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와 진실

에겐? 테토? 호르몬 성격의 공식 시대 변화가 쓰는
새로운 인간학

에겐남과 테토녀, 또 새로운 인간 유형이 나왔다. 에겐남은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estrogen)이 많은 남성, 테토녀는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이 많은 여성을 뜻한다. 과연 호르몬으로 성격을 나눌 수 있을까? 사람들의 속성을 묘사하는 표현은 왜 점점 많아지는 것일까?

  • 글. 한민 작가 (숙명여자대학교 사회심리학과 외래교수, 문화심리학자)

성(性)호르몬으로 구별하는 성격 공식의 등장

요즘 매체에서 많이 등장하는 말이 있다. 에겐남, 테토녀. 이 표현은 2021년 6월에 다이어트 콘텐츠 크리에이터 이상수가 자신의 블로그 <수성일기>에 올린 ‘연애 먹이사슬 분석 글’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인스타툰 작가 ‘내쪼’가 이를 인스타툰으로 만들며 본격적으로 대중적인 관심을 끌게 됐다.

주로 연애 관계에서의 행동을 묘사하는 맥락에서 쓰이는데, 에겐남은 감성적이고 배려심이 많은 남성을, 테토녀는 직설적이고 주도적인 여성을 의미한다. 에겐남은 공감능력이 뛰어나 세심하게 상대의 감정을 살피고 자신의 의견을 부드럽게 표현하며, 테토녀는 강한 추진력과 결단력으로 상황을 주도하고 직설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주장한다. 이처럼 성호르몬으로 나눠서 사람을 구분 짓는 것은 과학적 근거가 있을까?

성(性)호르몬이 성격을 좌우할 수 있을까?

에스트로겐과 테스토스테론은 성(性)호르몬으로 일차적인 기능은 생식, 즉 아이를 만들고 낳아 기르기 위한 것이지만 인간의 성격에도 영향을 미친다. 테스토스테론은 위험감수 행동과 공격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에스트로겐은 기분 변화와 인지 및 언어능력과 관련있음을 보이는 연구들이 존재한다. 젊은 남성들이 다혈질에 아무렇지도 않게 위험한 행동을 하거나 젊은 여성들이 감정에 섬세하고 말을 조곤조곤 잘한다는 식으로 묘사되는 이유다.

하지만 인간의 행동은 수많은 요인(유전·환경·사회문화·학습)이 결합된 결과라 호르몬만으로 성격이 결정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최근 유행중인 에겐남, 테토녀는 생물학적 용어를 쓰고 있지만 생물학적 성(sex)이 아닌 사회통념상의 성역할(gender)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즉 에겐남은 ‘여성적인 남성’, 테토녀는 ‘남성적인 여성’인 것이다.

지금 에겐남과 테토녀가 주목받는 이유는 우리 사회의 성역할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전통 사회에서 바람직하다고 여겨졌던 남성상과 여성상은 이른바 테토남과 에겐녀였다. 즉 남성은 도전적이고 경쟁적이며 사소한 위험쯤은 무시해야 ‘남자답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고, 온순하고 수용적이며 배려심이 있는 여성들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생존 조건이 바뀌고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이러한 전통적 성역할은 커다란 변화를 맞게 되었다. 남성이 섬세하고 감정이 요구되는 일들을 하고 여성들이 위험하고 도전적인 일을 하는 것이 현대 사회에서는 전혀 낯설지 않다. 연애의 맥락에서도 마찬가지다. 터프하게 관계를 주도하던 테토남보다는 섬세하게 상대를 배려하는 에겐남이, 다소곳하게 남자에게 맞춰주던 에겐녀보다는 직설적으로 자신의 요구를 주장하는 테토녀가 때로는 더 매력적일 수 있는 세상이 된 것이다.

정체성을 찾는 시대, 구분하기보다 이해하기

구분 짓기 현상이 유행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20, 30대 청년들의 정체성 욕구다. 가정과 학교만을 전부로 알고 살아왔던 청년들은 사회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찾고 싶어 한다. 나는 어떤 사람일까. 나는 어떤 방식으로 다른 사람들과 교류해야 할까. 수년 동안 대한민국을 점령했던 MBTI 열풍에 이은 에겐남, 테토녀 신드롬은 청년들이 자신들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또 다른 모습이다.

그러나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에는 몇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첫째, 에겐남, 테토녀처럼 사람을 지나치게 단순하게 구분하는 방식은 무리가 있다. 에겐남에는 숨겨진 테토남의 면모도 있을 수 있으며, 테토녀도 때로는 에겐녀이고 싶을 때가 있을지 모른다. 유형으로 성격을 나누는 방식은 직관적인 이해를 제공하지만 그만큼 개개인의 다양성을 파악하는 데는 방해가 된다.

둘째, 지나치게 단순화된 이해는 상대와의 배타적인 관계로 이어질 수 있다. MBTI에 대한 과몰입이 특정 MBTI 유형과는 대화조차 하지 않는 사람들을 만들어냈듯이, 에겐남, 테토녀를 선호하는 이들이 테토남, 에겐녀를 거부하거나 혐오하는 현상도 나타날 수 있다. 이는 사람이 다른 사람들과 바람직하게 교류하는 방법이라 할 수 없다.

나를 파악하고 상대방을 이해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그 목적이 진정한 나로서 살아가기 위함이고 사회 속에서 타인들과 공존하기 위함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