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의 시한폭탄 ‘메탄’
북극해에서 터질까
지구온난화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면서 전 세계가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 방출을 규제하려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이산화탄소보다 온난화 효과가 80배나 되는 온실가스가 있다. 바로 메탄이다. 최근 과학자들이 북극해에서 메탄이 대량으로 방출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기후변화의 시한폭탄이 작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구온난화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면서 전 세계가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 방출을 규제하려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이산화탄소보다 온난화 효과가 80배나 되는 온실가스가 있다. 바로 메탄이다. 최근 과학자들이 북극해에서 메탄이 대량으로 방출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기후변화의 시한폭탄이 작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글.이영완 과학에디터
(조선비즈, KAIST 미래전략대학원 교수)
탄소 원자 하나와 수소 네 개가 결합한 분자인 메탄은 지난 2021년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6차 보고서에서 지목한 대표적인 온실가스이다. 이산화탄소에 비해 방출량은 200분의 1에
불과하지만, 열을 붙잡아 온난화를 유발하는 효과는 20년 이상 80배나 된다. 소 네 마리가 방귀나 트림으로 방출하는 메탄의 온난화 효과는 자동차 1대가 내뿜는 배기가스에 맞먹는 것으로 추산될 정도다.
러시아 과학연구선인 아카데믹 켈디시호 연구진은 지난 2020년 10월 “북극해 탐사에서 대륙붕(大陸棚)에 갇혀 있던 메탄이 대량으로 방출되기 시작한 것을 확인했다.”라고 밝혔다. 대륙붕은 수심이 35~240m인
대륙의 연장 부분으로, 해수면의 상승과 파도의 침식 작용으로 운반된 퇴적물이 쌓여서 만들어진 지형이다. 이 퇴적물이 분해되면서 방출된 메탄은 그동안 북극해의 대륙붕에 언 채로 갇혀 있었다. 아카데믹 켈디시호 연구진은
길이 150㎞ 폭 10㎞ 대륙붕의 관측 지점 여섯 곳에서 메탄이 방출되면서 퇴적층 주변에 거품 구름이 만들어진 것을 관측했다. 수심 300m의 랍테프해의 관측 지점에서는 1리터당 1,600나노몰(1나노는 10억분의
1) 농도로 메탄이 검출됐는데, 이는 바다와 대기가 안정 상태일 때보다 400배나 높은 수치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아카데믹 칼데시호의 수석과학자인 러시아 과학원 이고르 세미레토프 박사는 당시 “메탄 방출은 이전보다 상당히 큰 규모” 라며 “이제 기후에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새로운 장이 열렸다.”라고 밝혔다.
과학자들은 북극해 아래에 얼어 있는 메탄을 ‘탄소 순환의 잠자고 있는 거인’이라고 부른다. 깨어나면 온난화를 폭발적으로 일으킬 괴물이라는 의미다. 앞서 미국 지질조사국은 기후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네 가지 요인
중 하나로 북극해의 메탄 등 수화물의 불안정화를 꼽았다. 북극해의 메탄 불안정은 북극 동쪽에서 따뜻한 대서양 해류가 유입됐기 때문이라고 본다. 북극해의 ‘대서양화’는 물론 인간이 유발한 기후 변동이 촉발했다. 당시
시베리아의 1~6월 평균 기온은 이전보다 섭씨 5도가 높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간에 의해 이전보다 이산화탄소와 메탄이 600배나 더 방출된 결과로 해석됐다.
연구진은 랍테프해와 동시베리아해의 수심이 낮은 곳에서 메탄 거품이 방출되면서 분화구 형태의 자국을 형성한 것도 발견했다. 이는 앞서 내륙의 시베리아의 영구동토층(永久凍土層)에서 발견된 싱크홀(Sink hole,
땅꺼짐)과 유사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영구동토층은 1년 내내 얼어 있는 퇴적층이다. 온난화로 시베리아의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곳곳에서 메탄이 뿜어져 나와 땅이 꺼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국내 연구진도 북극해 대륙붕에서 메탄가스가 분출되는 현장을 발견했다. 극지연구소는 지난해 10월 국내 유일의 쇄빙연구선인 아라온호 탐사에서 홍종국 박사 연구진이 북극 동시베리아해 바닥에서 폭 10m 정도의 메탄가스
원형 방출구를 10개 이상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해저면에서 반사되는 음파를 기록하는 수중 영상촬영 장비를 이용해 수심 50m에 있는 대륙붕을 탐사했다. 가장 큰 메탄가스 방출구는 폭이 15m나 됐다. 이
메탄가스 방출구는 북극해 대륙붕에 있는 영구동토층이 녹고 메탄가스가 해저에서 빠져나가는 과정에서 생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육지와 바다에 이어 얼음 아래에서도 또 다른 시한폭탄이 발견됐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와 노르웨이 스발바르대 공동 연구진은 2023년 국제 학술지 ‘네이처 지구과학’에 북극 빙하가 녹으면서 드러난 지하수 샘에서 메탄이 대량 방출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과학자들은 그간 북극 얼음이 녹으면 영구동토층 내 메탄이 대량 방출돼 온난화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우려했으나, 이들 지역 지하수 샘을 메탄의 잠재적 배출원으로 간주하지는 않았다.
연구진은 북극 평균보다 기온이 두 배나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노르웨이 스발바르 지역에 있는 지하수 샘 100여 개의 수질 화학을 3년 넘게 관찰했다. 샘물 분석 결과 스발바르 지역 지하수 샘에서는 메탄 함량이 매우
높은 물들이 배출되고 있으며, 연간 메탄 배출량은 2,000t이 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이 정도 메탄 배출량은 노르웨이의 석유·가스 에너지산업에서 연간 배출되는 메탄양의 10%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케임브리지대 알렉산드라 터친 교수는 “온난화로 인한 메탄 배출 연구는 영구동토층에 집중됐는데 이번 연구는 또 다른 주요 메탄 배출원이 있음을 알려준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