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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로 차단된 주택시장,
‘출구전략’ 있을까

글. 문성일 편집국장(머니S)

말 그대로 무섭게 달려왔다. 아파트값 얘기다. 가격 상승의 진앙지로 지적돼 온 서울 강남만이 아니다. 강남을 추종하는 지역들도 급등세를 이어왔다. ‘풍선효과’라는 고상한 표현을 쓰지만, 실제론 “아파트로 돈 좀 벌어보자”는 심리가 만연하면서 정부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던 곳들까지 초단기 상승세가 이어졌다. 지금도 정부 규제가 닿지 않는 곳에선 단기 차액을 노리는 사재기가 벌어지고 있고 상대적으로 수입이 적은 20~30대까지도 이 같은 행렬에 가담하고 있다.

불과 3년 안팎의 기간 만에 적게는 50%에서 많게는 배 이상 단기 급등했다. 십수 년 전 우스갯소리로 했던 “자고 일어나면 1억 원씩 오른다”는 말이 현실화된 것이다. 기간과 상승 폭을 감안할 때 이쯤 되면 적어도 한국 땅에서 주택시장은 더 이상 ‘마켓’이라고 볼 수 없다. 그저 매매라는 경제적 용어의 틀에서 욕심의 주머니를 채우는 행위적 수단에 불과한 것이다. 관련 업을 하는 이들을 폄하하려는 의도는 결코 아니지만, 주택은 시장이 아니라 한마디로 엿장수 마음대로의 장이다.

이러는 사이 급등세의 강남은 ‘그들만의 리그’를 더욱 공고히 했다. 기존 강남 거주자뿐 아니라 전국의 현금 부자들과 중국인, 동남아, 유럽(교포로 추정)에서까지 자금이 몰려들며 강남은 한마디로 ‘글로벌 투기장’이 됐다. 부동산 중개업소에 내걸린 호가 만을 보면 자수성가하거나 로또복권에 당첨되지 않는 한 이 땅의 젊은이들에게 강남 입성은 요원한 일이 됐다. 돈 있는 부모로부터 불법적인 증여가 만연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2016년 3월 15억 원 → 2020년 1월 34억 원

그렇다면 강남의 아파트들은 얼마나 올랐을까.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1단지’ 125㎡(B타입)의 2016년 3월 신고된 매매 거래가격은 15억 5,800만 원. 3.3㎡로 환산하면 4,120만 원 선이다. 이 주택형의 거래가격은 2017년 10월 21억 원을 찍은 후 2019년 8월 28억원을 넘어서더니 2020년 1월 34억 원에 신고됐다. 3.3㎡ 8,992만 원으로, 3년 10개월 만에 118% 뛴 셈이다. 이 같은 급등세로 이 아파트는 강남에서 가장 주목받는 단지 중 한 곳으로 각인됐다.

강남구엔 또 한 곳의 주목을 끄는 단지가 있다. 개포동 ‘래미안블레스티지’다. 개포주공2단지를 재건축한 이 아파트는 67~249㎡ 1,957가구(공공임대 112가구) 규모로 2019년 2월 준공과 동시에 압도적인 가격으로 손바뀜이 이뤄졌다. 이 아파트 80㎡(B-1타입)의 2020년 1월 실거래 신고가액은 18억 8,000만 원으로, 3.3㎡당 7,768만 원이다. 2016년 분양 당시 3.3㎡당 4,200만~4,300만 원 선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80% 가량 뛴 셈이다.

3.3㎡ 실거래가 1억 원 턱밑까지

3.3㎡당 가격으로 보면 더욱 놀라운 곳도 있다.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80㎡(A타입)는 2019년 12월 24억 원에 실거래 신고됐다. 3.3㎡로 환산하면 9,917만 원에 이른다. 결국 가짜뉴스로 드러났지만 2년전 한 경제매체의 허위 보도로 시장을 놀라게 했던 ‘3.3㎡당 1억 원’이 실제 목전에까지 이른 것이다. 이 아파트 해당 주택형의 2016년 11월 3.3㎡당 거래가격이 5,082만 원(총 12억 3,000만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37개월 만에 95% 급등한 셈이다.

