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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민원인 가난한 민원인

유상선/시흥시청 민원지적과

몇 달전 로버트 기요사키와 샤론 레흐트가 쓴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라는 책이 베스트셀러로 장기집권(?)하던 때가 있었다.
그 책은 부자와 가난한 사람간의 “돈”에 대한 가치관과 사용방법에 현저하게 차이가 있음으로 “돈”(부)을 버는 방법과 액수가 다를 수 밖에 없다고 일러준다.
이러한 책을 접할 때면 과연 부자들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얼마만큼의 돈을 가지고 있을까? 그리고 그 재산관리는 어떻게 할까? 라는 의문이 생기곤 한다.
나는 우라나라에서 20억원 이상의 재산을 가지고 있으면 굉장한 부자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이 정도의 재산이 있으면 다른 누군가에게 아쉬운 부탁 같은 것은 하지 않으리라 생각하고 있다.

나는 지자체의 지적직 공무원으로 지금은 “개별공시지가”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그 전에는 토지의 이동(토지의 분할,합병,지목변경등)에 대한 업무, 부동산중개업소 관리업무등 주로 부동산에 관련된 업무를 주로 했으니 땅을 가진 사람들과 한 두 번 만난 것이 아니다
땅 자체가 우리나라 사람이 제일 중요하게 여기는 재산목록인 만큼 여기에 얽힌 재산관리 방법도 천차만별이다.
한번은 올해 5월쯤 해서 나이가 꽤 많으신 어르신 한분이 나를 찾아 오셔서
“자네가 유 주사야?”라고 물으시길래
무의식적으로 “예”라고 대답을 하면서
“어떻게 오셨습니까?”라고 여쭈어 보았다.
그러자 그 분은 자리에 앉자고 하시면서 대뜸 “ 자네 ㅇㅇ 학교 나왔지?”라고 하시며 내 과거(?)를
꽤 자세히 알고 오셨고 나의 출신 학교와 관련된 주변 인물들까지 거론하시면서 이 얘기 저 얘기 하기 시작하셨다.
사적인 애기를 잠깐 하시더니. 그 어르신은 본론을 말하시 시작하셨다.
“내 땅이 ㅇㅇ동에 쬐금 있는데 이번에 개별공시지가가 얼마로 결정될지 알 수 있어?”
“아직 산정하고 있는 중이라 알 수 없는데 무슨 일 때문에 그러세요?”
“아니 그냥.........”
“저 가지고 계신 땅 번지가 어떻게 되세요?”
“음... ㅇㅇ동 △△번지야”
나는 현황도를 보면서 이쯤이 맞는냐고 물으면서 어르신이 가지고 계신 땅 위치를 확인했다 그런데 이런! 그 쬐금 이라는 땅이 몇 필지를 합쳐 자그만치 이천평 정도가 되는 것이었고. 현재 거래되는 시세로만 봐도 20억원은 족히 넘을 가격이었다.
땅의 위치를 확인하고 나서 그 어른신은 나에게 또 물으신다.
“유 주사 올해 공시지가좀 낮게 해줄 수 있지?”
“도대체 왜 지가를 낮게 하셔야 하는데요?”
“얘기 하기는 좀 그렇고 지가를 좀 낮게 해줄 수 있어? 작년 수준으로 말이야..”
“아이 참 어르신도 이것(도면)좀 보세요 상황이 작년하고 너무 많이 달라지는데 어떻게 작년 수준으로 지가를 산정할 수 있겠어요? 그렇게는 않돼요.”
“허 알만한 사람이 왜 그래, 내가 다 얘기 해 놓을 테니까. 유 주사는 내 말만 들으면 돼 알았지? 그럼 나 감세”
난 그냥 그분 뒷 모습에 안녕히 가시라는 인사만 드렸다
며칠 후 그 분이 또 오셨다. 그 때보다 더 친근한 모습으로..
“유 주사 잘 있었지 어떻게 일은 잘 되가나?”
“예 그 동안 건강 하셨어요”
“유 주사가 일만 잘해 주면 나야 건강하지 실은 내가 올해 70이야 이제 내 갈곳을 준비하고 있어 그래서 저번에 얘기한 것 있잖아 ㅇㅇ동 땅 말이야, 그거 자식놈한테 넘겨 놓으려구 그래 근데 세금이 보통많이 나와야지 지가가 오르지 않으면 세금이 적게 나오지 않겠어?”
나는 그분과 말씀을 하는 도중 그 분이 증여에 따른 세금 때문에 이러신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세금은 가지고 계신 재산가치에 비해서 얼마 크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세금을 적게 내려고 지가를 전년도와 동일하게 해야겠다는 이 어르신의 생각... 이 분은 나에게 보여준 부동산만 해도 20억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그런데 그것을 자식에게 주는 부분에 대해 국가에 내는 세금이 아까 우셨던 것이다. 그 때 시점으로 보면 올해 개별공시지가는 별 상관이 없었지만...
그 후 그 어르신에게 다양한 부분으로 납득할 만한 설명을 드렸고 그 분은 당신이 알고 계신 세무사에게 확인을 하겠다고 하시면서 나가셨다.
이 일을 가지고 우리는 한가지 결론을 내렸다
“있는 사람이 더 무섭네”

