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가공시및토지등의평가에관한법률(이하, ‘지가공시법’이라 한다) 제26조 제1항에서는 “감정평가업 자가 타인의 의뢰에 의하여 감정평가를 함에 있어서 고의 또는 과실로 감정평가 당시의 적정가격과 현저한 차이가 있게 감정평가하거나 감정평가서류에 허위의 기재를 함으로써 감정평가 의뢰인이나 선의의 제3자에 게 손해를 발생하게 한 때에는 감정평가업자는 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감정평가업 자가 법 제26조 제1항에 따라 감정평가 의뢰인 또는 선의의 제3자에게 배상을 하여야 할 경우의 구체적인 손해 의 범위는 원칙적으로 당해 부당감정평가와 상당인과관계에 있는 모든 손해라고 할 것이다. 다만 대법원 판례 의 입장에 따르면 부당감정으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자는 “지가공시법 제26조 제1항의 손해배상책임과 민법상 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함께 물을 수 있다”라고 판시하고 있는 바, 이하에서 살피는 손해배상의 범위에 관하여는 지가공시법 제26조 제1항의 손해배상책임과 민법상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에 모두 적용된다 할 것이다.
감정평가업자의 부당감정으로 인한 재산상의 손해는 부당감정으로 인하여 발생한 재산상의 불이익, 즉 부당감정이 없었더라면 존재하였을 재산상태와 부당감정으로 인한 현재의 재산상태의 차이가 구체적인 손해의 범위가 될 것이다. 감정평가의 유형에 따라 구체적으로 살피면 이하와 같다. 먼저 경매감정의 경우에는 부당감정이 없었더라면 낙찰받을 수 있었던 낙찰대금과 부당감정으로 인하여 실 제로 지급한 낙찰대금과의 차액이 경매감정에 있어서 부당감정으로 인한 손해가 된다. 다만 “실제로 지 급한 낙찰대금”은 경매기록을 통하여 쉽게 입증될 수 있지만 “부당감정이 없었더라면 낙찰받을 수 있었 던 낙찰대금”은 그 입증이 용이하지 않다. 왜냐하면 경매의 경우에는 불특정 다수인이 입찰에 참가하여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입찰가격을 결정하여 법원에 제출할 뿐 아니라 입찰에 참가하는 모든 사람 이 부당감정으로 인하여 경매목적물의 가치를 오판하고 경매에 참가하였다고 보기도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 다. 따라서 현실적으로는 경매목적물의 경락 당시의 정상가격(시가)을 기준으로 정상가격보다 더 높은 금액 으로 낙찰받은 경우에는 정상가격과 낙찰금액의 차액이 손해가 되고, 정상가격보다 더 낮은 금액으로 낙찰받 은 경우에는 손해가 없는 것으로 될 개연성이 매우 높다. 대법원 1998. 9. 22. 97다 36293호 판결에 서는 “부당감정에도 불구하고 시가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낙찰받은 경우, 부당감정이 없었더라면 실제 지급 한 낙찰대금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낙찰받을 수 있었다는 사정은 이를 주장하는 자가 입증하여야 한다”라 고 판시하고 있다. 이러한 “부당감정이 없었더라면 낙찰받을 수 있었던 낙찰대금”의 입증이 용이하지 않음 은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이러한 경우에 손해가 없는 것으로 되기 쉽다.
다음으로 문제되는 것은 담보평가의 경우이다. 이 경우에도 부당감정으로 인한 손해는 부당감정이 없었 더라면 존재하였을 재산상태와 부당감정으로 인한 현재의 재산상태의 차이가 구체적인 손해의 범위가 된다. 즉 부당감정이 없었을 경우의 정상가격을 기준으로 산정한 대출가능금액과 부당감정가액을 기준으로 산정한 대출가능금액의 차액이 부당감정으로 인한 초과대출금액이 된다(대출가능금액을 산정함에 있어서는 융기관 의 내부기준등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야 함). 문제는 이러한 초과대출금액의 원리금 전부가 부당감정으로 인한 손해가 되는지 여부이다. 채무자가 담보에 관계없이 초과대출금액을 모두 변제한 경우에는 손해가 없음은 명 백하고, 실제로 변제하지 않은 경우라도 채무자의 다른 재산이나 다른 담보물에 의하여 초과대출금액이 충분 히 담보될 수 있는 경우와 당해 대출에 관하여 충분한 변제자력을 갖춘 보증인이 있는 경우에 과연 손해가 있 다고 할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이러한 경우에 감정평가업자로서는 채무자에게 당해 초과대출금액을 변제할 수 있는 충분한 다른 재산이나 보증인이 있음을 입증하여 책임을 면할 수 있다고 하여야 할 것이다.
보상평가 기타 다른 유형의 감정평가에 있어서도 부당감정으로 인한 손해는 부당감정이 없었더라면 존재 하였을 재산상태와 부당감정으로 인한 현재의 재산상태를 기준으로 당해 부당감정으로 인한 손해를 산정 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의사, 공인회계사, 감정평가사 기타 전문가의 업무상 책임을 강화하는 추세에 따라 감정평가 의뢰인 또는 감정평가와 일정한 관련이 있는 제3자가 감정평가업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 하는 사례가 현저히 증가하고 있다. 종래 감정평가업자들이 부당감정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를 받는 경우에 공신력이 저하되는 것을 염려하거나 고객과의 거래관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상대방의 부당한 요구 에 굴복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그러한 경우에 감정평가업 전체의 입장에서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감정평가업자들은 어느 정도 통일된 기준에 따라 이에 대처할 필요가 있으며, 통일된 기준을 마 련하기 위한 공동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