‘아크로리버파크’가 위치한 구반포 일대는 2009년 7월 입주한 ‘래미안퍼스티지’를 비롯해 시공사 선정을 앞둔 반포주공1단지(3주구) 등이 3.3㎡당 8,000만 원대 중후반에서 9,000만 원대에 거래될 정도로 강남권에서도 가장 비싼 곳이다. 3.3㎡당 가격으로만 따지면 삼성동 ‘아이파크 삼성’이나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등을 넘어섰다.

‘12·16대책’ 이후… 뚜렷한 고가주택 거래 단절

이런 가운데 ‘주택시장 안정화’를 목적으로 지난해 말 정부가 내놓은 12·16대책 이후 몇 가지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가장 뚜렷한 변화는 고가주택 거래가 크게 줄었다는 점이다.

서울 아파트 실거래 월별 호(가구)당 평균가격 (단위:만 원)
구분 2019년 2020년
8월 9월 10월 11월 12월 1월 2월
평균가격 86,158 90,720 91,267 91,963 87,172 71,127 68,142
*자료 : 직방(2020년 2월 16일)

직방에 따르면 서울시 내 아파트 거래 물량의 호(가구)당 평균 가격은 지난해 11월 9억 1,963만 원을 기록하며 정점을 찍었다. 이후 대책이 나온 12월 호당 평균 거래가격은 8억 7,172만 원으로 5.2% 하락했다. 올 들어서도 1월 7억1,127만 원(-18.4%)에 이어 2월(16일 기준)엔 6억 8,142만 원(-4.2%)까지 떨어졌다. 채 넉달도 안 돼 25.9%나 빠진 셈이다.

서울 강남3구 소재 주택 매입자 거주지별 현황 (단위:건)
구분 2019년 2020년
8월 9월 10월 11월 12월 1월
서울 월 거래량 13,960 11,483 14,393 15,032 18,298 17,545
해당 자치구 5,843 4,249 5,488 6,071 6,791 6,135
서울 5,482 5,292 6,214 5,960 7,142 7,616
다른 지역 2,635 1,942 2,691 3,001 4,365 3,794
서초 월 거래량 1,263 571 574 618 767 657
해당 자치구 496 211 157 268 327 215
서울 503 286 326 225 269 342
다른 지역 264 74 91 125 171 100
강남 월 거래량 802 518 595 985 1,071 520
해당 자치구 324 205 246 382 427 227
서울 304 175 213 421 390 158
다른 지역 174 138 136 182 254 135
송파 월 거래량 1,827 525 1,300 870 1,178 890
해당 자치구 662 209 434 344 432 403
서울 738 161 658 294 403 256
다른 지역 427 155 208 232 343 231

전체적인 주택 거래량도 줄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1월 한 달간 서울시 내 주택 거래량은 1만 7,545건으로 대책이 나온 전달(1만8,298건)보다 4.1% 감소했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의 주택 거래 감소 폭은 이보다 훨씬 크다. 강남구의 지난 1월 주택 거래량은 한 달 전(1,071건)에 비해 51.4% 급감한 520건에 그쳤다. 서초구와 송파구도 같은 기간 각각 –14.3%(767건→657건), -24.4%(1,178건→890건)를 기록했다.

외지인들의 강남 아파트 사재기도 감소했다. 서울시 내 전체적으론 올 1월 외지인의 주택 거래 건수는 전달(4,365건)보다 13.1% 줄어든 3,794건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강남구(-46.9%) 서초구(-41.5%) 송파구(-32.7%) 등 강남 3구에 소재한 주택을 사들인 외지인 수는 전달보다 30~40%나 급감했다.

