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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티켓 구하기 어려워요”

‘철도의 봄’ 꽃피우려면

“요즘 KTX 표 구하기 어렵네” 이따금 세종에 내려갈 때마다 자주 듣는 이야기다. 매진이 일상화된 주말 KTX에 더해 이제는 평일 KTX 티켓도 구하기 힘든 시절이 다가왔다. 가장 큰 원인은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면서 관광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고, 정부세종청사·혁신도시 등으로 인한 비즈니스 수요도 꾸준히 증가했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은 티켓 부족 상황은 2028년은 되어야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철도의 봄’이 왔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적자는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글.박경훈 기자
(이데일리 건설부동산부)

KTX 이용률, 개통 이래 첫 100% 돌파

코레일에 따르면 지난해 KTX 이용률은 102.7%(공급 좌석 8,183만 1,000석)를 기록했다. 이는 코레일이 가진 KTX를 모두 운용해도 수요를 감당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KTX 이용률이 100%를 넘은 것은 2004년 개통 이래 처음이다.

KTX 이용률은 개통 첫해 63.0%에 불과했다 이후 70.4%(2005년), 75.2%(2006년), 74.8%(2007년) 등 꾸준히 오르던 KTX 이용률은 2011년에 90%(95.7%)를 넘었다. 이후 2016년 98.7%로 최고치를 찍었다. 하지만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이용률이 57.7%로 크게 떨어졌다. 이후 64.3%(2021년), 87.0%(2022년) 등 점진적으로 회복하다 지난해 말 그대로 수요가 폭발한 것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그간 눌렸던 관광 수요가 폭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부산·목포·여수·강릉 등 인기 관광지로 오가는 주말 티켓은 몇 주 전에 예매하지 않으면 자리를 잡기 어려운 것이 이미 오래전 이야기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중소 도시와 농어촌을 중심으로 시외·고속버스 터미널이 잇따라 문을 닫은 것도 철도에 더 많은 수요를 밀어 넣는 원인이 됐다. 실제 국토교통부와 전국고속버스운송사업조합에 따르면 지난해 시외버스 이용객은 8,600만 명, 고속버스는 3,000만 명으로 2019년보다 각각 42%, 30% 떨어졌다.

여기에 비즈니스 수요도 큰 폭으로 오른 것으로 분석된다. 경부선과 호남선의 분기역이자 출장 수요가 많은 정부세종청사를 향하기 위해 반드시 들러야 하는 오송역의 지난해 이용객은 처음으로 1,000만 명을 넘어서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오송역 이용객은 2016년 500만 명을 처음으로 넘은 뒤 658만 4,381명(2017년), 764만 9,473명(2018년), 862만 2,455명(2019년)을 기록했다. 오송역 역시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622만 6,095명(2020년), 727만 9,814명(2021년)으로 줄었지만 이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철도의 봄’이라 불릴 정도로 이용객이 급증하고 있지만 더 늘릴 열차도, 열차가 달릴 선로도 없는 상황은 안타까운 점이다. 코레일이 보유한 KTX는 올해 5월 최신식 열차인 KTX-청룡 2편성을 추가해 현재 106편성이다. 지난 2004년 46편성으로 시작한 KTX는 2010년 경부고속선 2단계 등 KTX-산천 24편성이 추가되며 70편성으로 늘었다. 이후 2015년 92편성으로 늘었지만 2016년, SR(수서발 고속철도)에 22편성을 임대하며 다시 70편성으로 줄었다. 이후 2017년, 평창동계올림픽을 대비해 강릉선이 개통하며 85편성으로 늘었다. 이후 2020년 중앙선 개통 등 KTX-이음 19편성이 추가되며 104편성으로 늘었다.

수요 폭발에도 코레일 적자는 여전

문제는 숫자상으로 2배 이상 편성 수가 늘었지만, 이는 추가 노선 개통에 따른 결과일 뿐. 현재같이 인기 노선의 수요를 받아주기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당장 열차를 대량으로 공급한다 해도 달릴 선로가 부족한 것도 한계다. 가장 큰 원인은 평택~오송 선로의 과부하다.

