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와 진실

유전자 재조합 생물(GMO)은 기존의 육종보다 위험할까?

식품은 생존과 건강에 있어 중요한 요소의 하나다. 그만큼 사람들의 관심도 크지만, 그에 비례해 오해와 불안감도 크다. 유전자 재조합 생물인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도 그런 대상 중 하나다. GMO라고 하면 인위적인 유전자 조작이고, 인간이 아직 생명의 신비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를 다루는 것이 위험하게 느껴진다. 아무리 철저한 안전성 검증과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어도 쉽게 믿지 못하는 이유다. 이처럼 막연한 두려움을 낳는 GMO에 대한 진실을 알아보자.

  • 글. 최낙언 대표(편한식품정보, 식품공학자)

자연의 방식에서 온 GM 기술의 실체

GMO를 여러 이유로 반대할 수 있지만 위험하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사실 GMO는 기존의 어떤 육종보다 유전자의 변화가 적고, 특히 화학 변이제나 방사선을 이용한 돌연변이 육종보다는 훨씬 검증되고 안전한 육종이다. 문제는 GMO가 육종 방법 중에서 유전자 변이가 가장 적고 검증되었다는 것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GM 기술을 이용한 종의 경계를 넘어선 유전자의 이동이 자연에 없는 인간의 신기술처럼 말하지만, 이것도 사실이 아니다. 대부분 생명체의 유전자를 분석하면 10% 정도는 조상에게 물려받은 것이 아니고, 레트로바이러스 등을 통해 다른 종에서 넘어온 것이다.

인간의 유전자도 8% 정도는 조상이 아닌 외래 생명체의 유전자이며 우리가 쓰는 모든 GM 기술은 모두 세균 등이 쓰는 자연 방식을 그대로 차용한 것이다. 그런데도 GMO에 대해 필요 이상으로 불안해하는 것은 GMO의 실체를 모르고, 엉터리로 밝혀진 실험 결과를 믿거나, 소비는커녕 아직 재배조차 되지 않은 가상의 GMO를 가지고 위험성을 과장하는 것을 그대로 믿기 때문이다.

사실상 GMO를 섭취하지 않는 한국인

사실 우리나라의 GMO는 이런 진실을 따질 필요도 없다. 우리나라에 많은 양의 GMO 작물이 수입된다고 하지만 수입되는 것은 콩과 옥수수가 전부이며, 실제 식품에 쓰이는 것은 GMO 여부와 아무 상관 없는 전분당과 식용유가 전부이다.

전분은 쌀, 감자, 옥수수 등 출처에 무관하게 분해하면 모두 포도당 단 한 가지 분자로 된 것이고, 포도당은 식물뿐 아니라 동물과 세균 등 모든 생명체에 공통의 분자라 GMO 여부와 전혀 상관이 없다. 만약에 GM 작물에 존재하는 포도당이 기존의 포도당과 다를 수 있다고 주장하려면 GM 작물이 생산하는 산소부터 의심해야 할 것이다.

GM 작물이 광합성을 통해 첫 번째로 만드는 것이 산소이고 그다음이 포도당이다. 전분당이 위험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하려면 미국 등 GM 작물을 재배하는 나라를 여행할 때는 숨을 쉴 때마다 공기 중에 GM 산소를 조심해야 한다는 주장과 정확히 같다. 식용유(지방)도 마찬가지다. 모든 식물과 동물에 공통인 지방산으로 만들어진 것이라 원리상 굳이 안전성을 따질 필요가 없다. 그래도 의심스럽다면 분석기관을 통해서 얼마든지 확인해 볼 수 있다.

GM 기술에 대한 미신에서 벗어나기

GMO는 위험뿐 아니라 가능성도 과장되어 있다. 식물의 유전자는 보통 3만 종 이상으로 2만여 종인 인간보다 훨씬 많다. 그런데 고작 유전자 1~3개 정도를 추가하는 GM 기술로 놀라운 성과를 기대하는 자체가 무리이다.

GM 기술이 놀라운 성과를 보인 것은 인슐린처럼 미량으로 작동하는 단백질(호르몬)을 만들 때다. 인슐린은 51개의 아미노산으로 된 단백질이고 이것을 합성하는 인간의 유전자 딱 1개를 대장균에 이식하는 GM 기술로 대량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

돼지의 췌장에서 추출한 인슐린보다 압도적으로 안전하고, 깨끗하고, 경제적인 기적의 기술이었다. 그런 고농축의 GMO 물질인 인슐린 주사는 전혀 걱정하지 않으면서 GM 작물만 걱정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현재 양산되는 GMO 작물에 추가되는 유전자는 해충 저항성(BT단백질) 유전자, 제초제 저항성 유전자 두 종류가 전부이다. 글리포세이트라는 제초제에 견디는 것이 대단한 변화 같지만, 실제 일어난 일은 페닐알라닌 합성 과정에 참여하는 효소 중 하나가 별로 정교하지 않아, 원래 사용해야 하는 중간물질(PEP)뿐 아니라 유사한 형태의 분자인 글리포세이트와 결합하여 기능이 망가지는 원리에 착안해서 글리포세이트와는 결합하지 않는 효소를 추가한 것뿐이다.

그러니 GMO 작물을 그대로 소비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으며, 실제 미국 등에서는 전혀 표시나 구분도 하지 않고 식용으로 사용한다. 우리나라는 GMO 성분(효소)이 극미량 포함된 단백질은 아예 식용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GMO 실체를 정확히 알고 우리나라가 GMO를 얼마나 보수적으로 관리하는지 알면 불안감에 사로잡힐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