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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보상 합리적 해법을
박준환/헤럴드경제 생활경제부 부동산팀
신도시건설, 국민임대주택단지건설 등을 둘러싸고 해당 지역 주민들과 정부의 논란이 접점을 찾지 못한 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주민들은 신도시건설 백지화, 보상가 현실화 등을 요구하며 집단반발하고 있지만 관계당국은 이를 높은 보상가나 추가 혜택을 노린 집단이기주의로 치부함으로써 줄다리기는 그야말로 팽팽하게 계속되고 있다. 법치국가에서 제도나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한번 예외를 인정하다보면 또 예외를 낳고 다시 예외를 양산하는 악순환이 이어져 ‘법치’라는 기능을 마비시킨다.
이와 더불어 국민들의 재산권도 마땅히 보호돼야 한다. 최근 정부가 김포, 파주 신도시건설과 전국 16개 국민임대주택단지 건설사업을 추진하면서 불거져 나온 주민들과의 갈등은 이미 예견됐다. 이 같은 정부의 주택정책이 체질을 강화해 잔병을 예방하려는 보약처방이 아니라 튀어 오르면 두들기는 두더지게임을 하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부동산 투기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애용해 온 ‘깜짝 쇼’를 다시 한번 유감없이 보여 준 셈이다.
◇ 신도시예정 주민들, 백지화 요구
신도시건설 예정지인 파주 교하읍 목동리의 경우 지난 2000년 6월 택지개발지구로 지정돼 벌써 민간개발방식으로 사업이 추진되고 있었다. 대부분의 토지주들은 토지를 매매해 중도금까지 교부받은 상태에서 느닷없이 이 지역이 공영방식에 의한 신도시 건설예정지로 지정됨으로써 혼란에 빠졌다. 주민들은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정부의 신도시계획 자체를 백지화하고 파주시가 당초 추진했던 도시개발계획대로 민간개발로 추진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건설사와 계약상 분쟁을 방지해 주민피해를 줄여 줄 것을 요구하는 내용의 진정서를 청와대와 건설교통부, 파주시 등에 제출하기도 했다. 특히 주민들은 요구사항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집단소송도 불사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소유토지, 종중땅 등을 건설업체에 매각해 계약금과 중도금을 받아 농지 및 종중묘역 등 대체토지 매입계약을 체결한 주민들은 계약불이행으로 약정에 따라 계약금 배상반환도 피할 수 없다.민간개발에 의한 방식보다 보상가가 낮을 경우 대토비 매입지급액이 부족해 피해가 우려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책위는 정부의 부동산억제대책도 좋지만 사전에 아무런 협의도 없이 주민의 생존권과 직결된 사유재산권 행사를 제한하는 행위는 수용할 수 없다고 항변하고 있다.
목동리 인근 주민들도 지난 2001년 6월 파주도시계획 재정비를 통해 도시지역으로 확정되면서 민간업체들과 최저 80만원서 200만원까지 토지매매 계약을 맺기도 했다.5개 민간업체는 이 일대 40여만평에 대한 계약금과 중도금으로 335억원을 이미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포도 다를 바 없다. 신도시 건설 반대 여론은 시간이 지나면서 장기리와 운양리, 김포2동 등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들은 토지보상 현실화를 요구하며 마을별로 신도시건설 반대대책위를 구성했다. 신도시건설 반대대책위들은 신도시가 시작되는 마을 입구에 현수막을 내걸고 시위를 벌이는 등 반발 수위를 높여 나가고 있으며 통장단의 집단사퇴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신도시 반대투쟁위는 쾌적한 주거공간을 조성하는 신도시 건설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수백만평의 농지를 수용해 신도시를 건설하면서 주민들의 의견은 단 한마디도 묻지 않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싼값에 토지를 강제로 수용한 뒤 몇 백배의 가격에 이를 되파는 것은 결국 정부가 땅장사에 나서며 투기를 조장하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 임대주택단지 주민들도 반발
정부가 추진중인 개발제한구역(GB)내 택지개발사업과 관련, 사업지구 주민들이 정부의 보상가 산정방침에 집단발발하고 나섰다. 시흥 능곡, 안산 신길 등 경기도내 11개 지역 주민들로 구성된 수도권택지개발예정지구대책연합회는 지난달 과천 정부청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정부가 보상가를 그린벨트수준으로 낮게 책정한데 대해 수용할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대책연합회는 건교부의 택지개발사업지구 지정이 아니었더라도 이들 지역은 자연스럽게 그린벨트가 해제돼 주거지역으로 변경될 부지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그린벨트가 해제되면 100∼120만원에 이르는 토지를 그린벨트수준(50∼80만원)으로 보상하는 것은 30년 동안 피해를 받아 온 주민들을 또 한번 울리는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주민들에 따르면 2001년 9월 정부의 20가구 이상 집단취락지구에 대한 그린벨트해제지침에 따라 안산, 시흥, 군포, 성남, 의왕, 부천 등지는 그린벨트해제가 추진중이었다. 실제로 안산, 시흥, 의왕, 부천 지역은 2002년 8월 이후 그린벨트우선 해제에 따른 지구단위계획이 수립된 지역으로 1종주거지역 등으로 변경될 계획이었다. 군포, 성남 또한 각각 지난해 10월과 12월 집단취락 우선해제 공람절차를 진행했다. 대책연합회는 이들 지역에 대한 그린벨트해제는 정부의 택지개발사업과 무관하게 진행되던 사안이기 때문에 적정한 보상을 해야 한다며 대규모 집회 등을 통해 이 같은 요구를 관철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행 관련법은 택지지구로 지정되면서 토지용도가 바뀌어 땅값이 오르더라도 보상가는 지정전을 기준으로 보상하도록 돼 있다. 다만 택지지구 지정과 상관없이 부지 용도가 바뀌었다면 새 용도에 맞는 보상을 해주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들 지역이 택지개발사업지구로 지정되면서 그린벨트가 해제됐기 때문에 지구지정 이전 즉 그린벨트 수준가로 보상한다는 입장이다.
◇ 머리 맞댄 해결책 아쉬워
재산권에 대한 보상은 적정하게 이뤄져야 한다. 소수 집단이 지나치게 손해를 보거나 이득을 챙겨서도 안된다. 정책이 ‘무소불위’가 되고 당국의 권력이 ‘남용’되서도 안된다. 최근 신도시, 임대주택단지 건설사업과 관련하여 당국과 사업주체, 감정평가기관 등이 대책수립에 나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기왕이면 이해당사자까지 포함됐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대화와 타협을 통한 이해와 설득으로 합리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는 모습을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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