이런 일은 흔하다. 특히 보유하고 있는 토지의 양이 많을수록 더욱 그렇다.
얼마 전에 개별공시지가 이의신청기간이 지났다. 전년에 비해 몇 배가 넘는 이의신청이 접수되었고
그 중에는 한 사람이 여러 필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다수이다.
부자 민원인 입장에서보면 가지고 있는 재산이 많은 만큼 보유세가 부담이 되는 모양이다. 이의신청을 해도 아주 강력한 방법(약간은 거만한 모습으로, 자기 목소리는 남이 들었을때 이기고 있다고 보여질 만큼 큰 소리로)으로 하며 우리가 하는 말은 이해가 되도 수긍하지는 않는다. 참 무서운 생각이 들 때가 많다.
반면에 토지를 새로이 구입해서 처음 「개별공시지가 결정통지문」이라는 것을 받아본 사람은 참 유순하게 보인다. 이게 무엇이냐고 묻고 작년과 비교해서 가격이 이렇게 차이가 나는 것이냐, 그럼 우리땅
가지가 이만큼 높아진 것 아니냐? 라고 물으신다. 그리고 우리가 설명을 해 드리면 이해하고 또 이런일 하느라고 힘들거라고, 굉장한 일 하신다하며 수고하라고 하시면서 간다. 우리는 이럴 때 참 많은 보람을 느끼게 된다(“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라는 책의 제목처럼)

나는 이런 일들을 겪으면서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라는 책의 제목을 떠올렸고 꼭 부자 아빠가 되려는 것만이 좋은 것은 아닐 거라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과연 왜 부자가 되려는 것일까?
영화 “두사부일체(두목과 스승과 부모는 같다라는 의미이며 코미디 영화임)”를 보면 여고생들이 싸움을 해 교무실에 불려간다. 그 중 부자집 아이들은 교실로 돌려 보내지고 가난한 집 아이들은 선생님에게 머리며 신체에 체벌이 심하게 가해지며 인격적으로도 모독하는 장면이 있다. 단지 영화에 나오는 장면이라고 웃어넘길 수 도 있지만 우리가 생활하는 사회에서도 버젓이 벌어지는 일이란 것을 간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렇게 나와 내 가족만을 위해,
나를 과시하며 내가 돈이 많은 특권층으로서의 권리만을 누리고자 부자가 되려고 한다면 무언가 잘못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뜻하는 말로. 초기 로마시대에 왕과 귀족들이 보여 준
투철한 도덕의식과 솔선수범하는 공공정신에서 비롯된「노블리스 오블리제」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자금의 시대에 높은 사회적 신분이라는 말 자체가 있을 수 없는 말이겠지만 자기가 가진 것이 많고 또 사회적 신분이 높다면 그만큼의 의무도 따라가는 것을 사람들은 왜 거부하는 것일까?
단지 특권만을 누리려고 하고 의무는 무시해 버리면 이 사회는 누가 이끌 것인가?
일선에서 일하면서 부자 민원인과 가난한 민원인의 차이를 너무 많이 느껴서인지 왠지 부자 민원인에 대한 나의 생각이 부정적으로 각인 되어가는 것을 피할 수가 없어진다.
내가 부자가 아닌 사람이기에 너무 편향적인 생각을 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