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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주목해야 할 ESG 경영 키워드 5가지

올해 들어 글로벌 ESG 흐름에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반(反) ESG 정책을 본격화하며 제도적 측면에서 ESG 추진에 제약이 생기고 있다. 또한, ESG를 선도해온 유럽연합도 ‘옴니버스 패키지’ 발표를 통해 지속가능성 공시와 공급망 실사 등의 정책 속도 조절에 나섰다. 정책 기조에는 일부 변화가 있지만, 기업들은 여전히 ESG를 경영의 핵심 요소로 받아들이며 내재화를 강화하고 있다. 올해 ESG 경영에서 주목할 키워드는 기후 리스크 공시, 공급망 관리, 다양성과 포용성(DEI), AI 윤리, ESG 데이터의 신뢰성과 보고 무결성 등 다섯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 글. 최남수 교수(서정대학교, 前 YTN 대표이사)

기후 리스크 공시, 관련 제도 윤곽 또는 시행 채비

먼저 기후 리스크 공시의 경우, 관련 제도들이 윤곽을 드러내거나 시행을 앞두고 있다. EU의 지속가능성 공시지침인 CSRD는 대상기업을 80% 줄였지만, 대기업들은 올해부터 공시가 의무화되고 외국 기업들도 오는 2029년부터 공시를 시작해야 한다. 미국에서는 연방 정부가 기후공시에 제동을 걸고 나섰지만, 캘리포니아주는 연 매출 10억 달러가 넘는 기업의 탄소배출 공시를 확정한 상태이다. 더 큰 틀에서는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가 글로벌 지속가능 및 기후공시 안을 내놓았는데 현재 일본, 캐나다 등 20여 개의 국가가 이를 도입하기로 했거나 검토에 들어갔다. 한국 정부도 새 정부가 들어서면 공시 방안을 확정해 내놓을 예정이다.

협력업체들, 공급망 실사 대응 ‘발등의 불’

다음으로 공급망 관리. 제도적 측면에서 대표적 사례는 EU가 추진하고 있는 공급망에 대한 환경 및 인권 실사 지침(CSDDD)이다. 이 지침은 최근 입법 시기가 2027년으로 1년 늦춰졌다. CSDDD는 기업이 공급망 내 환경 및 인권 관련 부정적 영향을 식별한 후 이를 예방·제거·완화하기 위한 적절한 대응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있다. 이 조치의 대상이 될, 대(對) EU 수출 기업은 1만 8,000여 개에 이르고 있어 기업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제도와 별도로 ESG 경영을 도입한 대기업들이 거래처인 중견·중소기업을 상대로 ESG를 평가하고 실사를 하는 등의 ‘사적 자율규제’를 광범위하게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급망 내의 협력업체들은 ESG 경영의 수준을 높이는 일이 ‘발등의 불’로 떨어져 있다.

세 번째 ESG 키워드는 DEI로 직장에서 성별, 인종 등 기준에 따른 차별을 없애자는 내용이다. 이 이슈 또한 트럼프 행정부가 반(反) DEI 정책을 펼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미 정부가 서슬 퍼렇게 나오자 일부 기업들이 DEI를 후퇴시키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내 많은 기업과 다른 국가의 기업은 DEI의 정책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무엇보다 차별을 없애는 것은 기업 경영의 중요한 가치인데다 DEI 성적이 좋은 기업일수록 양호한 재무 성과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의 경우는 DEI가 부진한 수준이어서 앞으로 양성평등 등을 개선하는 일은 더 중요하게 부각될 전망이다.

‘사람을 위한 AI’ 윤리, S경영의 중요 축으로 부상

네 번째 키워드인 AI 윤리는 AI의 유해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기업의 중요한 사회적 책임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잇따라 ‘AI 윤리 원칙’을 내놓고 있다. 이 원칙의 핵심적 내용은 AI가 인간과 사회에 유익한 가치를 제공하는 인간 존중, 차별하지 않는 다양성의 존중, 사람에게 해로운 영향을 미치지 않는 안전성, 알고리즘과 데이터를 원칙과 기준에 따라 관리하는 투명성 등이다. 앞으로 AI의 발전이 가속화하면서 ‘사람을 위한 AI’라는 윤리는 중요한 S(Social, 사회) 경영의 하나로 자리 잡아나갈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ESG 데이터 신뢰성과 보고의 무결성은 ‘ESG 경영 자체가 데이터 관리’라는 말에서 그 중요성이 잘 드러나고 있다. ESG 경영은 환경, 사회, 지배구조 등 다양한 영역의 정량적, 정성적 데이터를 관리하는 일인 만큼 데이터의 신뢰성을 높이고 관련 보고의 완전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이슈이다. 하지만 현실은 수작업으로 인한 오류 가능성, 사업장별로 들쭉날쭉한 데이터 등 적지 않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따라서 데이터의 완전성과 신뢰도, 표준화, 그리고 통합 관리를 확보하는 것이 ESG 경영의 핵심 과제가 되고 있다. KPMG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글로벌 기업 95%가 ESG 데이터 관리시스템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지금까지 언급한 ESG 경영 키워드 5가지는 ESG가 결국 기업 경영을 ESG 중심으로 혁신하는 일임을 말해주고 있다. 그리고 그 궁극적 지향점은 환경을 보호하고 사람을 존중하는 투명하고 윤리적인 경영을 통해 기업 가치를 제고하는 데 있다. 그런 만큼 ESG를 경영 전반에 내재화하고 뿌리내리는 데 기업들은 적극 나서야 한다. 이를 위해 경영진이 ESG 리더십을 발휘하고 전사적인 공감대가 폭넓게 형성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