‘메뚜기떼’ 여전… 불법증여에 소득 조작까지,
절세요령도 상당수 불법 소지

정부의 잇따른 고강도 대책에도 소위 ‘누르는 곳’을 피해 메뚜기떼처럼 옮겨 다니는 투기 세력은 여전하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잇따라 내놓은 대책들은 강도가 결코 약하지 않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12·16대책’은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줄여 자기 자금 없이 진입하려는 투기적 대출수요를 억제하고 자금조달계획과 함께 객관적 증빙자료 제출을 의무화하는 등 주로 고가주택에 규제의 포커스가 맞춰졌다. 여기엔 불법 증여를 근본적으로 차단하려는 의도도 포함돼 있다. 실제 주택 매매는 물론 전세 거래에도 정상적으로 세금을 내지 않은 증여자금들이 유입돼 온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최근 몇 년 동안엔 이 같은 불법 행위들이 더욱 만연해 왔다는 게 정부 당국의 판단이다.

예컨대 15억 원짜리 강남 아파트를 구매할 때 구입자금 전액을 부모 등 가족으로부터 증여를 받았다면 3억9,060만 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즉 18억 9,060만 원이 드는 셈이다. 그만큼 집값이 오르지 않는다면 원금확보가 안 되는 것으로, 불법 증여란 탈세의 유혹이 생기는 이유가 된다.

이 같은 조치에도 숨바꼭질 식의 반응이 이어지자 정부는 ‘2·20대책’ 카드를 추가로 꺼내 들었다. 특히 국토교통부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과 함께 검찰, 경찰은 물론 국세청,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까지 동원한 ‘부동산시장불법행위대응반’이 눈길을 끈다. 대응반은 부동산 실거래와 자금조달계획서 조사를 총괄하고 부동산 관련 범죄행위 수사와 함께 불법행위 정보 수집·분석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실거래 조사지역도 서울뿐 아니라 전국으로 확대하고 9억 원 이상 고가주택의 실거래에 대해선 별도의 전담팀이 가동된다. 분양권 불법전매나 위장전입은 물론, 자금계획 제출 때 소득을 조작하는 행위도 철저히 검수해 낸다는 게 정부의 의지다. 특히 유튜버를 포함, 전문가를 표방한 이들이 전하는 내용 중 확인되지 않은 호재나 절세요령도 상당수 불법 소지가 있다고 정부는 판단한다.

쪼그라든 ‘판로’, 매도 우위에서 매수 우위로…
막혀버린 ‘출구전략’

이 같은 일련의 조치들과 이후 전개되는 상황을 감안할 때 적어도 지금은 다주택자들에겐 ‘출구전략’이 필요한 때다. 급상승 랠리의 주체를 따지기에 앞서 이전까지 주택시장에선 공급이 수요를 앞서는 ‘매도 우위’가 형성돼 있었다. 하지만 대출 규제에 자금출처조사를 통한 불법증여 차단, 담합행위 수사, 기획부동산 사기행위 근절 등을 중심으로 한 정부의 규제에 따라 ‘매수 우위’로 흐름이 바뀌었다.

다시 말해 이전까지만 해도 공급보다 수요가 많아 판로가 확실한 만큼 아파트를 매집해 높은 웃돈을 붙여 되팔 수 있는 환경이었다면 현재는 보유 물건을 되팔아 차익 실현에 나서고 싶어도 처분이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이는 호가를 낮춘 매물이 속속 등장하는 모습에서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다주택자들은 더욱 심각해질 가능성이 높다. 집 한 채로 대출이나 소위 ‘갭투자’를 통해 여러 채의 아파트를 구매하고 차익을 노렸던 다주택자들은 막힌 수요로 인해 울타리에 갇힐 수 있다. 거래 차단은 가격 하락을 동반하는 만큼 다주택자 입장에서의 최악이 현실화될 수도 있다. 비정상적 가격 구조를 정상화시키고 실수요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정부 당국 입장에선 ‘신의 한 수’가 되는 셈이다. 물론 상황은 더 지켜봐야 한다.

그런데도 대출 제한, 불법증여 차단, 종합부동산세율 인상, 양도소득세 중과 등의 규제 속에서 안정과 조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정부가 사실상 다주택자의 처분 종료 시점으로 규정한 5월 중순 이후보다 강도 높은 규제가 추가될 공산이 있다. 버틸 여력이 있다면 ‘힘겨루기’를 할 수도 있다. 집값 하락이 경기 전반에 악영향을 줄 것이란 엄포도 있지만, 결국 실현하지 않은 개인의 자산가치 하락에 그칠 것이란 지적도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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