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인생, 부드러운 세상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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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감정평가사인 박봉현님을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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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의 날씨치고는 햇볕이 강렬했던 오후 서초동 한 카페에서 감정평가사이면서 소설가인 박봉현님을 만났다. 커피한잔의 여유로 더위를 식힌 그는 지난날을 회상하듯 감정평가사보다는 소설가 박봉현으로서 인터뷰에 응해주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가 말하는 삶을 통해 소설가이며 수필가로서의 그의 문학관을 나름대로 엿 볼 수 있었다. 글을 쓰게된 특별한 동기는 없다고 첫 말문을 연 그는 그저 좋아서 글을 쓰지만 글을 통해서, 특히 소설을 통해서 현실에서 이룰 수 없는, 꿈, 환상 같은 것들을 표현해낼 수 있다는 게 이유라면 이유라고 했다. 보고 듣고, 생각하고 느끼는 모든 것들이 소설 속 주인공의 말이나 행동으로 표현될 때 쾌감을 맛본다는 것이다.
전남 나주가 고향인 그는 6남매 중 차남으로 태어났다. 대부분 가난하고 어렵던 1950년대니까 그만 특별히 어렵고 가난했던 게 아니었는데도 감수성이 예민하고 생각이 많았던 그로서는 그런 어려움, 가난을 쉽게 삭이지 못하고 마음을 많이 다쳤던 듯하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당시에 보고 듣고 느꼈던 많은 것들이 세상을 살아나가는 데 밑거름이 되고 글 쓰기의 바탕이 되고있음을 어쩔 수 없이 인정할 수밖에 없군요.”하고 그는 말한다.
중학교를 광주로, 고등학교는 부산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그는 유난히 책읽기를 좋아했고, 그 때 그 때 생각나는 대로 뭔가를 끼적거렸다. 이런 습작들을 통한 글 쓰기 경력이 쌓이면서 결국은 소설을 쓰기 시작하게 된 것이다. 그는 지금도 일주일에 서너 권의 책을 읽는단다. 특히 소설을.
소설가로서 특별히 추구하는 장르가 있는가에 대해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특별히 장르라고 이름 붙인다 기보다는 소설 속의 여러 인간 군상들을 통해서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 또, 다양한 심리, 행동들을 깊이 있게 천착함으로써 세상을 살아나가는 모든 사람들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뭐만 옳고 그 외는 그르다거나, 나만, 내가 하는 것은 옳고 너는, 네가 하는 것은 그르다라는 사고에서 벗어날 수 있게되기를 바란다. 세상일들이, 어떤 옳은 것에 완전히 상반되는 게 그것 또한 옳은 경우는 얼마든지 있지 않은가? 삶 속에서 하찮은 것이라도 자기만 옳다고 생각하는 그 사고방식 자체가 옳지 않은 것이다. 아무리 확실해 보이더라도.” 그래서 그의 소설은 성장소설에서부터 추리소설, 연애소설 등 다양하다.
인간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보면 추구하는 삶 자체가 다양해질 뿐만 아니라 삶의 질 자체도 풍요로워진다고 그는 믿는다. 서로 간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다양한 인간과 사물 속에서 끊임없이 좋은 것을 찾아 그것을 얻기 위해 애쓰면서 알지 못하는 세계에 접하게 되고 결국 발전적으로 변화하게 된다고 그는 믿기 때문에 그의 관심사 또한 무척 다양하다.
음악, 문학 등은 말할 것도 없고 여행, 친구, 운동 등 많은 것들에 호기심과 흥미를 갖고 모험을 즐긴다. 그래서 그는 여행에 있어서도 그룹투어가 아닌 홀로, 혹은 친구와 단둘이서 떠나는 단출한 여행을 즐긴다. 단순한 관광목적이 아니라 자신을 철저하게 느끼기 위한 여행, 원하는 곳에 원하는 만큼의 시간을 할애하고, 남들에게는 큰 관심을 못 끌더라도 그에게는 큰 흥미를 돋구는 그런 여행지를 찾고 그런 여행을 좋아한다. 다른 사람들처럼 정해진 길을 따라 같은 것을 보며, 같은 것을 느끼는 여행말고, 현지에서 만나는 현지인 들을 통해 전혀 다른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글 쓰기에 그런 느낌 이상 좋은 게 없기 때문에 그는 여행을 글 쓰기의 필수라고까지 생각한다. 그는 운동도 좋아해서 볼링 애버리지가 2000게임 토털 187점일 정도로 수준 급이었던 적도 있고, 스포츠 댄스에도 입문해서 벌써 몇 년간 열심히 즐기고 있으며, 요즘은 마라톤에 심취해있다. 10㎞에 이어 최근에 하프코스도 좋은 기록으로 완주했으며 이번 가을에 있을 풀 코스에 대비해 열심히 연습중이다. “사실은 스포츠 댄스 이상 재미있고 몸에 좋은 운동은 없습니다. 스포츠 댄스가 파트너가 필요 없는 운동이라면 그게 아마 나에게는 가장 흥미 있는 운동이었을 것입니다. 손가락 끝에서부터 발가락 끝에까지 힘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는 좋은 운동일 뿐만 아니라 음악에 맞춰 몸을 움직인다는 자체가 무척 신나고 멋지거든요.