현재 서울·용산역과 수서역을 출발한 KTX와 SRT는 평택 부근에서 만나며, 반대로 부산과 목포를 떠난 열차는 오송에서 합류한다. 이로 인해 평택~오송 구간은 선로용량 포화상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해 2복선화(평택~오송 구간 지하에 46.9㎞ 고속철도를 추가로 신설) 공사를 시작했다.

5년간 3조 2,000억 원이 투입되는 해당 공사는 오는 2028년 개통 예정이다. 철도가 개통되면 고속열차 운행량을 기존의 2배까지 늘릴 수 있다. 완공 후 선로용량은 기존 1일 190회에서 380회까지 늘어나며, 운행 횟수 역시 하루 176회에서 262회까지 대폭 증가할 전망이다. 철도는 국내 최초로 세계 최고 수준인 400㎞/h급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설계된다. 현재 운영 중인 고속철도는 300㎞/h급이다. 코레일은 이에 맞춰 2027년 말부터 2028년까지 KTX-청룡 31편성을 추가 도입할 계획이다.

안타까운 점은 이와 같은 철도 수요 폭발에도 운영사인 코레일의 적자는 여전하다는 것이다. 공공기관 경영정보평가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코레일의 영업 적자는 4,415억 3,600만 원(매출액 6조 3,729억 8,500만 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 대유행이던 2020년 무려 1조 2,113억 7,200만 원(매출액 4조 9,586억 700만 원)의 영업 적자를 기록했던 것에 비교하면 괄목할 수준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근본적으로 코레일 실적을 흑자로 만들기는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문제다. 앞서 역대 최대 매출액을 찍었던 2019년(6조 4,013억 9,600만 원)에도 코레일은 1,083억 400만 원의 영업 적자를 기록했을 정도다.

업계에서는 영업 흑자의 어려운 가장 큰 이유로 13년째 동결 상태인 운임(요금)을 든다. 실제 2004년 첫 개통 당시 서울~부산 간 KTX 운임은 4만 5,000원이었으나, 2011년 5만 9,800원으로 33% 오른 후 그대로다. 이를 일본 신칸센 요금으로 치환하면 서울-부산(384.2㎞) 거리는 약 13만 원으로 KTX의 2배나 된다. 그 사이 짜장면값도 평균 3,222원에서 6,361원으로 2배 가까이 올랐다. 이에 더해 적자를 가중하는 무궁화호와 같은 비수익 일반 열차 노선을 끌고 가는 것도 부담이다. 문제는 그렇다고 현재 있던 버스터미널도 없어지는 지방 현실에서 무턱대고 철도까지 줄이기는 어려운 현실이다. 이 때문에 코레일에서는 지자체가 철도 운영비를 보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품질 공공서비스 유지 위해선···

코레일의 미래는 역설적으로 여객운송 그 자체가 아닌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과 같은 부동산 개발에 달렸다. 현재 코레일의 부채는 약 20조 원(현재 240% 수준)으로, 최악의 경우 민영화로 전환해도 쉽게 갚기 힘든 액수다. 이 때문에 코레일은 서울 시내에 더 이상 이용하지 않는 알짜부지를 개발해 이에 대한 수익으로 부채비율을 크게 낮춘다는 계획이다.

당장 단군 이래 최대 개발사업으로 불리는 용산 개발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부채비율은 160%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코레일은 이번 개발 대상 부지(약 49만 5000㎡)의 72%를 소유하고 있다. 이밖에 서울역 북부, 수색역, 광운대역, 대전역 역세권 개발 등도 추진 중이다. 다만, 우리나라 법 체계상 코레일이 이 땅에 수익용 부동산을 직접 운영하기는 어려워 일회성 수익이라는 게 한계점으로 꼽힌다. 일본은 상당수 철도기업이 민자 형태로 운영 중이다. 이들 철도회사는 부동산 개발을 통해 호텔, 백화점, 쇼핑몰 등 장기적 수익사업을 올리고 있다.

전 세계 어느 나라를 돌아봐도 우리나라처럼 저렴한 가격에 훌륭한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철도 시스템은 단언컨대 없다는 데 동의할 것이다. 이 같은 고품질의 공공철도를 민영화 논란 없이 계속해 끌고 가기 위해서는 결국 우리 모두가 코레일의 경영 정상화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하지 않을까. 진정한 ‘철도의 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