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회 감정평가사 수기 공모전」

「제5회 감정평가사 수기 공모전」
수상작을 소개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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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5회 감정평가사 수기 공모전」 장려상

    감정평가에
    담아낸 고민의 시간

    • 글. 김규래 감정평가사(미래새한감정평가법인 경인지사)

    나에게 감정평가사의 사회적 역할은 큰 관심사가 아니었다. 적어도 수험생 시절의 나에게는 그랬다. 수험생활이란 고통의 나날이기에 해가 갈수록 더욱 자격증이 주는 보상에만 매몰되었다. 높은 연봉이나 이직의 용이함 같은 현실적인 부분들 말이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시험 합격은 감정평가사 일을 시작하기 위한 수단이 아닌 도착해야 할 목적지 그 자체가 되어 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합격통보를 확인한 날 앞으로의 인생에 탄탄대로가 펼쳐질 것만 같은 기대감에 한동안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 기대감이 산산이 부서지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지난 1년여간의 수습 기간은 매일매일이 내 무력함을 확인하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업무적인 미숙함도 있었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내가 감정평가사의 일을 너무 가볍게 보고 접근했다는 것이었다. 이전에는 감정평가 업무를 단순히 데이터를 통해 최종 금액을 도출하는 일로만 여겼다. 수험공부의 감정평가처럼 사례를 정하고, 요인 비교를 통해 조절하는 과정이 전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 업무를 경험해보니, 감정평가에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많은 고민과 책임감이 담겨 있었다.

    특히 LH공사에서 의뢰된 ‘전세 사기 피해주택 매입 감정평가’를 위해 현장에 나갔을 때 느끼는 점이 많았다. 이 감정평가는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 대신 LH공사가 해당 피해주택을 낙찰받고, 감정평가액과 낙찰가액의 차액만큼을 피해자에게 보전하기 위해 진행되는 것이었다. 상황에 따라 낙찰이 이뤄지지 않은 경우, 매수가 산정을 위한 기준이 되기도 했다. 감정평가액에 따라 피해자가 돌려받을 금액이 달라지다 보니 피해자 측은 감정평가액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했다. 나 역시 감정평가 금액 산정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여러 주택을 방문하는 현장조사 과정에서 특히 한 집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어린 네 남매가 살고 있는 오피스텔이었다. 부모님은 어린이집 방학이어서 아이들 모두 집에 있다고 머쓱하게 웃어 보였다. 이제 막 말문이 트인 아이부터 아직 걸음마도 떼지 못한 갓난아이까지 있었다. 아이들은 상황을 알지 못한 채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가 집에 방문한 낯선 손님을 쳐다보고 이내 다시 놀이에 열중했다. 그 모습을 보며 아이의 부모님은 아이들에게 밝게 얘기했다.

    “우리 이제 이사 갈 수 있어.”

    그 순간 깨달았다. 내가 산정한 감정평가액이 단순히 산식에 의한 결과물이 아니라, 개인의 삶, 한 가족의 행복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물론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해서 감정평가액을 인위적으로 높일 수는 없었다. 그러나 적정한 가치 산정을 위해 놓치는 부분이 있어선 안 된다고 마음속으로 수차례 다짐했다. 피해자 측이 연신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말할 때마다, 나 또한 책임감 있는 감정평가를 약속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모든 피해자가 온전히 보상받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전세 사기의 특성상 정상적인 시세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매매가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전세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시세 이상으로 전세 계약이 체결된 경우 피해자가 손실을 보전받는 것이 쉽지 않았다.

    등기부등본을 보며 거래 흐름을 추적하면 전형적인 사기의 패턴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예를 들면, 6천만 원에 거래되던 다세대주택이 갑자기 9천만 원에 거래되고, 그 직후 매매가와 유사한 9천만 원 선에서 전세 계약이 체결되는 식이다. 또 다른 경우는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아 시세가 불분명한 노인복지시설 일부를 공매로 낙찰받아, 매매가보다 훨씬 높은 전세금을 받는 사례도 있었다. 감정평가 금액은 적정 시세를 반영해야 했기에 결국 많은 피해자가 전세금 일부에 대한 손실을 감내해야 했다.

