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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대학 카르텔 생긴다” 공공기관 지역인재 채용 광역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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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덕준 기자(부산일보 세종취재부장)
지난 10월 14일 국회에서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대한 국정감사가 있었다. 이날 첫 질문자로 나선 천준호 의원의 질문이 끝난 뒤 이한준 전(前) LH 사장은 뭔가 작정한 듯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금 공공기관에 대한 지역인재 할당제가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대한민국 공공기관 전부가 혁신도시로 이전하면서 지역인재 채용을 진행하고 있는데 공공기관마다 특정 대학 카르텔이 형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역인재 할당제란 공공기관이 위치한 지역의 대학출신자를 의무적으로 뽑는 것을 말한다. 시행된 지 꽤 오래됐다. 현재 대부분의 공공기관이 해당 지역 출신 대학생을 30% 정도 뽑고 있다.
지역인재 채용하되 범위 넓혀야
이한준 전(前) LH 사장은 “공공기관에 대한 지역인재 채용할당제는 좋은데, 그 범위를 넓혔으면 좋겠다”며 “예를 들어 LH는 지역인재 채용을 경남과 울산 출신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경남 특정 대학 출신들의 카르텔이 형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지역인재 채용을 수도권은 제외하되, 비수도권 전체에서 뽑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전남지역 대학 출신과 충청지역 대학 출신도 LH에 지역인재 채용으로 할당받고, 반면 한전에는 경남지역 출신 대학생들도 가고, 그래서 좀 인재풀을 넓게 쓰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더불어 “또 다른 방식으로는 현재 수도권 대 비수도권의 인구가 51%대 49% 되니까. 예를 들어 비수도권 채용인원을 50% 이상으로 하되, 5%포인트 늘어날 때마다 공공기관에 인센티브를 주면 지역인재 할당 수는 늘어나면서 인재를 폭넓게 쓸 수 있지 않을까? 평상시에 생각했다”고 말했다.
공공기관 지역인재 할당제는 지역 출신 대학생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도입된 정책이다. 워낙 우리나라가 수도권 쏠림이 심하니까 이렇게 강제적인 정책을 써서라도 지역에 청년들이 남아있게 하려는 것이다.
부산의 경우, 남부발전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캠코 등 여러 공공기관은 부산지역 대학 출신자들을 지역인재로 뽑아야 한다. 또 한전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한국농어촌공사 등 광주전남 혁신도시의 공공기관은 전남 지역 대학출신자를 지역인재로 채용한다.
현재 방식으론 공공기관 경쟁력 하락
현재 세종정부청사에 출입하고 있는 기자는 전국의 공공기관 관계자들과 만날 기회가 많다. 세종시에 업무차 출장을 자주 온다. 그들로부터 특정 대학 카르텔이 형성되고 있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부산, 대전, 전남 등 다 마찬가지다.
경남과 울산은 그동안 각각 별도로 지역인재를 채용하다가 2022년부터 광역화가 이뤄졌다. 두 지역 졸업생이라면 경남 10개, 울산 7개 이전 공공기관에 모두 지역인재로 지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매우 부족하다. 지방대학 출신이라면 이전 공공기관 어디라도 지역인재로 채용될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해야만 공공기관 내 ‘카르텔’이나 ‘라인’이 생길 가능성이 줄어든다.
선후배 간 같은 대학 출신이라는 이유로 돈독한 관계를 맺고 타 대학 출신을 배제하는 것은 회사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일이다.
이 같은 광역화 방식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있다. 그런데 이 문제가 별로 이슈가 안되는 이유는 해당 지역에서 반발기류가 있기 때문이다. “왜 우리 지역에 있는 공공기관에 다른 지역 출신자들이 지역인재로 들어와야 하나”라는 목소리다.
그러나 이한준 전(前) LH 사장이 지적했듯이 인재풀을 넓히기 위해서는 지역인재 광역화는 반드시 필요하다.
2차 공공기관 이전 조만간 본격화 예상
제2차 공공기관 이전은 아직 감감무소식이다. 하지만 이번 정부에서 어느 시점에는 이슈가 되고, 본격적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다만 2차 공공기관 이전 대상이 되는 곳은 어디인지, 이들 기관이 기존의 혁신도시로 가게 될지, 아니면 다른 곳에도 이전할지 아직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 정책에
대해 불만을 가진 목소리는 그동안 많이 나왔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수도권 집중화는 그 정도가 매우 심각해 나라 전체의 미래를 우울하고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지방의 청년들이 수도권에 몰리면서 수도권은 터져나가고 있다. 지방 청년들의 꿈은 판교 테크노밸리에서 일하는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그렇게 수도권에 집중되다 보니 비싼 집값 때문에 좁은
원룸에 겨우 살고, 비좁은 대중교통에 시달리며 출퇴근도 고통스럽다.
