양재ㆍ서초동의 외곽지역으로 자리를 옮기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다 캠브리지 빌딩, 교보빌딩 서초사옥, 안제타워 등 대형 신축빌딩들이 속속 들어서는 악재가 겹치고 있는 것이다. 한 빌딩 임대 전문가는 "강남 오피스빌딩 임대시장의 절정은 올 2ㆍ4분기였던 것 같다"며 "경기침체와 함께 내년 초부터는 임대료 하락과 공실률  상승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사옥이주, 도심빌딩도 공실증가= 광화문ㆍ종로일대 오피스임대 시장은 경기침체에 이어 대기업과 금융기관, 정부기관이 신사옥을 짓고 이주하는 사례가 늘면서 공실도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내외빌딩에 입주한 삼성증권은 종로타워로, 여러 도심빌딩에 흩어져 있는 SK텔레콤은 을지로 사옥으로의 이주를 준비하고 있다. 또 정부종합청사 신청사와 국세청 청사 완공과 함께 정부유관기관들의 이주도 빠른 속도로 이뤄지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장기공실을 해소하지 못한 대형도심빌딩의 우려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 도심권의 대표적인 빌딩인 서울파이낸스센터는 조만간 이주할 월드컵조직위원회로 인해 4,000평의 공실이 발생할 전망이다. 또 무교빌딩은 5,000평 중 1,800평, 갑을빌딩은 4,300평 중 1,500평이 공실로 남아있다.

샘스의 한 관계자는 "도심빌딩은 높은 임대료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공실을 감수해 왔다"며 "하지만 최근 신사옥 증가와 국내외 경기가 불투명으로 공실 장기화 가능성은 물론 그 규모가 커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외국투자사, 빌딩매각 추진= 최근 임대시장이 다소 위축되면서 IMF외환위기 이후 단기 펀드를 조성, 국내  대형오피스 빌딩을 싼 값에 매입한 외국계 투자회사들이 본격적으로 매물을 내놓고 있다. 현재 시장에 나와있는 빌딩은 ▦내자동 한누리빌딩(모건스탠리) ▦여의도 대우증권(골드만삭스) ▦ 연지동 은석빌딩(골드만삭스ㆍ모건스탠리) ▦ 서울역 앞 서울시티타워(CDL) 등. 또 론스타가 6,200억원에 매입한 역삼동 스타타워 빌딩을 비롯, 무교동 코오롱빌딩(모건스탠리), 역삼동 로담코타워(로담코) 등 10여 개 빌딩의 매각 얘기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외국계 투자회사들은 외환위기 이후 기업구조조정으로 나온 3조원에 달하는 빌딩을 사들였었다. 연면적만 37만4,000평으로 서울 대형 오피스빌딩의 총 거래물량의 30%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따라서 부동산 시장의 '큰 손'인 외국계 펀드의 빌딩 매각 움직임은 본격적인 오피스빌딩 위축의 신호탄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향후 전망 엇갈려= 외국 투자자들의 잇단 빌딩 매각과 공실증가가 장기적인 경기침체와 맞물릴 경우 오피스임대 시장의 위축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반해 공실률이 소폭으로 늘고 줄어드는 것은 큰 의미가 없기 때문에 이후 전망은 그리 어둡지 만은 않다는 주장이 대립된다. 특히 임대료가 여전히 강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알투코리아 한 관계자는 "지난 여름 잠시 주춤했던 신설법인수가 10월 이후 다시 증가추세로 돌아섰고 연 10％ 이상의 임대수입이 가능하다는 매력 때문에 리츠ㆍ기업체ㆍ투자회사 등 잠재수요자는 여전히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외국계펀다가 내 놓은 매물은 외환위기 직후에 들어왔던 3~5년짜리 단기 펀드가 소유한 물건"이라며 "펀드 해산 시점이 다가오는 데다 이미 목표했던 수익률을 달성했기 때문에 매각을 추진하는 것일 뿐 한국 부동산시장 전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선 이후 경기가 나빠질 경우 거래 부진이 계속될 것이라는 비관적 시각도 있다.샘스 관계자는 "지난 3분기 공실이 2분기보다 약간 늘었고, 앞으로 서초교보빌딩ㆍ포스틸캠브리지재단 빌딩 등 강남권 새 건물의 임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추가 공실이 발생하고 이에 따른 임대료 하락은 불가피 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2002년 3/4분기 공실률추이

 2002년 3/4분기 임대료 변동률

(자료 : 알투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