삼바나 차차차 등 음악만 들어도 신나잖아요? 아무리 나이가 들어서도 즐길 수 있고. 그러나 서로 여러 가지로 바쁘게 살다보니 평생 파트너인 아내와 시간이 안 맞아 요즘은 스포츠 댄스를 함께 즐길 시간이 많지 않고 그 대신 언제고 시간만 나면 할 수 있는 마라톤에 흥미를 갖게 되었어요. 마라톤은 건강에 좋다고도 하지만 완주 후의 후련한 성취감은 뭐라고 말로 설명하기가 힘들지요. 또 뛰다 보면 처음에는 숨이 차고 힘들지만 얼마 지나면 몸이 가벼워지고 달리는 게 상쾌해집니다. 아직 풀 코스를 못 뛰어봤지만 35km 즘에 마의 벽이 있다고 해요. 단 한 발작도 더 내디딜 수 없을 만큼 극도의 피로 상태, 그 극한상황을 한 번 맛보고 또 극복해보고 싶어요. 그게 뭔지 꼭 한 번 느껴보고 싶거든요. 하긴 그런 것 맛보지 않고 좋은 기록으로 완주할 수 있다면 더욱 좋겠지만 요.”
그의 저서 ‘이메일로 사람잡기 영어잡기’, ‘이메일 친구와 떠난 멀고도 낯선 길’에 대해 가끔 미심쩍어하는 질문을 받곤 한단다. 과연 책에서처럼 영어 이메일을 통해서 영어실력이 늘고 친구로서 그들을 사귀고 하는 것이 가능 한 가에 대해서. 그는 그런 질문이 어쩌면 당연하다고 이해는 하면서도 해보지도 않고 그런 식으로 묻는 것에 대해 퍽 아쉽게 생각한다. “막상 해보면 아무 것도 아닌 것을 아무 이유도 없이 지레 겁먹고 어렵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대로 한 번 해보고 말을 했으면 싶어요.” 이메일을 통해 사귄 친구들의 초청으로 시애틀, 불루밍턴, 덴버, 유타 등 미국과 캐나다의 벤쿠버, 호주의 캔버라 등을 방문하고 온 그는 그가 권하는 방법으로 조금만 애쓰면 그런 일들이 아무 것도 아니고 금방 재미가 붙어 빠져들게 될 거라며 꼭 한 번 그렇게 해보라고 권한다.
그의 삶의 목표는 ‘인생은 멋지게, 세상은 부드럽게’이다.
“나혼자만의 개인적인 삶은 멋지게, 사회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는 부드럽게 살고싶은 저의 바램이지요. 멋지고 다양하게 많은 것을 맛보며 살고싶어요. 하지만 사회라는 테두리 안에서는 내가 하고싶다고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할 수는 없겠지요. 남에 대한 배려, 원만한 인간관계 등이 꼭 필요할 겁니다. 그래서 사회적으로는 부드럽게 살아야할 것 같아요. 물론 둘 다 쉽지는 않겠지만 요.”
또한 그는 감정평가사라는 직업인으로서 조심스럽게 한 마디 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감정평가업계에 몸을 담고 있는 한 감정평가사는 저의 직업입니다. 그리고 저의 직업을 정말 좋아합니다. 그런데 한정된 평가시장에서 감정평가사의 숫자가 많아지다 보니 수익을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급기야 품위 손상이 우려될 만큼 위험 수위까지 온 느낌입니다. 모두가 길게 내다보고 전문가로서 지켜야할 품위를 생각한다면 모든 게 좋아질 수도 있을 텐데 말이지요. 안타깝습니다.”
올해 여름 그는 주로 서양인들 중심으로 구성된 소설가, 번역가 그룹에 끼여 ‘루마니아’의 ‘트란실바니아’와 터키, 그리스, 마케도니아, 불가리아, 헝가리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소설 ‘브롬 스토커’의 흡혈귀 ‘드라큘라 백작’의 성이 있는 곳, 소설 속 주인공의 모티브가 되었던 ‘블라드 제페슈’의 행적과 장소를 답사해보고자 하며, 동양문화와 서양문화가 함께 하는 이스탄불이나, 고대 종교의식을 재현한다는 테살로니카의 아토스 신전을 둘러보고 싶다는 것이다.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 불라드 제페슈 백작의 행적을 더듬어보려는 그의 마음은 무엇일까? 소설 속의 드라큘라의 실존을 증명해보고 싶은 것일까? 아니면 트란실바니아의 드라큘라 성을 지키는 드라큘라가 되고 싶어서 일까!
소설가 박봉현님을 만나면서 느낀 점은 가슴으로 글을 쓰고 가슴으로 말을 한다는 것이다. 그가 추구하는 ‘멋지게 그리고 부드럽게’가 어떤 것을 말하는 것인지 막연하나마 손에 잡힐 듯한 느낌이며 기준도 틀도 모호한 이 시대 문단에 정말 멋진 작가로 오래 기억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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