    피해자 대부분은 내 또래의 20대, 30대 청년들이었기에 더욱 마음이 쓰였다. 전세 사기를 당한 집은 누군가의 자취방이었고, 누군가의 신혼집이기도 했다. 통계상으로도 20대, 30대 피해자는 전체 피해자 중 74.86%로 매우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러한 현상을 보며 전세 사기가 단순히 개개인의 부주의나 운 없는 선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허술한 제도와 불균형한 정보 구조 속에서 반복되는 비극임을 실감했다. 젊은 세대는 자본이 부족해 시세가 불투명한 다세대주택, 오피스텔 등의 거주 형태를 선택했다. 또한, 경험이 부족해 부동산 시장의 복잡한 구조를 이해하며 리스크를 식별하는 데에 취약했다.

    같은 세대가 겪은 상실과 좌절을 눈앞에서 마주하니 그들의 고통에 더욱 공감됐다. 그만큼 어깨에 놓인 책임은 무겁게 다가왔다. 이때 감정평가는 단순히 피해자의 손실을 금액으로 환산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그것은 무너진 시장 질서 속에서 ‘신뢰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하는 일이기도 했다. 왜곡된 가격 구조 속에서, 어느 수준을 ‘적정가’로 봐야 할 것인지 다양한 근거를 토대로 판단했다. 피해자에게는 회복의 출발점이 되었고, 시장에는 거래 질서를 다시 세울 수 있는 근거가 됐다.

    전세 사기 피해자 구제 절차는 이제 막 초입에 불과하다.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시행 이후 인정된 피해자는 현재까지 2만 8,666명이다. 심지어 피해자 수는 올해에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에 반해 매입을 위한 감정평가가 진행된 주택은 약 307가구에 그친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피해자를 마주하고 안타까운 사연을 접하게 될지, 그 숫자만으로도 막막함이 밀려온다.

    이제는 숫자만 보던 시선을 넘어 삶을 본다. 감정평가사는 숫자를 다루지만, 이 숫자는 개인의 삶, 한 가족의 미래, 그리고 시장의 신뢰를 지탱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나의 감정평가액을 산정하기까지, 나는 앞으로도 수없이 더 고민할 것이다. 그 고민의 무게만큼 평가의 정확도는 높아지고, 누군가의 상처를 덜어주는 데 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감정평가사는 사회의 균형을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저울이다. 내가 그 저울의 한 축으로서 책임을 다할 수 있기를, 그리고 그 시간이 누군가에게는 회복의 출발점이 되기를 소망한다.

    같은 세대가 겪은 상실과 좌절을
    눈앞에서 마주하니 그들의 고통에
    더욱 공감됐다. 그만큼 어깨에 놓인 책임은
    무겁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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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5회 감정평가사 수기 공모전」 장려상

    가치를 나누는 교실,
    감정을 전하는 마음

    • 글. 이다원 감정평가사(가온감정평가법인 본사)

    저는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좋아합니다. 그것은 언젠가 거래처를 소개해주는 일이기도 했고, 때로는 소개팅을 주선하거나, 제가 알고 있는 지식을 나누는 일이 되기도 했습니다.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전해 도움이 되는 모습을 지켜볼 때 저는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감정평가사 시험에 합격한 이후에는 후배 수험생을 위한 멘토링 활동도 이어왔습니다. “돈도 안 되는 일에 왜 시간을 써?”라는 질문을 받을 때면 저는 한결같이 대답했습니다.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야. 그리고 다 같이 좋으면 기쁘잖아!”

    감동교실을 만나다

    감정평가사로서 출장과 업무로 분주하던 어느 날, 우연히 회사 공지 게시판에서 한국감정평가사협회의 <감동교실> 재능기부 프로그램 모집 공고를 보았습니다. ‘감정평가사와 동행하는 감정평가 교실’이라는 이름 그대로, 전국의 학생들에게 감정평가사에 대한 직업소개와 부동산 기초지식을 알리는 체험형 진로교육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그 순간부터 제 마음은 두근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일이고, 잘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막상 준비를 시작하자 고민도 커졌습니다. 초등학생과 중학생 아이들 앞에서 강의한 경험이 전무했고, 아이들에게 세상에 많이 알려지지 않은 우리 직업에 대해 어떻게 흥미롭게 풀어낼지 고민되었습니다. PPT를 고치고 또 고치며, 아이들의 관심사를 최대한 담아내면서도, 본질을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초등학교 교사를 하고 있는 친구의 도움도 받았습니다. 여러 고민을 통해 아이들의 흥미를 깨뜨리지 않으면서도, 부동산과 감정평가에 대해 가르쳐줄 수 있는 여러 요소를 준비했습니다.