그런데도 인스타, 페이스북에서는 화려한 관광지에서 찍은 사진들이 올라오고 벤츠 BMW 등 비싼 수입차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또래들의 사진들이 넘쳐난다. 자신 빼고는 모두 다 행복하고 잘사는 것 같다.
서울대 교수이자 인구학자인 조영태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는 청년들이 결혼을 하려는 생각 자체를 하지 못하게 된다. 이는 출산율 감소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말했다.
공공기관 이전은 정부가 수도권 집중화를 해소하기 위한, 별로 남지 않은 정책수단이다. 다만 2차 공공기관 이전에 앞서 생각해야 할 문제들이 있다.
지방대학 출신이라면
이전 공공 기관 어디라도 지역인재로
채용될 수 있어야 한다.
2차 이전 기관들 집적화 시켜야
2차 이전 공공기관들은 최소 300개, 최대 500개 가까이 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대부분 규모가 작다. 연구소나 진흥원, 관리원 등과 같은 기관들이 대부분이다. 종사자 숫자도 당연히 적다.
이들 2차 이전 기관을 전국에 산재시키는 방안은 바람직하지 않다. 각 지역 국회의원마다 2차 이전 기관들을 자신의 지역구에 유치하려는 움직임들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공공기관 지방 이전의 정책목표를 달성하려면 이들 기관을 집적화시켜 규모의 경제를 이루는 것이 지역소멸을 조금이라도 막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A 인구소멸지역에 이들 기관을 두세 개 정도 이전시켰다 치자. 규모가 작은 데다 직원들도 몇 안 되는 이들 기관이 그곳에 간다고 한들 지역이 살아날 리는 만무하다. 대신 기존에 만들어진 혁신도시에 수십 개씩 이전시키면, 현재 다소 침체된 혁신도시 분위기를 살릴 수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전국 딱 1곳에 이들 2차 이전 기관들을 모두 모아서 이전시키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는 지역 간 유치전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현재 수도권 집중화가 심각한 이유 중 하나는 지방에 수도권을 대응할 만한 거점도시가 없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고만고만한’ 도시들만 있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2차 이전 기관들마저 전국에 산재시키면 이전의 효과는 ‘제로’가 될 수 있다.
2차 이전 기관 인재 채용 광역화 필요
또 2차 이전 공공기관 이전을 추진하면서 1차 기관과 함께 지역인재 채용을 광역화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2차 이전 기관들은 규모가 작다. 그래서 한해 채용하는 인원도 소수다. 매년 채용을 안 하는 기관들도 많이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2차 이전 기관들에도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지역인재 할당제를 적용하면 인재풀이 매우 좁아진다. 자칫하면 10년이 지났을 때, 기관 내에 카르텔이 매우 강력하게 만들어질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지역인재 할당제를 하되, 비수도권 전체 대학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
공공기관 이전 정책은 장점도 많지만, 말도 많고 반대도 많은 정책이다.
공공기관을 이전시킨다고 수도권 집중화가 완전히 해소될 가능성은 적다. 민간기업이 모두 수도권에만 있으려 하고 있고, 인재들도 수도권으로만 몰리는 상황에서는 말이다.
그러나 30년 후를 생각해보자. 정부가 수도권 과밀화에 대해 아무런 손을 쓰지 않는다면 서울과 경기도는 인구가 터져나갈 것이다. 교통은 막히고 집값은 계속 오른다. 수도권에 사는 청년들은 치열한 경쟁 속에 스트레스는 쌓이고 이는 결혼 기피와 출산율 감소로 직결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또다시 신도시를 개발하고 교통인프라를 만드는 데 엄청난 비용을 쏟아부어야 할 것이다. 반면 지방은 갈수록 텅 빈 공간으로 남아 관광객들만 드나드는 지역이 될 공산이 크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은 이런 상황을 어느 정도는 억제할 수 있다. 대신, 이전에 따른 효과가 확실하게 발생할 수 있도록 정부는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대고 좋은 방안을 찾아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