    “지하철역에서 5분만 걸어가면 나오는 집과 30분을 걸어가야 나오는 집, 둘 중 어느 쪽의 가치가 더 높을까요? 감정평가사는 어떤 요소들을 반영해서 부동산의 가치를 결정하게 될까요?” “우리 학교 부동산의 주인은 누구일까요? 교장님도, 학생도 아니에요. 등기사항전부증명서를 보면 우리 학교 부동산의 주인은 <경기도>임을 알 수 있답니다.” “우리 학교 건물은 몇 살일까요? 건축물대장을 확인하면 우리 학교 건물의 생일인 사용승인일을 알 수 있어요!”

    아이들과 마주한 순간

    이렇게 긴장되는 마음으로 준비한 첫 강의는 2023년 6월 7일 ‘감정평가사 체험의 날’에 공주 탄천중학교 학생들 앞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이후에도 안산 해솔중학교, 부천 솔안초등학교 등에서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학교에서의 수업은 진로교육 시간을 이용해 진행되었습니다.

    연일 부동산에 관한 뉴스가 나오고 사회와 곧바로 연결되는 분야인 것을 아는지, 걱정보다도 훨씬 아이들은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많았고 강의에도 호의적이었습니다. 예상보다 큰 관심에, 어떤 학생은 미리 감정평가사라는 직업에 대해 공부하고 조사해 오기도 했습니다.

    수업 뒤에는 엉뚱하고 귀엽기도 한, 때로는 날카로운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감정평가사님이 정하는 가격대로 우리 집이 팔리는 건가요?”
    “남자도 감정평가사를 할 수 있나요?”
    “감정평가사가 되면 해외에 갈 일도 생기나요?”

    이 질문들은 제가 감정평가사로 일하면서 평소 만나던 ‘업계 사람들’과 전혀 다른 시선을 보여주었습니다. 아이들이 던지는 질문을 통해 세상의 시선에서 ‘감정평가’가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느낄 수 있었고, 감정평가의 본질을 다시 배우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오히려 사회에서 감정평가의 역할에 대해 더 생각해 보며, 감정평가사로서 스스로 더 발전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아이들과 사회를 잇는 긍정적 울림

    “교육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가장 강력한 무기다.” - 넬슨 만델라

    아이들과 눈을 맞추며 느낀 것은, 지식을 나누는 일이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어떠한 가치를 전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최근 여러 이슈로 인해 감정평가사라는 직업에 대한 왜곡된 시선이 존재하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감동교실과 같은 활동은, 이 직업의 진정한 가치를 국민에게 알릴 수 있는 통로가 될 수 있습니다. 저는 이 일을 통해 감정평가사의 사회적 위상 제고에 기여하고 있다는 자긍심을 느꼈습니다.

    또한 <감동교실> 경험은 제 업무 방식에도 변화를 주었습니다. 전문가로서 ‘내가 산출한 가치’에 대한 책임 의식이 더 깊어졌고, 자료 한 페이지, 현장 사진 한 장에도 ‘배우는 마음’으로 접근하게 되었습니다. 의뢰인을 만날 때마다 감정평가사로서 자부심도 한층 커졌습니다.

    가치를 전파하는 감정평가사로서의 다짐

    강의가 끝나면, 아이들은 ‘감정평가사’라는 직업을 또렷이 기억하겠지요. 감동교실 경험은 단순한 재능기부가 아니었습니다. 감정평가사로서 세상과 소통하고, 직업의 사회적인 책임을 수행하며, 무엇보다 감정평가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환기시켰습니다. 아이들에게 “세상의 가치를 정직하게 바라보는 일”이 있다는 사실을 전함으로써, 저는 직업인의 사회적 책임을 다했다는 뿌듯함을 느낍니다.

    여력이 닿는 한, 저는 감동교실 활동을 계속할 예정입니다. 감정평가사는 ‘가치를 평가하는 전문가’인 동시에, ‘세상의 가치를 존중하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앞으로도 아이들과 눈을 맞추며 감정평가사가 지향하는 가치를 설명하고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감정평가사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값진 보람을 나누며, 더 넓은 세상에 “가치”의 의미를 전하고 감정평가사라는 직업의 의미를 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